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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호] 새롭게 질문하기: 성매매 합법화가 우리를 구원해줄까요?

- 기픈옹달(수유너머 R)

새롭게 질문하기: 성매매 합법화가 우리를 구원해줄까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질문한다.

“아예 그럴 것, 차라리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와서 보호를 받으면서 하면 깨끗하고 또 안전하지 않을까요?”

현장에 있으면서 상당히 많이 받는 질문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지난 2007년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에서는 창립 20주년과 성매매방지법 시행 3주년을 맞아 ‘독일의 성노동 합법화, 그 이후 우리는 왜 반성매매인가?’라는 주제를 갖고 국제회의를 기획했다1.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에서는 과연 어떤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는 것일까에 대한 궁금증을 직접 눈으로 보고, 듣고, 또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함 이었다. 결과적으로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들이나, 현재 엄격한 성매매 금지를 표방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이나 결국은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에 관한 정확한 법명은 ‘성매매 여성의 법률관계 규정에 관한 법률’로서 2002년 1월 1일에 발효되었다. 그 이전에는 금지도 허용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에 있으면서 성매매 여성들은 각종 위험에 노출되고 있었다. 1970년대 서구의 여성운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독일의 페미니스트 그룹들은 장기적으로는 성매매 철폐를, 단기적으로는 성매매 여성들을 위한 권리를 요구하면서 특히 교육(직업교육)을 강조하게 되었다.

한편 또 다른 자칭 페미니스트 그룹들은 성매매를 여성해방으로 찬양하면서 성매매를 직업으로 인정하고, 기존의 직업들과 동등하게 취급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되었고, 성매매를 국가가 인정하는 직업으로 지정하고 교육지침도 마련해야 한다는 녹색당의 강력한 요구에 따라 결국은 다수결로 법안이 통과 되었다.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에 관한 법률에 들어가는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성매매는 합법적인 것으로 간주되나 ‘다른 직업과 같은 직업’으로 인정되지는 않는다. 성매매는 미풍약속 위반이기 때문에 무효한 법적 행위라고 보는 기존의 입장은 자연스럽게 철폐되며, 액수를 사전에 합의하고 성행위를 한 경우, 이 합의는 법적인 효력을 갖게 된다. 또한 포주와 성매매업소 업주에 의한 성매매 여성의 ‘심각한 착취’는 범죄의 대상이며, ‘정상적 고용관계’가 가능해지고, 성매매 여성들의 상근직 고용 및 사회보험 가입이 의무화되었다. 이 뿐 아니라, 사용자는 성매매 여성이 거절한 성행위를 강요할 수 없으며, 원하지 않는 고객을 강요할 수도 없다. 따라서 성매매 여성이 성매매를 그만두고자 했을 때에는 그것을 용이하게 하고, 이를 국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단, 인신매매, 강제성매매, 미성년자성매매, 불법체류 이주민 성매매 등은 다른 법 규정에서 다루고 있다 .

그렇다면 과연 독일의 성매매 현장은 모든 것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일까? 성매매가 또 다른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되고 있으며, 성을 구매하는 입장에서나, 성매매 여성의 입장에서나 모든 권한이 동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일까?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이후 가장 큰 변화는 바로 성매매가 수면위로 떠올랐다는 점과 성매매 여성의 사회보험 가입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성매매 여성이 고용자로 등록되는 건수는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현지 관계자는 전했다2. 사회보장문제에서도 자신의 익명성을 유지하고 싶어 했으며, 성매매를 금지하는 국가에서나, 성매매를 합법화한 국가에서나 마찬가지로 사회적 낙인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많지 않은 수입에서 세금과 보험료를 떼야 한다는 현실적인 부담감도 적지 않게 작용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성매매가 합법화되었다고 해서 다른 직업과 마찬가지로 ‘똑같다’고 보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독일 성매매 여성들의 독립 조직인 Hydra3에서도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기를 원하는 여성들이 찾아와 상담을 하게 되면 적어도 세 번은 돌려보낸다고 한다. 위험과 폭력에 항상 노출되어 있고, 육체적으로나 심리정서적으로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모르고 선택하려는 여성들에게 자신이 왜 이 일을 선택했는지, 자기의 한계를 잘 알 고 있는지, 자기 방어를 할 수 있는지 상담을 통해서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한다. Hydra 관계자를 비롯한 현직 성매매 여성들조차도 성매매가 ‘정상적인 직업’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또한 당초 이 법안을 만들 당시에는 성매매 여성들이 독자적으로 고객과 서비스와 가격을 협상한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업주의 횡포로 거의 강제적으로 가격을 정한다고 한다. 쉬지 않고 일을 강요하는 것은 이전과 다를 바가 없으며, 오히려 성구매자들에게 서비스 만족도를 물어 만족하지 않은 경우에는 성매매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해 제대로 돈을 지급하지도 않은 사례가 빈번하게 일어난다고 한다. 이에 성매매 여성들은 경찰에 신고를 했고, 또 검찰도 해당업소를 기소했지만, 법원은 소장을 기각했다. 그 이유는 성매매 업소 운영자는 업무규정을 따로 정하고, 감독할 권리가 있다고 하면서 결국은 업주의 편을 들었던 것이다.

