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10호] 호흡하는 법

- 담담

이번에는 호흡하는 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동의보감 신형(身形), 정(精) 다음편이 무슨 편인지 아시는가? 그렇다. 기(氣)다. 기란 무엇인가? 음.. 뭐랄까.. 기는 뭐라 정의하기 힘든 무언가다. 그게 말이여, 당나귀여? (추노 방화백 목소리로 해야 하는데. 전달이 될라나..ㅡㅡ;) 하여튼, 기는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다. 기를 서양어로 번역할 때, 흔히 에너지(energy), 공기(air), 숨결(breath), 에테르(ether), 물질적 힘(material force), 살아있는 힘(vital force) 등등으로 번역들을 한다. 하지만 이들 용어들이 기의 특성을 제대로, 온전히 설명해주진 못한다. 그래서 이제는 대부분 중국 발음 그대로 가져간 chi 나 한국 발음을 빌린 ki를 사용한다. 그만큼 서구적 세계관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인 동시에 그만큼 동양적 사유체계를 잘 드러내는 개념이기도 하다.

기란 무엇인가? 음..어렵다..

그만큼 기가 무언지 설명하기 어렵다는 거다. 하지만 기라는 말만큼 많이 쓰이는 말도 드물다. 그렇다면 기가 실제로 우리들의 생활에서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를 통해 기에 대해서 알아보자. 우선, 공기(空氣). 공기란 비어있는 것 같지만 기로 가득차 있는 공간을 말한다. 즉, 기는 어디든 없는 곳이 없다. 둘째 대기(大氣). 이는 기로 이루어진 것 중 가장 큰 것이란 뜻이다. 즉, 모든 사물은 기로 이루어져 있으며, 기는 만물의 본질임을 나타낸다. 비슷한 뜻으로 쓰인 말로 혈기(血氣)가 있다. 혈기왕성하다고 할 때, 사람 또한 이 기로 이루어졌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셋째, 기는 만물의 동질성과 차별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동기(同氣)란 형제를 가리키는 말로 같은 부모에게서 같은 기를 받고 태어났음을 말한다. 그러나 형제라고 다 같은건 아니다. 같지만 다르기도 한데, 기란 이렇게 동질성과 차별성을 설명하는 개념이다. 넷째 기는 느낄 수 있는 대상이다. 감기(感氣)란 기를 느낀다는 말이다. 또한 우리가 살기(殺氣)를 느낀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기란 단순히 정신적인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가 느껴 알 수 있다는 게다.

기절(氣絶). 기란 끊임없이 움직여야 하는데 끊어졌다는 것.

다섯째 기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존재이다. 기가 막혀 죽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 이는 기가 움직여야 하는데 기가 막혀 버림을 의미한다. 기절(氣絶) 역시 기가 끊어졌다는 의미이다. 여섯째 기의 움직임은 모였다 흩어졌다 하는 모습으로 나타난다. 흩어진 기를 모아주는 표현이 기합(氣合)이다. 인기(人氣)역시 사람들이 기를 보내기 때문에 인기가 많다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 보내는 기를 보내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기가 높아지지만, 관심을 끊기 시작하면 보내는 기가 적어져서 인기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일곱째 기는 사람이 살아가는 힘이다. 기진맥진(氣盡脈盡)이란 말은 기가 다하고 맥이 다했다는 말이다. 사람은 곡기(穀氣)가 없이 살아갈 수 없고, 이 기가 다했을 때 활기(活氣)가 없다는 말을 한다. 여덟째 기는 물질적인 것만이 아니라 감정이나 지혜 같은 비물질적인 개념이기도 하다. 기고만장(氣高萬丈)이라 할 때, 이는 기의 상태를 측정 가능한 길이의 단위인 만 장으로 표현한 것이다. 또한 기는 비물질적이기도 한데 기분(氣分)이란 기가 나뉘어 있는 상태를 뜻하는 말로, 기분이 어떠신지 묻는 것은 기가 온몸에 골고루 잘 나뉘어 있는지, 뭉쳐 있는지를 묻는 것이 된다. 심기(心氣)가 편하신지 불편한지 묻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진맥진(氣盡脈盡). 기와 맥이 다했다는 의미.

즉, 동양에서 기란 미시세계와 거시세계를 일관되게 설명하는 틀이며, 분자적 설명과 시스템적 설명을 함께 담고 있는 사유체계다. 또한 사물의 차별성을 설명하는 용어인 동시에 보편성을 설명하는 용어이다. 그리고, 기는 물질과 비물질, 구체와 추상을 일관되게 설명하는 개념이다. 물질뿐 아니라 정신이나 감정 같은 비물질적 것들까지도 포괄하는 개념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기는 그 자체를 구체적으로 느낄 수 없지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개념이다.

