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창간호] 아침에 제대로 일어나기 1

- 담담

건강정보들이 넘쳐난다. 컴퓨터 모니터 어느 블로그에서, TV 아침프로에서, 누구누구의 입소문에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다라는 식의 정보들. 그러나 한 번 보고 그 순간에는 ‘아. 그렇군’ 정도에서 멈춰 버린다. 한 번 듣고는 자신의 삶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되고 마는 것이다. 이는 건강에 대한 관심이 부족해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건강, 웰빙에 대한 관심은 삶에서 가장 우선순위라고 할만큼 높아졌다. 문제는 이것이 건강에 대한 정보 차원으로 끝나고 만다는 점에 있다! 이는 자신의 몸, 건강 자체도 객체화, 대상화됨으로서 자신의 삶과 분리되는 정보로 끝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지 정보 차원이 아니라 자기 몸을 아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우주를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있다는 것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달리 말하자면 도(道)를 몸으로(體) 경험(驗)하는 것이자, 자신의 삶을 스스로 구원하는 길인 것이다. 그럴때만이 지식, 앎이 자신의 몸과 분리되지 않는, 들으면 바로 잊혀져 버리는 삶과 유리된 둥둥 떠다니는 정보가 아닐 수 있다. 삶과 지식의 분리를 넘어서 이치를 깨닫는 것. 그리고 그에 따라 살려고 노력하는 것! 수련이란 거창한 별다른게 아닌 것이다.

그럼, 아침에 일어나는 것부터 시작하자. 아침을 여는 것은 새로운 생(生)을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또 다른 ‘나’의 탄생인 것이다. 매일매일의 ‘나’는 전혀 다른 존재이다. 이는 단지 비유적인 표현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매일매일의 존재는 다른 존재이다. 어제의 나와 같다고 연속성을 부여하는 것은 단지 관념적인 사유일 뿐이다. 이는 단지 습에 의해 자신의 삶이 코드화되어버린 것을 자신이라고 사유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아침을 여는 것은 새로운 마디를 시작하는 것이자, 매일매일 새로운 ‘탄생’, ‘재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30분간 무엇을 하는지 그것이 인생을 좌우한다는 말은 시중에 떠다니는 성공하는 인생 어쩌구 저쩌구 식의 논의만은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새로움을 인식하고 새롭게 자신을 코드화 하는 것이며, 매일매일의 새로운 시작을 다시 리셋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렇다면 아침에 일어나서 담배로 시작해 멍때리며 TV로 아침잠을 깨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알 만하지 않겠는가! 시간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서 허겁지겁 세수만 하고, 정신없이 직장으로, 학교로 가는 것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는지 알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럼, 일단 잠에서 일어나는 법부터 시작하자. 먼저 말하자면 자명종은 쥐약이다. 원하는 시간에 알아서 눈뜨기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어렵다.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렇게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 자명종을 사용하면 몸 안의 간(肝)이 나빠진다. 동양에서는 인간의 혼이 낮에는 눈에 머무르다가 잠을 자는 동안에는 간으로 옮겨가서 머무른다고 본다. 이 때 아침에 자명종 같은 금속성 소리로 잠을 깨우는 것은 간을 해친다. 아침에 그 시끄러운 자명종 소리,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깜짝 깜짝 놀라서 일어나는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좀 안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나? 좀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하자면 오행의 이치상 금극목(金克木, 쇠가 나무을 친다), 즉 목(木)이 오행상 신체의 간이라 할 때, 자명종같은 쇠소리는 간을 해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부자극으로 잠을 깨우는 것이 가장 좋다. 이왕이면 다리부터 주물러주는 것이 간에 깃든 혼을 깨워 눈으로 보내는 가장 효과적이다. 음..혼자 사는 이들에게는 무리이고, 음.. 그렇다고 어머니한테 “저 깨울때는 소리 치지 마시고 다리를 주물러서 깨워주세요”라고 말하면 귓방맹이 한대 맞을듯..쩝! 애인들을 사귀시라!

