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11호] 봄나는법

- 담담

봄이다. 아직 봄인지 모르겠다고? 하긴. 올해는 유달리 눈도 많이 오고, 봄이 봄 같지가 않다. 세월이 하수상하다 보니 하늘도 정신이 없나보다. ㅡㅡ; 그래도 슬슬 봄기운이 살랑살랑 느껴지지 않는가? 이제 조금 있으면 개나리도 피고, 벚꽃도 피고..

봄이다 보니 다들 피곤해 한다. 밥만 먹으면 약먹은 닭마냥 꼬박꼬박 조는 분들도 계실거다. 이른바 춘곤증, 봄 춘(春)자에 괴로울 곤(困). 이 때 곤자는 괴롭다는 뜻 외에 ‘부족하다’, ‘통하지 아니한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자 자체를 보더라도 나무(木)가 네모(口)안에 갇혀 제 기운을 못 펴고 있는 꼴이다. 즉, 춘곤증이란 사방이 벽으로 둘러쌓인 나무처럼 몸이 무기력한 상태를 말한다. 그리고, 이는 겨울동안 몸 안에 쌓여있던 노폐물들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데 에너지가 소모되기 때문에, 혈액순환과 소화기능이 약해져 자연히 나른하고, 노곤하게 되는 것이다.

아우. 졸려. 왜 이렇게 봄만 되면 졸리는지..

봄은 만물이 위로 솟아 자라나는 따뜻한 계절이고, 여름은 꽃을 피워 영화를 누리는 뜨거운 계절이며, 가을은 결실을 맺고 식물의 진액이 뿌리로 내려가 모이는 계절이고, 겨울은 뿌리에 응집되어 봄날을 기약하는 추운 계절이다. 이같이 각 계절은 계절마다의 그 특징이 있으며, 이에 맞춰 생활하는 것이 한의학 양생의 기본 이론이다.

이는 사람의 몸에도 마찬가지이다. 봄은 겨울동안 움츠려져있던 몸이 비로소 활기를 펴는 시기인 것이다. 경칩 때 개구리가 잠에서 깨어나듯이, 인간의 몸도 이제 겨울 동안의 잠에서 깨어난다. 아무리 겨울동안 헬스를 다닙네 해도 몸이 움츠려들어 있다. 그리고 몸안의 장부들 역시 마찬가지다. 경칩 다음에 찾아오는 절기가 하늘이 차차 맑아진다는 청명(淸明)이다. 하늘이 맑아진다는 것은 이제 농사준비를 시작하고,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식목일이 이때 정해진 것도 이러한 이치이다.

식물들이 한겨울을 땅 속에서 잘 그 힘을 기르다가 봄에 겨울동안 뿌리에 머금었던 진액의 정수를 그 싹으로 틔워내듯이. 사람은 그 생명력을 취함으로서 그동안 움츠려있던 몸의 기운에 활기를 불어 넣는 것이다. 봄이 영어로 spring인 것 역시 이러한 튀어나오는 생명력의 표현이리라!

만물이 싹을 틔우는 시기인 봄. 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런 점에서 봄에 나는 봄나물들을 먹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제철에 나는 음식을 먹는게 단지 그것들이 싱싱해서라는 단순한 이유가 아니란 말이다!! 제철에 나는 음식들은 그 기운을 고스란히 사람의 몸에 전달해주고, 이로서 하늘과 땅, 사람이 감응하는, 커다란 신체 속에서 하나가 된다는 이치 속에서 생각해야 한다. 입아프니 더 이상 말 안해도 이 부분은 이제 알리라.

