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10호] 새롭게 질문하기 – 성매매와 성폭행에 대해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새롭게 질문하기

얼마 전 세상을 놀라게 한 부산 여중생 납치 살해 사건이 있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소녀에게 일어난 끔직한 사건, 물론 김길태는 사이코패스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이 사건 직후 성폭력과 관련한 수많은 논쟁이 이어졌고, 급기야는 성폭력과 성매매의 연관성에 대한 기사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3월 11일자 중앙일보 사설에는 우리 사회는 남자들의 성욕에 지나치게 관대하다면서, ‘홍등가가 여염집 규수의 정조를 지킨다’ 는 엣 말을 떠올리며, 가난하고 소외된 젊고 늙은 남자들이 적당한 가격에 성욕을 해결할 곳이 없어졌다고 개탄했다. 성욕 왕성한 남자들이 사는 나라에서 ‘성을 사는 것은 나쁜 짓이니 억제하라’고 아무리 훈육을 한들 통하냐? 는 기사를 읽으며 아직도 이런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성매매방지법이 시행되고 있다. 물론 이 과정에서 국민의 공감대를 충분히 형성하지 못했던 점도 일정 부분 인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국민들에게 성매매의 불법성에 대해 알리기 위해서 부득이하게 ‘피해상황’에 초점을 두어야만 했었다. 그래서일까? 성매매에 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남자 대 여자의 구도로 밖에 논의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모두 아는 이야기일 텐데, 너무 진부하지 않은가? 하면 또 이렇게 무식해서 용감하기까지 한 이야기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정말로 이제는 성매매에 관한 한 초보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로만 이야기하고 싶지도 않다. 여성들의 피해사례나 우리들만의 이야기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서서히 입을 다물기 시작했고, 성매매를 인권의 차원에서 생각하기 보다는 여성의 개인적 문제로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회피하고 있었다. 어디서부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차라리 우리가 신념을 갖고 있는 일에 정진하고자 했다. 그것은 바로 새로운 삶, 다른 삶을 모색할 수 있는 공동체의 실험 그리고 일자리 확보였다. 대부분의 성매매여성들이 다른 대안이 있다면 성매매를 벗어나고 싶다고 한 것처럼 우리가 그 ‘다른 대안’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는 것만 같았다. 시간이 흐르고, 세월이 흐르면 그만큼 사람들도 바뀌고 생각이나 인식 수준도 변할 텐데 어쩜 이리도 그대로일까? 아니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정말로 홍등가가 여염집 규수의 정조를 지켜주는 것일까? 주체할 수 없는 남성들의 성욕을 국가가 걱정을 해줘야만 하는 것일까? 절제하고, 통제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무엇일까?

이제는 전래동화 같은 이야기, 그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우선 성폭력과 성매매는 연관성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성매매를 법으로 엄하게 금지하고 있으니까 남자들의 성욕을 해소할 길이 없어져 그것이 성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어떠한 보고서에도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에서 성폭력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주장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성매매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국가에서 성폭력 발생 건수가 높다는 보고는 있다. 그러니까 성매매를 법으로 엄격하게 금지하는 것과 상관없이 언제 어디서고 손쉽게 성적 거래가 이루어지는 국가에서 성범죄도 기승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욕 왕성한 남자들의 적당한 성적 배출구를 위해 성매매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발상은 인권의 측면에서 절대로 동의가 안 되는 부분이다.

또한 여성들이 쉽게 돈 벌려고 성매매를 한다고 생각을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착각은 할 수 있어도, 절대도 쉽게 돈 벌 수 없는 환경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원치 않는 성관계를 하루에도 수차례 해야만 한다고 상상해보라. 몸과 마음이 얼마나 황폐화되는지 말이다. 마음이 움직여야 몸도 움직인다. 영혼이 없는 움직임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 사람은 잘 알 것이다. 그래서 쉽지 않다.

흔히들 성매매여성이 자발적으로 선택해서 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에 대한 책임도 여성 스스로가 감당해야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러나 자발적 선택이라고 한다면 다른 선택도 할 수 있을 만큼 조건과 환경이 동일하게 제공되어야만 한다. 사회는 여전히 자본주의 성산업의 거대한 메카니즘 안에서 여성을 상품화하고, 일을 하고 싶어도 일 할 기회조차 제한받고 있는 현실을 생각한다면 결코 ‘자발적 선택’이라는 미명하에 여성을 몰아세워서는 안 될 것이다.