뭐. 어쨌든..이제 일어들 나셨는가. 침대에서 나오기 싫다고? 그래 다들 그럴 것이다. 가뜩이나 이렇게 추운 요즘 같은 겨울날에는. 동의보감에도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게 몸에 좋다고 써있다. 자연의 리듬에 맞추는 것, 겨울에 해가 일찍 지고 늦게 뜨듯이 사람의 몸도 그에 맞춰 일찍 잠자리에 들고 늦게 일어나는 것, 즉 계절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의 몸의 변화도 맞추어 가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일찍 일어난다고 해서 첫닭이 울기 전에, 늦게 일어난다고 해가 뜬 후에 일어나서는 안된다. 좋다 말았군. 쩝. 하여튼. 그럼 일단 침대에서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시작하자. 이름하여 모세관운동. 모세관운동이 뭐냐 하면 음. 누워서 등을 땅에 대고 손발을 하늘로 처들고 떨어주는 것이다. 흡사 남들이 보면 파리 흉내 내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우니 남들 앞에서는 쪽팔릴 각오를 하지 않는 한 하지 않는게 좋다. 약 2분 30초 정도 떨어줘야 좀 떨어줬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로 움직이지 말고 침대에서 하는게 가장 좋다. 원리는 몸속의 혈액은 3분의 1 정도가 팔다리에 분포되어 있는데 모세관운동으로 혈액이 몸통으로 모이게 됨으로서, 심장과 신장이 좋아지는 효과를 낳게 된다.

이제 좀 정신이 들었는가. 그럼 이제 침대에서 일어나기다. 침대에서 내려오는 첫걸음은 왼쪽부터이다. 침대가 아니라 그냥 바닥에서 잔다고? 뭐 침대냐 아니냐가 중요한게 아니다. 첫걸음이 왼쪽부터가 중요한 거다. 모든 운동은 왼쪽부터 시작한다. 계단을 오를때도 왼걸음부터 시작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그리고 걸음을 최소화하고 음양탕을 마신다. 음양탕. 돈도 없는데 무슨 한의원이냐고? 음양탕이라 하니 뭔가 거창한 거라고 생각하면 경기도 오산. 별거 아니다. 음양탕은 그냥 물이다. 근데 그냥 물이 아니라 물을 받는 법이 조금 다르다. 일단, 뜨거운 물을 적당량 넣은 다음 차가운 물을 보충한다. 동의보감에서도 끓인 물 반 그릇과 새로 길러온 물 반 그릇을 합한 것을 음양탕이라고 한다고 나와있다. 정수기에서 뜨거운 물과 찬 물을 받자. 음의 기운과 양의 기운이 섞여 음양의 논리를 몸 안으로 전달한다.이 음양탕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신다. 잠을 자는 동안 저녁에 먹은 음식물은 위를 지나 소장이나 대장쯤 머무르고 비어버린 위 속에는 위산이 조금씩 분비되어 고여있게 된다. 배가 고프거나 아침에 일어나서 속이 쓰린 사람은 위산의 분비가 많아서 그런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한잔 마시면 위에 고여있던 위산이 희석되면서 위벽을 보호하고 동시에 희석된 물이 소장을 통해 대장까지 흘러감으로써 대장과 소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하고 그 안을 청소한다. 위산의 소화작용이 소장이나 대장에 있는 미처 소화되지 못한 음식물 찌꺼기를 청소하는 것이다. 이때 주의할 것은 물을 마실 때 침대에서 일어나 최소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다. 누워 있는 것과 발을 땅에 딛고 걸음을 걷기 시작한 후의 몸의 상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옛날 어른들이 자리끼를 준비하는게 그냥 목마른데 멀리까지 물뜨러 가기 귀찮아서 그런것만은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나면 입안의 침으로 이를 닦는다. 사람의 침은 진액의 일종으로 생명수와 같은 것이다. 이는 옥샘, 금물로 비유되고 있으며, 침을 뱉지 말고 항상 머금어 삼키면 얼굴이 빛나게 된다고 했다. 입안에 침을 고이게 한 후 단전까지 내려보내는 느낌으로 세 번에 나눠어 삼키는 것은 양생의 기본인 것이다. 동의보감에서도 “새벽에 말하기 전에 이 침을 받아 피부병에 바르면 좋다. 또한 온갖 종기 위에다 발라도 낫는다”고 나와있다. 상처에 침을 바르는게 그냥 더러운 것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침은 그냥 더러운 분비액만은 아니다. 그러니 길가에서 침을 찍찍 뱉는 이들에게 가서 말하자. “침 뱉는거 드러운 것도 드럽지만 당신 건강에 안 좋아요. 침은 어쩌구 저쩌구~”. 이상한 애 취급당할래나? 하여튼 동의보감에는 ‘사람이 늘 옥천을 마시면 오래 살고 얼굴에서 빛이 나는데 옥천이란 입속에 있는 침이다’라고 설명하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수양법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를 쪼아 침으로 양치하며 입 안에 가득 차게 한다. 이것을 삼킨 다음 숨을 멈추고 오른손을 머리 위로 넘겨 왼쪽 귀를 14번 잡아당기고 또 왼손을 머리 위로 넘겨서 오른쪽 귀를 14번 잡아당긴다. 이렇게 하면 귀가 밝아지고 오래 산다”고 씌어 있다. 그리고 이 침으로 눈을 닦아주면 눈이 맑아진다고 하니 눈이 안 좋은 사람은 아침에 일어나 입을 헹구어 눈을 비벼주는 것도 좋다.

