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9호] 빵, 사먹지 마세요!

- 편집자

빵, 사먹지 마세요!

사라지는 동네빵집들

언젠가부터 동네빵집들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동네빵집들을 대신해, 파리지팡이1, 연아쥬르2, 왕관빵집3이 (앞으로 이 빵집들을 묶어 ‘세 빵집’ 부르겠습니다) 동네빵집의 자리를 꿰차고 있지요. 동네의 미용실이나 작은 슈퍼 같은 느낌의 동네빵집들은 세 빵집의 화려한 광고와 마케팅, 꾸준한 신제품, 저렴한 가격에 경쟁이 되지 않습니다. 제 눈으로는 동네빵집이었던 자리가 파리지팡이로 바뀌는 모습은 두 번, 빵*터나 파*미 같은 작은 규모의 체인빵집이 연아쥬르로 바뀌는 모습은 한 번 보았습니다. 이런 현상은 소비자들이 그만큼 세 빵집을 많이 찾고 있다는 말이기도 한데요. 소비자 입장에서 세 빵집 독점현상은 나쁘기보다 좋게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일단 화려한 마케팅과 고급화 전략에 따라 동네빵집보다 세 빵집의 빵들이 더 웰빙스럽고, 맛있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고, 대한민국 어디를 가든 있는 빵집들이기 때문에 모험을 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하고 친근한 빵집들이지요. 그러나 과연 이런 장점들이 레알 장점들일까요? 혹시 이 장점들 이면에 뭔가가 숨어있는 건 아닐까요?

사먹는 빵들의 원재료 분석

이는 오늘 아침에 사온 연아쥬르 식빵의 바닥에 있는 원재료명을 찍은 사진입니다.

*제품명 : 부드러운 우유식빵
*식품의유형 : 빵류(식빵) *내용량 : 450g
*원재료명 : 밀가루(밀:캐나다산, 미국산), 우유(국산), 백설 탕, 가공버터, 전란액(계란), 탈지분유, 이스트, 정제소금, 프락토올리고당, 제빵개량제[소맥분, 스테아릴젖산나튜륨,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4, 함수결정포도당, 황산칼슘5, 황산암모늄6, 비타민C, L-주석산7, 알파아밀라아제(비세균성)], 이스트후드(밀가루, 황산칼슘, 황산암모늄, 효소, 글리세린지방산에스테르, 비타민C)
*특정성분:우유11%

밀가루에서 프락토올리고당까지는 들어본 것들이긴 한데, 제빵개량제[~ 부터는 화학식 이름이 전부라 듣도 보도 못한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네이버 사전의 힘을 빌려 이들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몇 개는 나오지 않고 몇 개는 식품첨가물 카테고리에서 검색되고, 어떤 것은 무기화학일반 카테고리, 어떤 것은 비료;; 카테고리에서 검색되었습니다. 상세 내용은 대부분 화학식에다 모르는 용어들이라 무슨 말인지 잘 알 수 없었습니다. 다만, 대부분이 천연식품에서 특정성분을 추출하는 방식 혹은 화학적 가공 방식으로 만들어졌고, 사용 이유는 빵을 만들었을 때 식감을 더 좋게 한다거나 유통기한을 늘리기 위한 것이리라는 예상을 할 수 있었습니다. 딱히 이 물질들이 나쁘다는 이야기가 나와 있진 않았습니다만, 일일 섭취량이 한정되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인 식품첨가물들과, 비료로 쓰이기도 하는 물질들이 좋다고 보기는 힘들겠지요.

세 빵집들이 별로인 이유

물론 동네빵집이라고 해서 이런 것들을 쓰지 않겠느냐, 라는 반론이 가능하겠습니다만 동네빵집들은 각자 다른 방법으로 빵을 만들 테니, 쓰는 집도 있을 것이고 쓰지 않는 집들도 있을 것입니다. 첨가물을 쓴다고 해도, 쓰는 정도 또한 다양하겠지요. 그러나 세 빵집들의 빵들은 각각의 브랜드가 소유한 공장에서 생산되어 전국 각지로 흩어지거나, 각 매장에서 생산되어도 브랜드마다 같은 공정으로 생산되기 때문에 특정 빵집을 이용한 사람들은 모두 똑같은 성분의 빵을 먹게 됩니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생산된 분유 및 프리마 등의 유제품에서, 단백질 함량을 높이기 위해, 생산과정에 인위적으로 투여했다고 밝혀진 멜라민으로 인해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죽거나 병에 걸리는 일이 있었죠. 이처럼 독점 프렌차이즈가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프렌차이즈에서 생산되는 한 종류의 식품에 문제가 있을 경우, 그것이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시에 피해를 준다는 점 때문입니다.

세 빵집들에게 이런 첨가물들을 넣지 마라, 라고 말하면 되지 않느냐구요? 이는 사실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먼저 세 빵집들의 빵을 사먹는 소비자들이 이런 것들을 요구하는 데에 그다지 관심이 없고, 이미 몇몇 환경단체나 소비자단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씨도 안 먹히죠. 게다가 ‘빵3개 천원’의 싼빵전략이나 ‘유기농 웰빙’의 고급화전략을 통해 남아 있는 동네빵집들과, 세 빵집들 간의 경쟁을 생각하면 값이 싸고도 맛있는 빵을 만들어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위에 나와 있는 갖가지 첨가물들을 쓰는 것과 잔류농약과 포스트하비스트농약8의 위험이 있지만 싼 값의 미국산이나 캐나다산 밀9을 써야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일이지요.

