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9호] 오래사는법

- 담담

이번에는 수명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생명연장의 꿈은 비단 메치니코프만의 꿈만은 아닐 것이다. 불로장생의 약을 구하겠다고 혈안이 되어있는 진시황들이 주변에 넘쳐나고 있으니 말이다. 인간은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죽으면 혼백(魂魄)이 남는다고 할 때 양(陽)인 혼(魂)은 하늘로, 음(陰)인 백(魄)은 땅으로 돌아간다. 즉,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혼이 날아가고, 백이 떨어져서 수(水)와 화(火)가 서로 헤쳐져 각각 자기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의 법칙이다. 비유하면 한 그루의 나무를 불에 태우면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고 재는 아래로 떨어지는 것과 같다. 자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생장수장(生長收藏)을 거치는 것. 그것뿐이다.

동양의 핵심 원리를 한 마디만 뽑자면 이 생장소멸의 이치라고 하겠다. 나고, 자라고, 거두고, 죽고. 이것이 어찌 사람의 한 일생에만 해당할까?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다. 연애 역시도. 처음에 조금씩 자라다가, 불붙듯이 빠져들고, 열매를 맺고, 나중에 시들어가는 것. 사랑 역시 영원할거라 생각하는 것만큼 허황된 욕심이 또 있을까? 하물며 연애도 그럴진대 모든 만물의 활동이 마찬가지이리라. 주역의 처음이 어떻게 시작되는지 아시는가? 그렇다. “건(乾)은 원형이정(元亨利貞)” 이 한 마디다. 이 말이 동양사상 전체를 아우르는 한 마디 되시겠다.

동양의 핵심 원리를 한 마디로 하자면 원형이정(元亨利貞). 즉, 생장소멸의 이치다.

여기서 원(元)은 으뜸 원자로, 봄을 의미한다. 위의 이(二)는 위의 하늘과 아래의 땅을 의미하고, 좌우로 나뉜 아래의 儿(人)은 음양의 씨앗(人)으로 땅 속에서 뿌리가 움직여 밖으로 나오려는 모습을 그린 것이다. 그리고, 형(亨)은 형통할 형자로, 여름을 의미한다. 亠(머리 두)는 줄기를 땅 위로 뻗은 상이며 중간의 口(입 구)는 호흡하고 먹고 배설하는 모든 생명활동이 입을 통해 이루어지는 상을 그린 것이다. 아래 了(마칠 료)는 잘 자라서 생장활동을 마치게 되는 것을 말한다. 리(利)는 이로울 리자로, 가을을 의미한다. 禾(벼 화)는 초목의 열매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으로, 오른편의 刂(칼 도)는 낫으로 벼를 베어 거두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정(貞)은 곧을 정자로 겨울을 의미한다. 위의 卜(점 복)은 음기(丨)가 극성한 가운데 양기(丶)가 조그맣게 달라붙은 것이고, 아래의 貝(조개 패)는 종자인 음양(八)의 씨눈(目)을 가리키므로 엄동설한에 땅 밑에 움추려 씨눈을 간직함을 말한다.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다고? 쉽게 말하면, 원형이정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원리처럼 나고 자라고 거두고 사라지는 이치를 말하는 것이다. 만물은 그 원리로 이루어져 있다는거 이거다. 별거 없다. 그렇다면 인간은 왜 일찍 죽을 수밖에 없는가? 동의보감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강과 바다의 밀물과 썰물은 천지가 숨을 쉬는 것인데 밤낮으로 두 번씩 숨을 들이쉬고 내쉴 뿐이다. 그런데 사람은 밤낮으로 13500번의 숨을 쉰다. 그러므로 천지의 수명은 유구하여 끝이 없고 사람의 수명은 기껏해야 백 살을 채우지 못하는 것이다.-동의보감

천지가 숨을 쉬듯 인간도 숨을 쉰다. 그리고, 그 호흡으로 인해 살아있는 것들은 수명이 있게 된다. 천지는 하루에 두 번씩 숨을 쉬니 그 수명은 유구하지만, 인간은 하루에도 13500번씩 숨을 쉬니 기껏해야 백살을 못채우는 것이다. 호흡을 느리게 하는 수련을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맥이 느리면 오래살고, 맥이 급하면 일찍 죽는 원리 또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달리는 것 역시 호흡을 가파르게 하니 나쁜 것 아니냐고 물어볼 사람 있을 것이다. 좋은 질문이다! 달리는 것은 그 때의 호흡을 빠르게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보면 호흡을 느리게 하는 운동이다. 심폐기능을 강화시켜 적은 횟수의 호흡으로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동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물론 자기 몸집 불리기 위한 근육 만들기나 과도한 운동은 안 좋을터.

장수의 비법. 적게 먹고, 적게 말하고, 적게 움직이는 것. 모든 것이 지나치면 병이 된다.

하여튼 그렇게 해서 인간이 부여받은 수명은 원래 120살이다. 동의보감에 나와있기로 정확히 말하자면 4만3천2백여일이다. 이는 현대의학에서도 인정하는 바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의 대부분이 성장기간의 6배를 살지 못한다. 이를 근거로 20세까지 성장하는 인간의 한계수명은 120세라고 추측한다. 세계 최장수자인 프랑스의 잔 칼망 역시 122살까지 살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정을 소모하고 절도가 없이 살아 원래 부여받은 수명대로 살지 못한다.

