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피가 모자라

- 담담

공포영화도 아닌데 이게 뭔 소리여? 피가 모자란다니? 드라큐라여 뭐여? 학창시절 서태지 노래 중에 교실이데아란 곡을 역방향으로 재생해서 들으면 ‘피가 모자라 어쩌구 저쩌구’라는 말이 들린다고 해서 한동안 악마의 메시지 논란이 일기도 했었다. 나만 기억하는거 아니지? 응? 응? 아..계속 딴 소리군..하여튼 피가 모자란다. 그렇다고 놀라지들 마시라. 이 말 내가 한 말이 아니다. 헌혈 아주머니의 말도 아니다. 원대의 이름난 의학자였던 주단계 선생이 한 말이다.

드라큐라 백작이 아니라 주단계 선생 왈 “피가 모자라”. 양은 남고 음은 모자란다는 양유여음부족(陽有餘陰不足)론.

< 격치여론>에서 그는 “사람은 천지의 기를 받아서 태어난다. 하늘의 양기는 기가 되고, 땅의 음기는 혈이 된다. 따라서 기는 항상 남음이 있고, 혈은 항상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소위 ‘양유여음부족(陽有餘陰不足)’론. 양은 항상 남고 음은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에도 말했듯이 양은 호흡으로 기를 형성하고, 음은 음식으로 혈을 만든다. 그런데 양은 항상 남으나 음은 항상 부족하니 음을 보충하는 것을 위주로 해야 한다는 것이 주단계 선생의 주장이다. 왜냐? 해가 양이고, 달이 음이라 할 때 해는 항상 충만하지만, 달은 차고 기우는 것이 있듯이 음 역시 사그라들고 자라남이 있다는 것. 따라서, 음은 부족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기를 북돋으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오히려 몸에 좋은 그런 음식들이 음허화동을 일으키 때문에 식욕과 색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담담’한 음식들을 먹으라는 것이다. 현대인들 특히 명심할 바이다. 몸에 좋은 고량진미라면 뭐든지 먹을 기세, 이거 문제다!

물론 이를 반박하는 이들도 많다. 음을 너무 강조한 나머지 너무 한 쪽으로 치우치게 되었다는 것이다. 기와 혈을 양과 음으로 나눈다고 해도, 기 역시 영기(營氣)와 위기(衛氣)로 나눠지고 이것이 또 양과 음을 구성한다. 다른 모든 동양적 사유 개념들이 그렇지만 양과 음은 어떤 고정된 무언가가 아니라 상대적인 것이다. 그러므로 양이라고 양이 아니고 그것이 어떤 배치 속에 있느냐에 따라 음이 되기도, 양이 되기도 한다. 음.. 그런 복잡한 얘기는 일단 생략하고..ㅡㅡ; 다시 컴백.. 하여튼 주단계 선생 왈 “피가 모자라”.. 기와 혈을 사람의 몸을 이루는 기본이라 할 때 기는 항상 남으나 혈은 항상 부족하다는 것이 단계 선생의 주요 논지였다. 여성 분들 경우에 특히 이런 혈허(血虛)로 고생하는 분들 많다.

아~ 빈혈~. 빈혈이라면 천궁, 당귀를 끓여 드시라.

여성들의 경우 손발이 차갑거나 생리불순을 호소하는 이들이 많은데 모두 혈허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때 사물탕이 대표적인 처방이다. 숙지황, 작약, 천궁 당귀가 들어간다. 약탕기도 없고, 보약 지으러 한의원 가기도 귀찮다고? 그럼, 천궁, 당귀만이라도 끓여 드시라. 궁귀탕이라고 혈약에 으뜸으로 치는 처방이다. 집에서 차로 끓여먹어도 좋다. 요즘에는 *마켓이나 인*파크 같은 인터넷 사이트에서도 손쉽게 파니 집에서 사서 끓여들 드시라.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귀찮지도 않다. 맨날 몸 안 좋다고 말만 하면서 왜 조그만 노력 하나 안 들이려고 하는데? 응? 응?

물론 피가 부족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나 요즘같이 잘 먹는 세대들에서는. 오히려 문제는 부족이 아니라 돌지 않아서이다. 통하지 않는 것. 한의학에서 유명한 말이 있다.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것. 이 말 꼭꼭 명심하자. 오늘 이 한 마디만 건져가도 대박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하여튼 통하지 않고 고여 있으면 썩는다는 것. 이거 만고불변의 이치이다. 사람의 몸 역시 마찬가지다. 생리적 기능을 상실한 혈액이 응결되어 형성된 어혈(瘀血)이 대표적이다. 요즘 한의학에서 가장 많은 처방 중 하나가 어혈을 풀어주는 것이다. 혹자는 “한의원에 갔더니 뭐 모든게 다 어혈이래” 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열 가지 병 중에 아홉 가지가 담(痰)으로 생긴다는 ‘십병구담(十病九痰)’ 이라는 말이 있다. 이처럼 대개의 병의 기본은 피가 막히거나 기가 막히거나 무언가가 막히고 순환이 되지 않아서 생겨나는 병이다. 아! 기막히고 피막힌 세상이여! 이는 그만큼 현대인들이 막혀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리라. 아! 소통하지 못하는 현대인들이여!

통즉불통 불통즉통 (通卽不痛 不通卽痛)! 즉 통하지 않으면 아프고, 통하면 아프지 않다는 것. 이 말 꼭꼭 명심할 것!!

