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8호] 나에게 투창이 되어 날아온 문장 – 유일환

- 기픈옹달(수유너머 R)

혁명에 대한 태도(루쉰 선집 4권 <통신>을 읽고)

가끔 야구 중계를 보면, 타자의 몸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고 지적한다. 지나치게 긴장을 하면 이렇게 몸에 힘이 들어간다. 몸에 힘이 들어가면 움직임은 경직되고 당연히 헛방망이질 하기일 수다.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자신이 무거운 짐을 졌다는 중압감을 느낄 때, 그의 몸은 평소의 리듬을 잃고 뻣뻣하게 경직된다.

삶이나 혁명에 대한 태도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흔히 혁명하면 대단히 장엄한 모습을 떠올린다. 지리멸렬한 현실과는 다른 고귀하고 위엄 있는 세계 말이다. 하지만 이런 이상적인 혁명 세계는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균열을 일으킨다. 혁명은 생각보다 쉽지 않으며, 숱한 실패와 좌절을 겪어야 하고, 또한 투쟁하는 동안에도 먹고사는 문제는 저절로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루쉰은 <통신>에서 청년 Y에게 혁명에 대한 태도를 말해준다. 그 청년은 스스로를 마치 혁명의 희생양이자 순교자처럼 묘사하며, 혁명의 실패 앞에서 크게 절망하고 있다. 루쉰은 그 청년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한다.

“혁명에 의하여 죽지 않은 사람은 그만큼 철저성이 없다고 말할 수 도 있겠고, 죽은 자에 대하여 미안한 생각이 드는 것도 당연하겠지만, 그러나 살아 있는 인간은 누구라도 그 사람을 나쁘게 말할 순 없을 것이오. 서로 운좋게, 또는 약삭 빠르게 굴다가 살아남았을 뿐이니까요. 가능한 한 거울에 자기 얼굴을 비추어 볼 일이오. 지나치게 영웅인 척할 순 없을 것이오.”(노신 선집 4권, <통신>)

‘혁명은 네가 꿈꾸듯이 즉각적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니, 지나치게 영웅인 척 하지 말고, 어깨에 힘 좀 빼라.’라는 루쉰의 지적. 그는 이어서 가만히 앉아서 혁명을 상상하는 일 따위는 그만두고 차라리 좀 놀면서 생계를 도모하라고 일침을 가한다.

“잠시 놀고 계실 것을 나는 권하오. 이주 조금 입에 풀칠할 것만을 생각하고,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영구히 ‘몰락’하는 건 바라지 않소. 개혁할 수 있는 것은 대소간에 언제나 무엇이든 개혁할 일이오. . . . 아무쪼록 조섭하시기 바라오. 그리고 당신의 애인이 굶주리는 일이 없기를.”(노신 선집 4권, <통신>)

당장 먹을 게 없으면 밥벌이도 하고 일상을 몸으로 부딪쳐 가며 살아보라는 충고다. 일상을 잘 사는 것, 그리고 삶 주변에서 떠오르는 절실한 고민을 마주하고 싸워나가는 것. 루쉰은 이것이 혁명의 시작이며, 곧 혁명이라고 본 것이다.

– 유일환

응답 1개

  1. 쿠라라차말하길

    “아무쪼록 당신의 애인이 굶주리는 일이 없기를”이라는 구절이 인상적이네요.그러면서도 루신은 일상에의 “몰락”을 용인하지는 않는다. “사람은 살아가야 한다”는 루신의 말은 흔하디 흔한 현실주의와는 분명 다르다. 근본에 대한 철저함과 삶에 대한 철저함 루신에게 그 둘은 함께 간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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