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책꽂이

[2호] 배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

- 편집자

배움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들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었다. 올해는 그동안 평범한(?) 교사로 살아오던 나에게는 좀 색다른 한 해가 될 것 같은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일이 나에게 부과된 것도 그런 색다른 경험 중의 하나가 될 듯하다.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과 경험을 글로 표현한다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는 부담감과 다른 사람들과 공유함으로써 만들어가는 즐거움과 성취감이 주는 기대감에 은근히 배가 부르다. 나는 앞으로 주로 책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를 풀어나가려고 한다. ‘책 이야기’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기에, 책과 관련한 이야기보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두둑한 편이라고나 할까?

오늘은 좀 거창하게 ‘배움’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얼마 전 새해가 막 시작되던 날 아침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어느 체육 교사(김수로)가 영어 공개 수업을 하는 장면이었다. 어떤 사연으로 인해 체육 교사가 영어 교사로 둔갑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 교사는 공개수업 시간 내내 쩔쩔매면서도 다양한 교수법과 진땀나는 쇼맨십으로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하고 있었고, 그것을 바라보는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의 표정에는 그를 못 미더워하는 모습이 역력히 드러나 보였다. 비록 영화 속 허구적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교사의 입장에서 그런 장면을 보니, 그다지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게다가 올해부터 교사평가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된다고 하지 않는가.

아무튼 기적과도 같은 일이 일어남으로써 영화 속 수업은 성공적이면서도 감동적으로 끝났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 시선을 사로잡았던 장면은 바로 다음에 나오는 학생들의 인터뷰 장면이었다. 그의 수업을 들은 학생들은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하나같이 ‘그렇게 노력하는 성실한 교사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다. 우리에게는 수능 영어 점수 1점이라도 더 올려주는 실력 있는 교사가 더 필요하다. 그런 교사는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것을 본 교사는 한동안 얼굴을 가리고 대성통곡을 하는데, 영화 속 한 장면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사실적이고 현실적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 교사와 함께 울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지금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배운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좀 극단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요즘 학생들은 교사가 수업 시간에 교과서 외의 이야기를 하면 다른 교과목 문제집을 풀거나 학원 숙제를 한다. 때로는 교과서 진도나 나가자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문학을 가르치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 만한 자료를 많이 나누어 주는데, 학생들은 그런 것을 귀찮아한다. 시험 범위에 포함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제 학교에서는 공부와 배움의 즐거움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학생들의 삶은 박제화되어 가고 있으며, 그로 인해 감정 교류가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교사는 그저 성적과 평가를 위한 수단으로만 보일 뿐이다. 이런 상황은 도리어 학생들 자신을 괴롭히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안 그렇겠는가? 입시 스트레스로 망가진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주체하지 못해 자기보다 약한 대상을 괴롭히기 일쑤며, 남들이 잘되고 못되는 것에 대해 매우 예민하게 반응한다. 그런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어쩌지 못하는 교사의 마음도 황폐화되기는 마찬가지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는 각자 자신의 마음을 먼저 추스르고, 현실에 지나치게 긴장하지 않고, 세상과 소통하고 공감하는, 참된 배움의 길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배움과 학문의 길이 무엇인지를 다룬 책 몇 권을 소개하려고 한다.

누구 못지않게 열정적으로 공부의 즐거움을 만끽했던, 또는 지금도 만끽하고 있는 사람들이 쓴 책들이다. 히로나카 헤이스케의 <학문의 즐거움>은 일본의 수학자가 자신의 성장 과정과 학문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풀어 쓴 글이다. 호기심과 끈기가 배움의 원천임을 알게 된다. 우리나라의 내로라 하는 학문의 달인들이 쓴 <공부의 즐거움> 역시, 공부란 억지로 하는 게 아니라 대상에 대한 관찰과 앎의 즐거움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포리스터 카터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은 인디언의 삶의 방식을 통해 진정으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리처드 파인만의 <파인만씨 농담도 잘하시네>는 어느 천재 물리학자의 경쾌한 삶을 다룬 이야기이다. 인생을 즐기면서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실감하게 된다. 지금까지 언급한 책이 좀 우리의 삶과 좀 동떨어진다고 생각한다면, 고미숙의 <공부의 달인, 호모 쿵푸스>를 읽어보시길.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했던 공부에 대한 선입견을 깰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다. 정민의 <책 읽는 소리>에는 머리가 따라 주지 않아도 열심히 공부하여 수천번, 수만번씩 책을 읽는 우리 조상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나온다. 숀 코비의 <성공하는 10대들의 7가지 습관>에는 습관의 중요성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곁들여 재미있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데즈카 오사무의 <어머니는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하셨다>는 공부가 책상 앞에 앉아 무작정 외기만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새삼 알게 해 준다.

참, 이런 책들은 학생들만 읽는 책이 결코 아니다. 나는 20대 후반에서 30대에 이 책들을 읽었고, 현재 내 삶에 여전히 중요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어떤 책들은 사실 어른이 되어서 읽어야 더 잘 이해가 될 책들이다. 다만 젊은 시절에 그렇게 공부의 즐거움을 누려 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 뼈아픈(?) 후회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입장과 차이라면 차이랄까. 이 책들을 읽으면 알게 될 것이다. 공부가 곧 삶이요, 삶이 곧 공부라는 것을.

– 김대경(고등학교 교사)

응답 1개

  1. 욱스말하길

    와, 좋은 책들을 무진장 많이 소개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저도 몇권 담아다 배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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