상고시대 사람들은 도를 알았기 때문에 음양을 따르고 술수에 잘 맞춰 음식에 절도가 있었고 생활에 법도가 있었으며, 함부로 힘을 쓰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형(形)과 신(神)을 온전히 보존하여 천수를 누리다가 100살이 되어서야 죽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술을 물처럼 마시고 멋대로 행동하며 술에 취한 채로 성교하여 정을 고갈시키고 진(眞)을 소모하여 정을 채워 둘 줄 모르고 아무 때나 신(神)을 써서 마음의 쾌락에만 힘을 씁니다. 이렇게 양생의 즐거움에 역행하여 생활에 절도가 없기 때문에 50살만 되어도 노쇠하는 것입니다.-황제내경

황제내경이 쓰여진 때가 지금으로부터 대략 2000년전인데, 뭐 그 때도 호랑방탕하게 사는건 지금이랑 별 다를 바 없었나보다. 술을 물처럼 마시고, 술에 취한 채로 성교하고. 쾌락에빠져드는 불나비. 그런 점에서 양생이란 별게 아니다. 양생이란 음양의 이치를 잘 알고 그에 순응하고, 일상생활을 절도있게 하는 것이다. 삶의 균형을 지키는 것이자, 자기를 아끼는 것.

그리고, 뭐든지 적당히 하는게 좋다. 성내는 것도, 기뻐하는 것도, 슬퍼하는 것도. 너무 성내면 기를 상하고 생각이 많으면 정신이 상한다. 음식 역시 마찬가지다. 늘 적당히 먹고 취할 정도로 마시지 않아야 한다. 신맛을 좋아하면 힘줄이 상하고, 쓴맛을 좋아하면 뼈를 상하며, 단맛을 좋아하면 몸에 이롭지 않으며, 매운 것을 많이 먹으면 정기가 소모되고, 짠 것을 많이 먹으면 수명을 단축한다. 그러니 한 가지에만 치우쳐 먹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하지만 언제까지 핑계만 대고 있을 것인가!

물론 다들 안다. 머리로는 다들 알고 있지만 제대로 살지 않을 뿐이다. 내 마음이 그걸 제어하지 못한다. 물론 어렵다. 다들 말한다. “지금은 곤란하다. 기다려달라.” 언젠가는 할텐데 지금은 이러저런 핑계를 대며 할 수 없단다. 혜강 역시 양생하는 방법에 다섯 가지 어려운 점을 말한다. “첫째는 공명주의와 이기주의를 버리지 못하는 것이고, 둘째는 기뻐하고 성내는 것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며, 셋째는 음악과 미색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고, 넷째는 기름진 음식을 조절해 먹지 못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정신이 허약하고 정기가 흩어지는 것이다. 이 다섯 가지가 가슴속에 없다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도덕이 날로 높아져서 좋은 일을 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복이 오고 오래 살 것을 바라지 않아도 자연히 오래 살게 되는데, 이것이 양생하는 큰 줄거리”다

그렇다고, 못할것도 아니다. 음식을 먹은 뒤에 일백보 가량 거닐고 나서 자주 손으로 배를 문지르기. 배부를 때에는 서서 오줌을 누고 배고플 때에는 앉아서 오줌누기. 밖으로 나다닐 때에 찬바람을 쏘이지 말고, 방에 있을 때에는 작은 틈이라도 없게 하며, 매일 밤 발을 씻고 자기. 코털을 뽑지 않고, 가래침 뱉지 않기. 배고픈 뒤에 음식을 먹지 않고, 음식을 먹어도 너무 배불리 먹지 않기. 또 목마른 뒤에 물을 마시지 않고, 물을 마셔도 지나치게 마시지 않기. 머리 자주 빗고 얼굴 자주 씻기. 어떤가? 다들 실천할 수 있는 것들 아닌가. 도를 배우는 데 빠르고 늦음은 없다(學道無早晩). 지금부터 도를 실천할 자세만 있다면 건강하게 오래사는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어떻게 하면 내 몸에 좋은 것들 먹을까 고민하는 시간에 어떻게 자신이 갖고 있는 정을 지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 정은 지키는 것! 이거 정말 중요하다. 용꼬리 용용!!

건강하게 오래사는 법. 정(精)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용꼬리 용용!

– 담담1
  1. 이 글은 <동의보감>과 <대산주역강의>를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4개

  1. 담담말하길

    휘리릭님, 가래침을 억지로 뱉지 말라는 소리일듯 해요..
    그것보다는 가래가 생기지 않도록 하고, 담음을 제거하는게 더 좋겠지요..^^

  2. 쿠카라차말하길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하하. 양생의 지혜 앞에 명박이가 될 순 없겠죠. 하나씩 해볼랍니다. 먼저, 가래 뱉지 않기.

  3. 휘리릭말하길

    ‘물론 다들 안다’… ㅜ.ㅜ
    늘 찔리지만, 그래도 담담님의 건강법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
    질문요~
    ‘가래침 뱉지 않기’는 침 때문에 그런 건가요?
    가래는 뱉어내야만 할 것 같은 ‘상식’의 압박이 있는데… ^^;;

  4. 북극곰말하길

    아, 이번에도 낚였다…고 말하면 안 되겠죵??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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