따라서 이는 혈만의 문제는 아니다. 혈과 기를 따로 분리해서 생각해서는 안된다. 혈은 기의 짝이기 때문이다. 짝꿍이 있어야 움직이는 것처럼 혈도 기가 흘러야 움직인다. 그러니 피가 잘 안 돌아 문제라면 혈을 보하는 것 만큼이나 기를 보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기는 혈을 이끌고 다닌다. 기가 흐르면 혈이 흐르고 기가 멈추면 혈이 멈추며, 기가 따뜻하면 혈이 매끄럽게 흘러가고 기가 차가우면 혈이 껄끄러워 잘 흐르지 못한다. 병이 혈에서 생겼을 때는 기를 조절하여 치료할 수 있으나, 병이 기에서 생겼을 때는 구구히 혈을 조절한다고 해도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그러므로 사람을 치료할 때는 기를 조절하는 것이 첫째이고 혈을 조절하는 것이 그 다음이다. 이것이 선양후음(先陽後陰)의 뜻이다.” – 동의보감

신체의 모든 부분은 혈의 영양과 자윤에 의해 유지된다. 혈액이 충만하면 얼굴 색이 붉고 윤기가 나며 피부와 모발이 윤택하고 근골, 기육, 장부가 튼튼하지만, 혈액이 부족하면 얼굴이 누렇게 되고 피부와 모발이 거칠어지며, 근골이 연약해지거나 구급 증상이 발생하고 기육이 수척해지며 장부가 쇠약해진다. 눈은 혈이 있어야 볼 수 있고, 발은 혈이 있어야 걸을 수 있으면, 손은 혈이 있어야 죌 수 있고, 손가락은 혈이 있어야 물건을 집을 수 있다. 감각과 운동기능 모두가 이 혈액의 영양작용에 의존한다.

모든 혈증은 열증이다. 음을 보하고 양을 억눌러 치료한다.

그럼, 이러한 혈을 상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나? 열(熱)! 모든 출혈은 다 열증이다. 혈은 열(熱)을 만나면 흐르고, 한(寒)을 만나면 엉긴다. 코와 입에 출혈이 있는 것은 양성음허이다. 올라가기만 하고 내려오지 않으니 혈이 기를 따라 올라가 상부의 구멍으로 넘쳐흐르는 것이다. 그러니 치료할 때는 음을 보하고 양을 억눌러야 한다. 소변에서 피가 섞여 나오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열이 하초에 있어서 방광으로 열이 옮겨지면 요혈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바짝바짝 피가 마른다는 표현이 얼마나 심각한 표현인 줄 알겠지? 그러니 주위 사람들 애간장좀 그만 태우시라.

동의보감에 소개되고 있는 코피를 멎게 하는 비법 하나. “모든 약을 써도 코피가 멎지 않는 것을 치료할 때는 실로 가운데 손가락의 가운데 마디를 묶는다. 왼쪽에서 피가 나면 오른쪽 손의 가운데 마디를 묶고, 오른쪽에서 피가 나면 왼쪽 손의 가운데 마디를 묶으며 양쪽에서 피가 나면 양쪽을 모두 묶는다. 혹은 색실을 사용한다.”

눈을 보호하라! 혈을 지키기 위한 제일 철칙. 중간중간 눈을 감아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 분도 혈이 많이 부족한 듯.

혈이 모자란 이라면 오랫동안 모니터 화면을 쳐다보거나 책을 보는 일은 피하시라. 눈을 오래 쓰는 것만큼 피를 마르게 하는 것도 없다. 또한 낮의 활동으로 소모된 혈을 수면 중에 보충하는 것이 필요하다. 밤새 모니터 화면 앞에서 눈을 혹사시키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을지. 보여지는 대상의 움직임이 심하거나 빛 자극이 강할수록 눈은 피로해지고, 더 많은 피가 샌다. 그러니 자주 의식적으로 눈을 감아주자. 특별한 이유없이 피곤한 분이라면 더더욱. 눈을 지키는 것이 혈을 지키는 것이다. 특히나 하루종일 모니터 앞에 앉아 게임에 중독되 버린 아이들. 이들의 눈과 혈을 지키기 위해 가능한 눈을 쉬게 해줘야 할 것이다.

-담담1
  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 손영기 한의사 홈페이지 마이너스클럽>을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응답 3개

  1. 울새이말하길

    눈을 오래 쓰면 피가 마른다고 했는데.. 肝壯血의 이치인가요? 간과 눈이 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눈을 혹사시키면 간에 무리를 주고 간에 무리가 가면 혈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는 이치인가요? 궁금타…

    • 담담말하길

      우왕..저보다 잘 아시네요..^^ 동의보감에는 ‘오래 보면 혈을 상한다(久視傷血)’고 나와있어요. 일단 눈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혈을 많이 소모하는 것이기는 하지요. 보고, 걷고, 잡고 하는 것들이 모두 혈을 사용하는 것인데, 눈은 특히 피를 소모하는 바가 크지요. 눈을 많이 쓰시는 분들이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것도 이 이유이구요. 그래서 잠잘 때 불을 끄고 눈을 충분히 쉬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또, 사람이 잠잘 때 혈이 간으로 들어간다는데, 눈을 뜨고 있으면 간에 피가 저장이 제대로 안되겠지요. 물론 눈과 간은 같은 오행상 목기운에 해당하니 서로 통한다고 보는 것이고요.

    • 울새이말하길

      감사 ^^ 이 칼럼은 제게 너무 유용해서 보고 또 보고 한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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