< 본초문답> 제일 첫 장은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제자가 묻는다. “곤충과 흙, 돌, 풀뿌리, 나무껍질 등이 사람과 다른 부류인데도 사람을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어째서입니까?” 제자의 물음에 답하기를,

“천지는 음양 두 가지 기(氣)만 있는데, 음양이 유행(流行)하여 오운, 즉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가 되고, 음양이 대대(待對)하여 육기, 즉 풍한습조화열(風寒濕燥火熱)이 된다. 사람은 하늘에 근본을 두고 땅과 어울려 살아가기에, 천지의 오운육기를 받아서 오장육부를 만든다. 뭇 사물이 비록 사람과 다르기는 하지만, 천지 기운을 받지 않고 자라는 것은 없다. 다만 사물은 천지 기운의 치우친 일부분을 받았고, 사람은 천지 기운을 온전하게 받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람의 기가 치우쳐 성하거나 치우쳐 쇠하여 병이 들었을 때는, 약물의 치우친 기운을 빌려서 내 몸의 성쇠를 조절하여 화평하도록 하면 병이 낫는다. 즉, 사물의 음양을 빌려서 인체의 음양을 변화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신농(神農)이 자연의 약물로 사람의 병을 치료한 것이다.”

약물의 치우친 기운을 빌려 내 몸의 성쇠를 조절하는 것이 건강의 핵심인 것이다. 약은 단순히 어떤 성분을 먹는 것이 아니다. 아스피린을 먹는 것처럼 아세트산, 살리실산이라는 특정 성분을 먹는 것이 아니란 말이다. 그것은 약물 속에 담겨있는 시간성과 공간성을 함께 먹는 것이다. 그것이 자라난 공간, 즉 동서남북이라고 하면 동서남북의 편향된 기운, 어두운 곳, 밝은 곳, 높은 곳, 낮은 곳, 물에서 나온 것, 땅에서 나온 것 등등 그것이 자라난 그 장소의 기운을 먹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시간성 역시 마찬가지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 계절의 기운을 먹는 것이고, 그 춘하추동에 따른 오행의 기운이 몸 안에 보충되는 것이다.

여기서 약물이라고 하면 무슨 무슨 구하기 힘든 약초 같은거라고 생각하면 절대 오산. 동의보감에 보면 식약동원(食藥同源)이란 말이 있다. 먹는 것과 약은 그 근본이 같다는 것. 따라서 음식을 먹는 것 역시 단백질 몇 그램, 칼슘 몇 그램, 그 외 기타 뭐 몇 그램 이런 성분만을 먹는게 아니다. 그 음식에 담겨있는 시간성과 공간성, 즉 음식의 ‘역사’를 먹는 것이다. 봄이 시작되는 때 봄의 기운을 담뿍 담은 봄나물을 먹어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래야 우리의 몸 역시 겨울동안 움츠려있던 것에서 벗어나 새로 돋아나는 새싹처럼 봄을 맞이할 수 있다.

음식을 먹는 것은 단지 성분을 먹는 것만은 아니다. 음식의 시간성과 공간성을 같이 먹는 것. 즉, 음식의 역사를 먹는 것이다.

그럼 몇 가지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봄나물들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씀바귀. 맛이 쓴 채소라 해서 한자로는 고채(苦菜)라 한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차고 맛은 쓰며 독이 없다. 오장의 사기에 주로 쓴다. 속의 열을 없애고 심신을 안정시키며, 잠을 적게 자게 하고 악창을 치료한다. 밭이나 들판에서 자라는데,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아 유동채(遊冬菜)라고도 한다”고 나와있다.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고 살아나기에 유동채라 불리는 씀바귀다. 그러니 그 생명력은 더 말할 나위 없겠지. 약한 쓴맛은 한의학에서 사화(瀉火), 조습(燥濕), 개위(開胃) 작용이 있다. 사화란 허열을 내리는 것을 말하고, 조습은 나른해지면서 몸이 무거운 것을 치료하며, 개위는 입맛을 돋운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개 맛이 쓴 봄나물들은 춘곤증에 아주 적합하다. 그 계절에 생긴 병은 그 계절에 나는 식물로 치료되는 자연의 조화!!