뭔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여튼, 기란 만물의 근원이라는 점. 그리고 이 기로 말미암아 모든 병이 생긴다는 점. 이 두 가지만 명심하자!

주진형의 < 격치여론>에 보면 “사람은 천지의 기를 받아서 태어난다. 하늘의 양기는 기가 되고, 땅의 음기는 혈이 된다. 따라서 기는 항상 남음이 있고, 혈은 항상 부족하다.”고 나와있다. 양기는 항상 남고, 음기가 항상 부족하다는 말은 다음에 혈을 다룰 때 하기로 하고, 일단 이것만 알아두자. 하늘의 양기는 기가 되고, 땅의 음기는 혈이 된다는 것. 그리고 이 때 기는 폐가 주관한다(肺主氣). 그렇기 때문에 기는 호흡의 근원이 된다. 하늘의 양기를 호흡함으로서 기가 형성되고, 땅의 음기를 먹음으로서 그것이 혈이 되는 것이다. 그만큼 호흡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

땅의 기를 음식을 통해 보충한다면, 하늘의 기는 호흡으로 보충한다. 즉 음식과 호흡이 건강에 있어서 핵심인 것이다. 무농약 채소, 유기농 음식들로만 밥상 차린다고 나는 정말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할 것이 아니다. 호흡 역시 그만큼 신경써야 하는 것이다. 우리가 매일 호흡하면서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쉽게 잊어버리는 것. 호흡의 중요성이다. 그렇다면 이제 호흡에도 조금 더 관심을 갖는 것이 어떠신지. 하늘과 땅, 인간 즉, 천지인(天地人)은 그렇게 하나로 연결된다. 하늘의 양기가 호흡을 통해 인간의 기를 만들고, 땅의 음기가 음식을 통해 인간의 혈을 만든다. 요즘 단전호흡 운동이 유행하는 이유가 다 여기 있다. 그리고 기수련이라던지, 호흡수련만으로 건강을 되찾고 심신이 안정되었다는 사람이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호흡을 해야 하는가?

장자는 “수양이 높은 사람의 숨은 발꿈치까지 가게 깊이 쉬고, 보통 사람의 숨은 목구멍에서 나온다”고 하였다. 이는 기가 하초에 있으면 숨결이 길고, 기가 상초에 있으면 숨결이 빠르다는 뜻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인간의 호흡이 하루에 13500번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간의 수명이 짧은 것이다. 그렇기에 호흡을 길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단전호흡 수련을 하는 이유이다. 고래, 거북이, 코끼리등 장수하는 동물은 모두 느리고 깊게 호흡을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호흡을 길게 할 수 있을까? 그런 의미에서 동의보감에서는 태식법(胎息法)을 소개하고 있다.

느린 숨. 긴 삶!

“사람은 태(胎)속에 있을 때 입과 코로써 호흡하지 않고, 오직 배꼽줄을 통하여 어머니의 임맥에 매달려 숨을 쉰다. 임맥은 폐에 통하고 있으며, 폐는 코와 서로 통해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숨을 내쉬면 태아도 내쉬고, 어머니가 숨을 들이쉬면 태아도 들이쉰다. 그 기가 모두 배꼽 위에서 오간다.”

태아가 배꼽으로 숨을 쉬듯이, 태식법이란 배꼽으로 숨을 쉬는 법

태아가 배꼽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그냥 이유없이 그런 것이 아니다. 세상에 이유없는 것은 없다. 단지 우리가 그 이유를 몰라서일뿐.^^ 아이는 코가 아니라 배꼽을 통해 숨을 쉰다. 따라서 호흡수련은 배꼽으로 호흡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다. 그렇다면 태식법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동의보감을 다시 살펴보자.