몇 년 전 아주 오랜 세월 동안 남편의 폭력에 시달린 여성을 만나게 되었다. 그 분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남편이 제게 매일 그랬어요. 내 대가리엔 똥만 들었다고요… 그런 소리를 매일 매일 듣다보니 정말로 내 머릿속이 온통 똥만 들은 것 같아요…”

어떤 세계와 단절되고 고립되면서 부정적인 영향을 지속적으로 받는다는 것이 이토록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나는 그때 알았다. 남편은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철저히 고립시키면서 미치게 만들었던 것이다.

‘단절과 고립’을 이야기할 때 나는 성매매여성들이 떠오른다. 그들은 쉽게 돈을 벌려고 하지도 않았고, 다른 조건이 동일하게 제공된 상태에서 성매매를 선택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성매매를 하는 동안 세상과의 단절과 고립을 겪어야만 했고, 그 기억은 오랜 시간 품고 있어야만 했다. 그리고 이제 막 세상과의 소통을 시작한 지 6년이 조금 흘렀을 뿐이다.

성매매가 하루아침에 근절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성매매에 대한 편협한 우리의 생각이 매일 매일 변화하면서 깊어지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이제는 성매매의 문제를 여성 개인의 선택과 책임의 문제로 몰아가지 않았으면, 쉬운 일이라거나 성매매가 있어야 성폭력이 예방된다는 식의 무지한 이야기는 더 이 상 나오지 않기를 희망한다. 거대한 자본주의의 물결 속에서 파도치고 있는 성산업, 그 성산업을 누가 주도하는지? 그 안에서 끊임없이 이미지화되고, 물화되는 여성 그리고 여성의 몸을 이제는 볼 수 있어야 한다.

TV속에서 한껏 섹시미를 뽐내며, 엉덩이를 흔들어대는 걸 그룹,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우리의 삼촌들, 초컬릿 복근을 서로 보겠다며 달려드는 누님들, 영상으로 재현되고 있는 포르노그래피의 주인공과 성매매여성은 과연 얼마나 다른 존재일까? 아니다. 모두 자본주의와 가부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래서 이제는 성매매에 관한 진부한 이야기는 그만했으면 한다. 좀 더 생산적이면서도 기존의 질문을 바꿀 수 있는 그런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새롭게 질문하기, 걷다보면 길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되듯이, 새로운 질문을 하다보면 다양한 대답들이 만들어지고, 그렇게 성매매에 대한 진보적 담론이 형성되리라 믿는다.

– 최정은(W-ing)

응답 3개

  1. 익명말하길

    성매매가 윤리적으로 문제시 되고는 있지만 아무리 법을 개정하고 또 만들어도 없어지 않는게 성매매문화입니다.
    최근 한 국제뉴스에서 기사를 보았는데 성매매여성을 사랑하게된 남자가 그 여성에게 성매매를 그만두라며 거액의 돈을 주고 설득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여성은 다시 성매매에 업소에 들낙거립니다. 화가난 남자는 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한 사건입니다.
    남성적 가부장적인 문제에 치우친 나머지 여성이 주체적 성정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스스로가 성매매를 정당화하는 것 또한 성매매의 원인일 것입니다.
    심지어 내몸인데 무슨 상관이라며 청소년들까지 성매매에 가담하고 아무런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과연 성매매는 남자들의 문제일까요?
    여성은 그저 핍박받는 수동적인 역할로만 보아도 오른걸까요?
    스스로에게 성정체성을 일께우고 남의 탓 식의 책임 돌리기는 이제 그만둘때도 된것같아 보입니다.
    저도 여성으로서 남성을 탓하기전에 남성적우월성에 속박당하고 있는 여성의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여성인권단체들은 여성의 권리를 부르짖기 전에 그권리를 그들이 먼저 인식하고 여성들에게 권리와 정체성을 피력하는데 중점을 둘 시기가 아닐까요?
    성매매라는 문제에서 사회적윤리의식이 고무되기위해서는 먼저 개개인의 도덕성을 의심해 보아야 할때입니다.

  2. 김찰스말하길

    높으신분들에게딱한가지없는게도덕성이죠.

  3. idlesnake말하길

    잠깐 시선을 바꿔서
    왜 성매매를 하면 안되는걸까요??

    가혹한 근무여건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하기 때문에?

    가혹한 근무여건이나 착취적인 수익분배 구조가
    문제라면 오히려 이를 법의 테두리에 받아들여서
    정상적인 환경에서 정당한 수익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직접적이건 구조적이건 어떠한 압력에 의해)본인이 원하지 않는 일이기 때문이라면
    사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먹고 살아야 한다는 구조적 압력에 의해서
    일하고 있는 현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