수유칼럼

[8호] 삼성은 무엇을 독점하고 있는가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삼성은 무엇을 독점하고 있는가

아마도 요즘 독서계 최고의 화제는 단연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을 생각한다>는 책일 것이다. 이 책의 내용도 내용이겠지만, 이 책이 주요 언론에 전혀 광고되지 못하고 있는 저간의 사정으로도 <삼성을 생각한다>는 충분한 화제꺼리가 되었다. 단지 조선, 중앙, 동아와 같은 보수적 매체뿐 만이 아니라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와 같은 진보적 매체들도 이 책의 광고는 실지 않았다. 더욱이 전남대 김상봉 교수의 삼성비판 칼럼이 경향신문과 오마이뉴스에 의해 게제거부당하는 사태까지 벌어지면서 진보언론 마저도 삼성에 대해서만큼은 그 예리한 비판의 칼날을 들이대지 못하고 있음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 사태에서 가장 놀라온 지점은 삼성이 직접 나서서 그 신문들에 <삼성을 생각한다> 광고가 실리는 것을 막았다거나, 김상봉 교수의 칼럼 게제 거부를 종용하지 않았다는데 있다. 진보언론들은 삼성비판으로 인해 삼성광고가 중단되거나, 혹은 수십억짜리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것이 두려워서 ‘자발적’으로 그 책의 광고를 실지 않았고, 김상봉 교수의 그 칼럼을 게제하지 않았던 것이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한국의 진보언론 조차도 삼성에 대해서만큼은 ‘알아서 기고 있는 것’이라고 하겠다.

어디 그뿐인가? 삼성 총수 이건희는 조세포탈혐의가 인정되어 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으나 2009년 말 이명박 대통령에 의해 특별 사면복권되어 그의 범죄는 없었던 일이 되었고, 삼성X파일 사태로 인해 드러난 삼성의 온갖 탈법행위도 어느새 유야무야되었으며,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십수명의 노동자들이 산업재해로 인해 죽어가도 별다른 사회문제가 되지 않은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어쩌면 삼성은 이제 한국사회에서 예외적 존재의 자리로까지 격상한 것처럼 보인다.

80년대에 유행했던 사회과학의 용어로 표현하자면 삼성은 전형적인 독점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생산과 자본이 특정 거대기업에 집중되어 그 기업이 시장과 산업분야를 지배하게 되는 경우, 이 기업을 독점자본이라고 하는데, 삼성이야말로 한국경제의 대표적인 독점자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독점자본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실제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

하지만 삼성의 독점효과는 경제적 차원에만 그치지 않는 것 같다. 삼성의 독점은 단지 경제적 의미에서만이 아니라 보다 넓은 사회문화적 차원에서도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는 말이다.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삼성의 불법과 삼성의 부정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 삼지 않기 시작했다. 이는 단지 삼성이 막강한 자금력과 인맥을 동원한 로비를 벌여서 자신의 부정과 불법을 덮어버렸기 때문만은 아니다. 삼성으로부터 직접 돈 한 푼 받은 적이 없는 우리 사회의 평범한 성원들도 삼성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래도 삼성 때문에 우리가 이 만큼 살게 되었으니 그 정도는 넘어가자’는 식의 공모자적 태도를 보이고 있기에 삼성은 더더욱 건드릴 수 없는(untouchable)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어느덧 대한민국 국민들은 삼성의 방식이 이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이 험악한 세상에서 그래도 먹고 살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그러니 ‘국민들이 모두 정직했으면 좋겠다’는 범죄자 이건희의 뻔뻔한 언사가 아무런 문제꺼리도 되지 못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삼성은 단지 전자산업, 유통산업, 금융산업, 의류산업만을 독점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날 삼성은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에 대한 감각을 독점하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감각,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감각을 삼성은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김상봉 교수의 말처럼 독점자본 삼성은 해체되어야 한다. 그리고 나는 지금 우리가 싸워야할 독점자본 삼성은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독점하고 있는 삼성이라고 생각한다. 시장 질서를 왜곡하고 교란하는 삼성의 독점과 싸우는 것 보다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좌우하는 삼성의 독점과 싸우는 것이 더욱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김상봉 교수가 제안한 삼성제품 불매운동은 그 싸움의 시작으로서 매우 유의미할 것이다. 그래서 나도 삼성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고자 한다. 삶에 대한 우리의 감각을 독점하고 있는 독점자본 삼성의 해체를 위해서 말이다.

– 정정훈 (수유너머 N)

응답 2개

  1. Scene준말하길

    삼성으로 대표되는 자본,
    그 자본에 의해 우리 삶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2. 도토리말하길

    좋은 글 잘 읽고 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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