홈베이킹하세요!

어쨌든 이런 방식으로 소비자들의 빵집에 대한 선택권은 세 빵집으로 좁아지고, 전국민이 비슷비슷한 빵을 먹고 살게 됩니다. 이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2010년 현재의 모습입니다. 그렇기에 시간도 들고 돈도 들기에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홈베이킹을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밀통밀+국내산현미유로 만든 브라우니 / 우리밀통밀+100%우유버터로 만든 슈크림

빵을 굽는 것은 전혀 우아하지도 않고, 설거지도 엄청 나오는 노가다에 가까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빵을 자신이 넣고 싶은 재료들을 넣어 직접 구워 먹는다는 일은 아주 멋진 일이지요. 구운 빵을 나누어 먹을 사람들이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무래도 나에게 홈베이킹은 무리다, 싶으신 분들에게는 세 빵집 말고 다른 빵집들에 가 보실 것을 권합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자신들만의 특색 있는 빵을 만들어서, 혹은 재료를 차별화하여 열심히 빵을 굽고 있는 작은 빵집들이 있지요. 세 빵집들 보다 몇 백 원 더 줘야할 수도 있고, 조금 더 걸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런 빵집들이 하나라도 더 많아지는 것이 세 빵집들의 폭주도 막고 더 맛있고 건강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 제비꽃달팽이
  1. 파리지팡이 – 파리바게뜨라는 이름에서 바게뜨는 지팡이모양의 하드롤빵을 말합니다. 고로 파리지팡이. 파리크라상, 파리바게뜨까페 등의 응용(?)체인도 있는, 세 빵집 중 제일 잘 나가는 빵집이죠. 게다가 슈퍼에서 파는 빵의 대부분인 삼립, 샤니 와도, 해피포인트카드로 잘 알려진 던킨도너츠와 베스킨라빈스와도 같은 계열의 기업입니다. 한국 사람이 사먹는 빵의 70% 이상이 이 계열사의 빵이 아닐까 싶습니다. []
  2. 연아쥬르 – 뚜레쥬르는 작년부터 김연아선수를 이용해 연아빵마케팅을 실시하고 있죠. 최근에는 김연아선수를 이미지화 하여 만든 케익까지 있을 정도. 그러니까 연아쥬르. []
  3. 왕관빵집 – 이 이름이 가장 재미없습니다만, 크라운이 왕관이니 왕관빵집^^; 세 빵집 중에서는 못나가는 힘든 빵집입니다. []
  4. 서로 잘 혼합되지 않는 액체나 고체를 액체에 균일하게 분산시키기 위해 사용되는 첨가물로 마가린, 우유음료, 아이스크림, 케이크, 비스킷, 빵 등에 유화제 외에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 네이버사전 []
  5. 공업적으로는 천연으로 채취하며 여러 가지 화학공업에서 부산물로 얻을 수 있다 – 네이버사전 []
  6. 황산암모늄은 질소비료로 대량으로 사용되고, – 네이버사전 []
  7. 주석에 탄산칼슘을 넣어 생성되는 침전물에 황산을 처리하여 얻는 유기화합물로 보통 주석산이라고 알려져 있다. 시럽이나 주스에 사용되고 염색공업 등에도 이용 된다 – 네이버사전 []
  8. ‘Post’는 ‘후(後)’라는 뜻, ‘Harvest’는 ‘수확’이라는 뜻이다. 다시 말해 농사를 짓는 도중에 뿌리는 농약이 아니라 수확을 다 한 후 뿌리는 농약으로, 외국에서 수입된 밀, 옥수수, 감자, 오렌지, 그레이프 프루트, 레몬, 체리, 바나나, 파인애플 등의 농산물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포스트 하비스트가 뿌려져서 온다 – 차라리 아이를 굶겨라, 시공사 []
  9. 우리가 먹는 대부분의 밀가루음식은 미국산, 캐나다산 밀로 이루어져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출처는 저인데, 못 믿으시겠으면 밀가루가 들어있는 식품을 사 드실 때 마다 원재료를 확인해보세요^^ []

응답 5개

  1. rlatjdus말하길

    학교 숙제로 빵에 대해서 찾아보다가 눈에 확! 띄는 글이 있어 달려왔는데….!
    정말 요즘에는 집 주변에 있는 조그마한 빵집들이 없어지는 거 같아요.. 비록 건강에는 좋지 않을지 몰라도 맛있었는데… 아무튼 좋은 글 감사합니다^^~~~

  2. 임선영말하길

    슈크림이 가득들어서 한 입 베이물면 빵 사이로 슈크림이 새어나오는 빵을 팔던 동네 빵집이 몇 달전 문을 닫았어요. 너무 아쉬워서 근처 슈퍼아저씨께 여쭤봤더니… 월세값을 감당 못해서 문을 닫고 주인아저씨는 커다란 빵 공장으로, 아주머니는 근처 물류창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계신답니다.

    흐흐…그래서 이젠 생협에서 사 먹거나, 제가 만들어 볼까 합니다.
    위에 있는 브라우니…. 침 … 넘어가네요… ^^

  3. 잠자리안경말하길

    하하하 재밌어요. 이 좋은 글을 혼자 보기 아깝네

  4. 사비트리말하길

    북아현동 세 개에 천원인 빵빵빵집은
    제비꽃 빵집의 경쟁 상대이기도ㅋㅋㅋ

  5. 쿠카라차말하길

    제비꽃방 먹고 싶다. 앞으로도 우리 먹거리가 뭘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그 역사와 문제점들을 재미나게 알려주는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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