성매매 여성의 권리를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 실제로는 업주와 포주들에게 새로운 권리를 부여한 셈이 되었다.

성매매의 합법화는 자국의 여성들 뿐 아니라, 인접한 국가에 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게 되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독일 여성 뿐 아니라 EU 국가, 러시아, 남미, 아시아 등지에서 성매매를 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대거 몰려오는 현실이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언어를 잘 모르기 때문에 각종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특히 악덕 업주에게 이용당하여 불법, 강제 성매매를 하게 될 뿐 아니라, 법적 혜택을 받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인신매매 피해자로 전락하기 쉬운 조건과 환경이 된다. 현재 베를린에서도 외국인 성매매 여성은 전체 성매매 여성의 60%에 달한다고 한다. 가난한 여성들은 돈을 벌기 위해,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독일 남성들을 상대로 위험한 거리 성매매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 스스로 성매매가 합법화되기를 원했지만, 동시에 사회적으로 알려지는 것은 꺼리게 되는 현실, 그래서 법 제정 이후에 특별히 법이 많이 적용되고, 활용되는 것은 아니라고 현지의 관계자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 법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일까? 결국은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고 있는 업주나 성구매자일 것이다.

법과 제도는 사회를 구성하기 위한 최소 단위 일뿐 그 사회의 전체 또는 전부로 대변될 수 없음을 독일의 성매매 합법화 이후의 상황을 통해서 여실히 드러나게 되었다. 어느 법학자가 말했다. 법이란 새로 제정되는 순간부터 개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이는 완전한 법이란 존재할 수 없음을 말해주고 있다. 그 어떤 법과 제도도 성매매 여성의 ‘사회적 낙인’을 담보해 주지는 못한다. 성매매를 합법화하고 성노동자로 등록하도록 했지만, 결국 대부분의 성매매 여성들은 ‘에로틱 마사지사’라는 유사 업종으로 등록했다. 정식으로 고용관계를 계약하고, 사회보험 혜택도 주어졌지만, 많은 여성들이 ‘자영업’으로 등록하길 원했으며, 완벽하게 동등한 고용관계와 그에 대한 대가도 그림의 떡이었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고, 최소한의 구성요소만 갖추어진다면 때와 장소는 물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겨나는 것이 또 범죄이다. 또한 성매매 업소 및 성매매 여성의 세금신고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성매매 업종의 수입을 표준화하는 방안까지 연구 중이라고 한다. 이처럼 법 제정 이후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노력들이 결국은 당초 법 제정의 목적과는 다르게 성매매를 활성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법과 제도가 능사는 아니다. 이제는 성매매 금지주의 정책과 합법화 정책의 이분법적 사고에 고착되기 보다는 자본주의 사회, 가부장 사회, 계급, 젠더, 섹슈얼리티, 정치, 도덕, 윤리 등의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새로운 질문을 구성하고 더불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실천적 전략이 필요할 때이다.

– 최정은(W-ing)
  1. (사)성매매근절을 위한 한소리회는 우리나라 최초로 만들어진 반성매매 운동을 하는 민간단체들의 연합체 이다. 본 글은 2007년 국제회의 준비 차 방문한 독일에서의 기록 및 방문 관련 자료와 자료집 ‘독일의 성노동 합법화, 그 이후 우리는 왜 반성매매인가?’ 에 근거하여 쓴 글임을 밝혀둔다. []
  2. 연방정부 보고서에 의하면 서면인터뷰에 참여한 성매매 여성 305명 중 단 3명(1%)만이 고용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
  3. 1980년에 설립된 성매매 여성들의 독립조직으로서 성매매 여성들에게 일상의 문제, 직업 전환, 부채 상담, 복지 지원 및 안전한 섹스에 대한 상담 및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

응답 1개

  1. 북극곰말하길

    궁금했던 물음인데 생각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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