“태어나려고 할 때는 정혈과 서로 합하여 배꼽에 뿌리를 박고 있다. 그리하여 태어날 때 배꼽줄이 서로 달려 있는 것이다. 호흡조절을 처음 배우려면 반드시 그 기운이 나올 때는 배꼽에서 나오고, 들어갈 때는 배꼽에 가서 사라지도록 해야 한다. 호흡을 조절하여 아주 적게 쉬다가 나중에는 입과 코로 쉬지 않고 다만 배꼽으로 호흡하여 태중에 있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태식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숨을 한번 들이쉰 다음 숨을 쉬지 않고, 배꼽으로 호흡하되 수를 세어서 81에 이르거나 120에 이르렀을 때 입으로 숨을 내쉬어 공기가 나가게 하되 몹시 적게 하여 기러기 털을 입과 코 위에 붙여 놓고 숨을 내쉬어도 털이 움직이지 않을 정도로 한다. 점차 연습하여 점점 수를 늘이고, 1000에 이르게 되면 늙은이가 다시 젊어지며, 하루 지나면 그만큼 더 젊어진다. 갈선옹이 매해 혹심한 더위 때 깊은 물속에 들어갔다가 10일 만에 나오곤 하였다. 그는 숨쉬는 것을 참고 태식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숨쉬는 것을 참을 줄만 알고 태식할 줄을 모르면 아무 소용이 없다”고 하였다.

호흡을 깊게 한다는 것은 깊이 호흡을 한다고 한참을 참다가 헥헥대면서 내뱉는게 아니다. 숨을 내쉴때 기러기 털을 붙여놓고도 털이 움직이지 않게 해야한다. 이런 호흡을 연습하면 심지어 물에 들어갔다 10일만에 나올 수 있다고도 한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이런 태식법이 가능하지는 않을터. 하지만 동의보감이 어떤 책인가? 이에 이어 숨쉬기를 조절하는 비결까지 친절히 알려주고 있다. ^^

“침상을 두텁고 부드럽게 하여 똑바로 위를 보고 눕고, 베개의 높이는 낮게 하여 몸과 수평이 되도록 하며, 팔은 펴고 다리는 쭉 뻗고, 양손은 주먹을 꼭 쥐되 몸으로부터 4,5촌 떨어지게 하고, 양 다리 사이는 거리가 4,5촌이 되도록 벌린다. 이렇게 한 후 이를 여러번 부딪치고, 고인 침을 삼키고 코로 공기를 들이마시어 배로 들어가게 한다. 충분하면 머무고 남은 힘이 있으면 다시 이 방법을 쓰는데, 기를 마시고 오래 머물러 가슴이 답답하면 입으로 아주 조금씩 가늘게 숨을 다 토해내며, 한참 있다가 코로 가늘게 서서히 공기를 마시고 앞의 방법대로 기를 내보낸다. 입을 다물고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는데 귀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하고 천까지 셀 수 있다면 신선에 가까워진 것이다.”

일단 자세 바로 잡고 나의 호흡을 느껴보자.

숨을 쉴 때는 끊어지듯 이어지듯 하게 하며, 고르고 부드러워야 한다. 일단 바른 자세 잡고 앉아서 나의 호흡을 느껴보는 것으로 시작하자. 그리고 배꼽으로 호흡을 한다고 생각하고, 하늘의 기를 깊숙이 내 몸안에 느껴보도록!

– 담담1
  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 기학의 모험>을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6개

  1. 뮤즈말하길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메모하며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읽자 마자 앉은 자리에서 눈을 감고 길고 깊게 호흡을 해보니 금새 마음이 편안하고 얼굴이 밝아지는 느낍이 듭니다.^^
    숨을 들이 마시고 내쉴때 배를 부풀리거나 당겨 주어야하나요?

  2. 한서말하길

    “기에 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기가 막힙니다. ^^ ” 라고 할 때의 ‘기’는 어떤 의미일까요?
    좋거나 어이가 없거나 모든 과한 것은 죽음으로 연결되는것 같습니다.

    • 담담말하길

      기가 막힌다는 것 역시 기란 정체되지 않고, 순환되어야 하는 무엇인데, 그러한 기가 막힌다니 기막혀 죽겠다는거지요..^^ 요즘엔 기막히다는 말이 놀랍다, 대단하다는 식으로 쓰이기도 하는데, 기가 막히면 안되겠지요..^^

  3. 매이엄마말하길

    어디서 이런 재미난 사진을 다 가져오시는지…매번 웃으며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저 태아 사진은 약간 문제가 있군요. 태아의 성숙도로 보아 8개월 이후로 보이는데, 머리가 위로 가 있으니, 역위 (breach)가 우려됩니다. 자연분만이 가능한 정상적인 태아의 위치는 머리가 산도를 향해야 하는데, 저 사진의 경우엔 아무래도 제왕절개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북극곰말하길

      크하하하하 이렇게 재미난 댓글은 처음입니다. ㅋㅋㅋ^^

    • 담담말하길

      아..그렇군요ㅋ.. 실은 글 쓰는 시간보다 사진 고르는 시간이 더 오래걸린다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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