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창간호] 신년계획을 세우며

- 편집자

달팽이들이 사는 길

신년계획을 세우며

달팽이 공방에서 띄우는 첫 소식인 만큼, 먼저 달팽이 공방이 어떤 곳인지 짧게 소개할게요. 한 일 년 전쯤인가 지금의 수유너머 남산 카페에서 긴 겨울 바느질이라도 하며 보내자고 몇몇 사람들과 바느질 동아리를 시작했었죠. 바늘 쌈지, 블라우스, 덧신, 기저귀 가방, 이불보, 대안 생리대등 각자 만들고 싶은 걸 만들며 카페 한자리를 차지하고 조금은 수다스러운 시간을 보냈었습니다. 날이 따뜻해지면서 다들 바느질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무렵,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천연비누와 화장품을 만들 줄 아는 친구를 만나게 되었고 그 친구를 꼬드겨 또다시 카페 테이블을 차지하며 약간은 실험실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다 연구실 주방 한 켠에서 함께 빵을 굽던 친구까지 합세하여 달팽이 공방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본격적으로 일을 저지르게 되었습니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기술을 구하는 대신 삷과 직결된 것들을 함께 만들어 나누어 쓰며 삶의 일부분을 구성해 보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수유너머N에서 여러 달팽이들과 함께 세미나를 하고, 빵을 굽고, 커피를 볶고, 비누와 로션을 만들면서 공방을 꾸려나가고 있습니다. 각자 하는 일이나 공부는 달라도 손으로 하는 일에 큰 기쁨을 느끼는 친구들이 함께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재미난 일거리를 찾아 끙끙대고 있죠.

작년 말, 공방활동을 알리고 새로운 친구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찌라시를 만들며 올해의 소망도 함께 적어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새해계획은 야심차게 짜지 않나요? 그리하여 준비한 달팽이 공방의 새해 계획은 불나게 찌라시 만들기, 땀나게 여행 다니기, 열나게 공부하기 등.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건: 우린 쉴 때 확 쉬고, 놀 때 확 논다!

2010년을 맞이하며 내가 덧붙이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 달팽이가 항상 달팽이집을 등에 지고 다니듯 앞으로 다가올 이사를 대비하여 우리의 짐을 늘이지 않는다는 것이죠. 지금 있는 건물이 재개발 예정지구에 속해서 예정대로라면 올해 말에 이사를 해야 할 수도 있죠. 그래서 생각한 게 이사 올 때 챙겨왔던 짐만큼만 가지고 다시 이삿짐을 싸는 것입니다. 살다보면 짐이 늘어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죠. 하지만 전에 들은 한 친구의 이야기가 문득 떠올랐어요. 자신이 아는 어떤 사람은 언제나 여행 가방 두 개에 들어갈 만큼만의 짐만 꾸릴 수 있도록 무언가 새로운 것이 집에 들어오면 그 만큼 항상 주위에 자신의 물건을 나누어 준다는 이야기였죠. 글쎄 올 한해 달팽이 공방에서도 들어오는 선물에 뒤지지 않도록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어 나눠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물론 이 새해계획은 나 자신의 목표이기도 해요. 과연 우리집의 짐이 늘어날지 줄어들지는 내가 가지고 있는 물욕과의 힘든 싸움이 될 거 같네요.

글/ 졸린 달팽이1


  1. 달팽이 공방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카페(http://cafe.daum.net/snailworld) 나 수유너머N홈페이지(http://nomadist.org)를 방문해 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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