자. 반복해서 말하지만 건강은 단순히 그냥 정보가 아니다. 자신의 몸을 아는 것은 몸을 바꾸는 것이자, 매일매일 새로운 삶을 살아내는 것이고, 도를 실천하는 것이자, 우주와 하나-되기의 수양과정인 것이다. 자. 이제 내일부터 자명종을 끄고, 침대에서 몸 한 번 떨어주고, 음양탕 한 번 마셔주고, 침으로 이 한번 닦아주면서 아침을 맞이해보는건 어떨런지.

– 담담1


  1. 이글은 동의보감과 데일리음양 책을 바탕으로 썼습니다. []

응답 10개

  1. 박도한말하길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요즘 한번에 기상이 잘 안 되서 고민이 되었는데,
    손발 떨기 부터 시작해 봐야 겠어요.
    피부 자극으로 잠에서 깨어난다는 말씀이 인상에 남는군요.

  2. 엄마맘말하길

    내일 아침부터 내 아이들을 깨울때 팔다리를 주물러 꺠워야겠어요….소리 지르지 말고~~

  3. 모모말하길

    하기 어려운것들도 아닌데 참..하기가 쉽지않아요.
    유익한 정보…
    실천하는 올바른 태도…

    • 담담말하길

      소위 ‘지행합일’이 안되는게 아는걸 실천하려는 의지박약의 문제로 축소시킬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아는걸 실천하는 식의 몸과 머리가 따로 노는게 아니라, 자신의 몸이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게 중요하다고나 할까요. 그래야 앎과 삶이 분리되지 않는 잉여없는 삶이..뭐, 물론 저도 맨날 말뿐이지만요..ㅡㅡ;

  4. 여름말하길

    저희 어므니가 저 깨울 때 팔다리 주물러주셨었는데… 그저 마음에 든다고 쓰던 방법이 저런 좋은 원리가 있는건지 몰랐네요. (이번 설에 집에 가면 말씀드려야겠어요.ㅎㅎ)
    “여름에는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고, 겨울에는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는게 몸에 좋다”고 동의보감에 써있다니, 그것도 신기하고요. 근데 이렇게 하면, 여름엔 수면시간 안부족할까요? 게다가 “늦게 일어난다고 해서 해가 뜬 후에 일어나서는 안된다”니. 그래서 내가 요즘 늦게 일어난거군…하고 위안한지 3초도 지나지 않았는데말입니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는 게 어떻게 ‘늦게’일어나는 것일 수 있을까.. 선조들의신비입니다 -_-;;

    그나저나 저 중간에 팔다리떨고있는 아해는 뭔가 했더니, 모세관 운동을 정말 있는그대로 재현해주고 있었네요. 담담님 이거 정말 매일아침 하고 계신가요?ㅎㅎㅎ
    아무튼 유용한 기사 잘 읽었습니다~ 모세관 운동과 음양탕 마시기, 당장실천해봐야겠군요.^^

    • 담담말하길

      아침에 일어날때 쇳소리는 정말 안 좋은거 같아요. 깜짝 깜짝 놀랄때마다 수명이 주는 느낌이랄까..ㅡㅡ; 음양탕을 드실때는 물 받는 순서가 중요해요. 꼭 뜨거운 물 먼저, 그 다음이 차가운 물입니다. 그래야 수화기제의 원리가 이뤄지니까요.^^

  5. 쿠카라차말하길

    와, 다 할 수 있다구요? 대단합니다요. 깰 때 다리 만져서 깨는 거나, 다리 떨기 운동, 자꾸 까먹게 되던데….음양탕 복용은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요즘 눈이 피곤한데, 침으로 닦아 볼까나….우힛

    • 담담말하길

      뭐든지 21일 정도는 꾸준히 해야지 몸이 익히게 된다고 하지요.
      일단 습관이 되서 머리가 아니라 몸이 기억할 수 있게 하는 법이 좋을듯해요. ^^

  6. kamajoong말하길

    글 정말 재밌고, 멋집니다. 다 할수 있는데, 침으로 눈을 씻는것이 쬐깐^^ 거시기합니다요.

    • 담담말하길

      침으로 그냥 씻으라는건 아니구요..
      양치하듯이 입에 물을 머금고 혀로 이를 돌려준 물을 손바닥에 뱉어서 그걸로 하시면 되요.
      눈이 시원해져요^^ 꾸준히 하시면 천리안이 되실지도..ㅎㅎ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