다음 냉이. 동의보감에 “성질이 따듯하고 맛은 달며 독이 없다. 간기(肝氣)를 자라 통하게 하고, 속을 조화롭게 하며, 오장을 잘 통하게 한다. 밭이나 들판에서 나는데, 추운 겨울에도 죽지 않는다. 살아서 죽을 쑤어 먹으면 혈을 끌고 간으로 들어가 눈을 밝게 한다.”고 나와있다. 냉이 역시 겨울에도 죽지 않고 그 생명력을 유지한다. 오행상으로 보면 목(木)의 기운은 인체의 장부상으로 보면 간(肝)에 해당한다. 따라서 봄나물은 간의 기운을 보해준다. 사람들이 피곤해 하는 경우 대부분 이 간이 안 좋아서이다. 그리고 이는 얼굴로 보면 눈에 해당한다. 사람이 피곤하면 눈이 침침해지는 것이 눈이 간과 연결되어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냉이는 간으로 피를 끌고 들어가 간을 보해주고, 눈을 밝게 해준다.

보기만 해도 봄의 기운들이 느껴지지 않는가? 봄나물은 우리 몸에 봄의 목(木) 기운을 보충해준다.

다음 달래. 생긴 것은 파를 닮고, 맛은 마늘을 닮았다고. 들에서 나는 마늘(野蒜)이라고 하는 달래다. 동의보감에 “성미와 효능은 소산과 거의 같다. 밭이나 들에서 많이 난다. 마늘과 비슷하면서 매우 가늘고 작다.”고 나와있다. 마늘의 효능에 대해서는 다들 잘 알리라. 달래를 먹으면 뭉친 기운을 밑으로 흩어지게 해서 답답함을 풀어준다. 특히 맛이 맵고 성질이 따뜻한 달래는 비장과 신장의 기능을 돕기 때문에 양기를 보강해 남성들의 피로해소를 위해 적극 권장할 만하다.

다음 부추. 구채(韭菜)라고 한다. 봄부추는 인삼, 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동의보감에는 “성질이 따듯하고 맛은 맵고 약간 시며 독이 없다. 심(心)으로 들어간다. 오장을 편안하게 하고, 위열을 없애며, 허약한 것을 보하고 허리와 무릎을 따뜻하게 하며, 흉비(胸痞)를 없앤다. 부추는 가슴속의 어혈과 체기를 뚫을 수 있고 간기(肝氣)를 충실하게 할 수 있다. 곳곳에 있는데, 한 번 심으면 오래도록 자라나서 구(韭)라고 한다. 밭에 씨를 심으면 1년에 3~4번 잎을 배어내도 그 뿌리가 상하지 않고 계속 자라나고, 겨울에도 잘 덮어주기만 하면 봄이 되기 전에 다시 자라나니 과연 한 번 심으면 오래도록 자라나는 것이다. 채소 가운데 이것이 가장 따뜻하고 사람에게 유익하기 때문에 늘 먹어야 한다.”고 나와있다. 양기를 일으키는 기양초(起陽草)라 해서, 스님 같이 수양하는 사람들은 피했다니 뭐 두 말 하면 잔소리.^^ 이외에도 취나물, 두릅, 돌나물, 쑥등등. 몸에 좋은 봄나물들 다 말하기 어려울 정도다.

오늘 저녁은 봄나물 특집으로 해보시는게 어떠실지..

자..슬슬 입에 군침이 돌기 시작했는가? 그렇다면 오늘 저녁은 냉이국에, 달래무침과 부추전, 씀바귀 겉절이로 식단을 차려보는건 어떠실지? 그리고 중요한거 하나 더! 봄나물 드시고 산에들 한 번 올라가시라! 봄의 기운을 한껏 호흡으로, 발걸음으로 직접 느껴들 보시라! 봄기운이 몸과 마음에 가득차 춘곤증 따위는 저리가라 일테니. 건강은 절대 멀리 있는게 아니다!!

-담담1
  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 손영기 한의사 홈페이지 마이너스클럽>을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2개

  1. 울새이말하길

    저는 요새 눈이 시리고 침침하고 그러는데 여러요인이 있겠지만.. 간의 문제일 수도 있겠군요. 글찮아도 건강검진때 간 수치가 높다고 나왔지요. 술, 담배 일절 안하고 무리하게 일도 안하는데 ㅋㅋ.. 암튼 냉이와 부추… 간기운의 보강을 위해 먹어주겠어!!!

  2. 북극곰말하길

    저는 냉이국 제일 좋아해요. 맛이 담담하면서도 고소한 것이 대강 그 역사가 느껴지거든요. 농담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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