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만난 사람들

[11호] 팔방미인 각심(覺心) – 김성욱

- 모기

오래전 불교학생회에 나갈 때 운경 큰스님으로부터 받은 법명을 서예를 시작하면서 호로 대신해 사용하는 각심은 서예 말고도 전각,서각,수석에서 LP판,오디오,차(茶),사진 등등 여러 가지에 능통해 가끔 모르는 질문이 나오거나 하면 명쾌한 답을 던지고 진지한 농담도 자주해 주변을 즐겁게 해주는 입담꾼이기도 합니다.

특히,사진에 관심이 많아 언제나 카메라를 옆에 끼고 궁금한게 있으면 물어보고 디카보다는 아날로그적인 필름을 고집해 카메라에 최고 명품이라 불리는 Leica M3를 구입해 어려운 수동작업을 마다하지 않는 그를 볼때면 사진뿐 아니라 여러방면에서 깊이 있게 세상을 보고살아가는 사람이라 생각하게 됩니다.

한편 모습은 언제나 깔끔하고 절도와 예의바른 모습을 보면서 서예를 하는분이라 그런가 싶었지만 아마도 그건 군대를 헌병대로 가서 그때 익은 절도가 몸에 배인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몇해전 의정부 패밀리들과 각심의 작업장인 ‘석농산방’을 찾았습니다.

아버지가 채석장을 하셔서 돌을 가까이 하다보니 돌을 다루는 일을 하게 되고 앞으로 돌농사를 잘지으려는 마음으로 이름을 지었다는 석농산방에서 각심의 작품들을 처음 감상하고 LP판에서 들려오는 음악을 감상하며 여러 가지 귀한 차를 대접받는 호사를 누렸댔습니다.

그곳에는 각심의 살아왔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었고 그를 더 깊이있게 볼수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전통과 실험의 경계에서 고민하고 자기만의 서체와 방식을 찾아가려고 노력하는 모습과 다른 예술가와도 교류해 실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들은 내 편견을 깨기 충분했습니다. 그런 멋진 서예가가 곁에 있어 행복합니다.

그 행복한 교류를 오래동안 하고 살아야 하는데 각심에겐 한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술자리에 가면 항상 물만 마시는데 각심의 전설은 며칠을 술을 마시고도 깨면 또마실수있는 그런 몸이었다고 하네요. 보지는 못했지만 주변에서도 그렇다고 하고… 그런 그가 2003년 위암판정을 받은후 몇차례 수술을 하고 항상 건강문제로 조심하며 살았지만 언제나 밝고 유쾌하게 살아갔기에 다 나은줄 알았습니다. 본인도 그런줄 알았을테고..

하지만 작년부터 상태가 다시 나빠져 일본으로 그 비싼돈을 들여가며 치료를 받으러 왔다갔다 했습니다. 최소한 희망을 가지고, 마지막으로 다녀올때 다시 후지산을 볼수있게 될까 걱정하던 모습이 선한데 얼마전 의정부 공에 갔다 앉아있는 각심을 보고도 못알아봤어요.

머리가 자꾸 빠져 삭발을 하고 얼굴살이 쪽빠져 다른사람처럼 보였기에…
미안한 마음과 슬픈생각에 마음이 아렸습니다.
최근에 주변에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병원으로 들어갔는데 이후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누구보다 삶에 대한 열정이 크고 강한 사람이니 잘 견뎌내리라 믿습니다.
따뜻한 봄 석농산방에 다시모여 아름다운 음악에 차 한잔하며 이야기꽃을 피우길 간절히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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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 4개

  1. 모기말하길

    본인은 물론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회복되길 바랬던 마음을 뒤로하고 안탑깝게 짧은생을 마감하고 우리곁을 떠났습니다.
    좀더 머물시간이 있을줄 알았는데 한번 찾아가보지도 못하고..
    어제 오전 부고 소식을 듣고 장례식장을 다녀오는길입니다.
    좋은 소식 전해야하는데 죄송합니다…

  2. 쿠카라차말하길

    돌에 쓴 붓글씨 포스가 장난 아닌데요. 청포도 모양으로 배열한 글씨도 멋져요. 부디 건강 되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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