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10호] 오래된 음악듣기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오래된 음악듣기

2010년은 쇼팽(Frederic Chopin: 1810-1849)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이다. 그래서 쇼팽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쇼팽 컬렉션 CD가 발매되고 기념 음악회가 열린다. 그리고 KBS클래식FM(93.1㎒)에서는 탄생일인 2월 22일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기존 편성을 대신해 약 20시간 동안 쇼팽의 전곡을 방송하는 특집 ‘아이 러브 쇼팽(I love Chopin!)’을 마련했다. 쇼팽은 낭만주의 피아노 음악을 상징하는 작곡가중 한 명이다. 그는 피아노가 가진 음향을 발전시켜 쇼팽만의 피아노 음악을 만들었고, 낭만주의의 서정성을 피아노라는 악기로 극대화 시켰다. 그는 뛰어난 피아노 연주자이자 피아노 선생님이었다.

주선율

쇼팽의 피아노 음악 중에 제일 유명한 곡은 “녹턴 Op.9 No.2”이다. 야상곡이라고도 하는데 야상곡은 편안한 반주와 아름답고 장식적인 선율이 함께 있는 짧은 분위기 있는 음악을 말한다. 이런 아름다운 선율의 피아노 음악이 쇼팽 음악의 특징 중 하나인데 너무 분위기 있어서 사실 너무 청승맞다 느껴질 때도 있다. 쇼팽은 이런 선율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피아노의 음색으로 화성감을 극대화시켰다. 쇼팽의 발라드는 하나의 악장으로 된 피아노 곡으로 녹턴보다 훨씬 길고 기교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연주회용 단골 프로그램이기도 한다. 한 번 들어보시라.

임동혁(뛰어난 연주 실력만큼이나 출중한 외모로 많은 팬을 보유한 클래식계의 아이돌)이라는 젊은 피아니스트의 연주이다. 특히 4분 5초부터 시작되는 작은 선율이 40초에는 화성이 두터워지면서 개인적으로는 약간 가슴이 울렁대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울렁대는 강한 화성감은 화성의 특정한(딸림화음→으뜸화음, Ⅴ→Ⅰ) 진행에 의해 나타난다. 이때 이 화성진행에 긴장(딸림화음에 장식이 많아지는 경우)이 더 많이 생기면 생길수록 이 긴장이 해소될 때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가 듣는 대부분의 음악들은 이 긴장과 해소를 반복하는 음악이다.

쇼팽을 비롯한 낭만주의 작곡가들은 이 긴장을 최대한 지속시키며, 해소될 때의 카타르시스를 극대화시킨다. 이것을 20세기에 들어서는 낡고 정형화된 음악 어법으로 보았고, 화성감과 조성감을 없앤 음악을 만든다(대표적으로 쇤베르크의 무조음악). 이와 다른 길로 화성음악은 쭈욱 발전을 계속해 지금의 대중음악의 많은 장르를 만들어내는데, 대부분의 대중음악이 오래된 음악 어법을 기본으로 충실하게 작곡된 음악이다. 편곡들만 약간씩 다른 셈이다. 화성음악의 오래된 어법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어서 조금만 다른 음악을 듣는 것은 어려운데 대중음악에 지친 귀를 잠시 환기시켜 줄때 쇼팽의 음악은 감상하기에 쉽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서정적인 선율과 편안한 피아노 소리는 음악에만 집중하기가 좋다. 하지만 지나간 사랑을 그리듯 너무 감상적이라고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러면 ‘브람스’ 음악을 들어보자. 소개할 곡은 브람스의 피아노 소품집 Op.118에 2번, intermezzo다.

쇼팽보다 조금 지난 시기에 활동한 브람스(Johannes Brahms: 1833-1897)는 신고전주의 작곡가로 낭만주의적인 서정성과 고전주의적인 형식미가 잘 섞인 음악을 만들었다. 서정적인 멜로디와 절제된 화성감이 돋보이는 곡이다. 기교적으로도 어렵지 않아서 연주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오래된 서유럽의 고전음악을 들으며 화성감을 키우는 것은 곧 낡은 음악어법을 익히는 것이다. 이 낡은 음악어법은 사실 대중음악의 음악어법보다는 새롭다. 우리가 쉽게 듣는 대중음악들은 얼마나 더 오래된 음악들일까?

– 발빠른 달팽이

응답 2개

  1. 연초록말하길

    아도르노를 읽다가 쉔베르크의 음반을 하나 구했습니다,.

    도대체 무슨 음악이길래 싶어서요.그런데 미리 느꼈던 불안감에 비해서는

    듣기가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신기하더군요.덕분에 무소르그스키,프로코피에프,그리고

    라벨과 드뷔시,이렇게 평소에 듣지 않던 작곡가의 곡들도 챙겨서 함께 듣는 중인데요

    오래된 음악이 무엇일꼬 궁금해서 이 곳에 들어오니 어라,쇼팽과 브람스가

    반가운 마음에 듣고 있는 중인데,저도 임동혁의 출중한 외모?란 표현엔 앵? 소리가 나와서

    웃었습니다.연주는 물론 좋아하지만요.그가 일산의 아람누리에서 바흐연주를 했을 때

    어라 쇼팽처럼 치는 바흐네 하면서 웃던 기억도 나고요.

  2. dostresmuchos말하길

    이런 노래 제가 중학생(?)이었을 때 유행했었는데..http://www.youtube.com/watch?v=lloiv-DHkCE..아이 라이크 쇼팽…전 때때로 좋아요. 그런데 임동혁 외모는 출중하지 않아 보이는데요 ㅎㅎㅎ 저자의 취향을 알 수 있네요. 그런데 어렸을 때 치는 거 보니까 정말 대단해요~http://www.youtube.com/watch?v=zAhyj7iyFx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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