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코리아

축복받으세요? 대한민국

- 소모뚜

축복받으세요? 대한민국

지난 7일 캄보디아 이주노동자 보이씨가 단속을 피해 도망가다 중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출입국직원에게 쫓기게 된 보이씨는 낭떠러지에서 구르면서 앞니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졌답니다. 양 팔목 뼈가 모두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졌다고 합니다. 의사는 치료가 끝나도 손목의 움직임이 정상으로 회복되기 힘들 거라고 했답니다.

보이씨가 2008년 한국에 온 것은 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서랍니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해서 번 돈을 학교에 다니는 동생에게 보냅니다. 그에게는 대학 진학을 앞 둔 동생이 한 명 더 있답니다. 보이씨는 병원에 찾아 온 이주민 지원 활동가에게 고향에 있는 가족들에게 돈을 보내지 못하게 된 것이 걱정된다고 했답니다. 이 말을 듣는 저는 그의 마음이 곧 나의 마음이 됨을 느끼며 가슴속에서 울컥 눈물 한 웅큼 솟아올랐습니다.

15년 전 한국에 온 저는 박스 공장에서 일을 했습니다. 아침 8시부터 밤11시까지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일주일에 3일 정도는 자정이 넘어야 일이 끝났습니다. 몸은 피곤하였고 일은 익숙하지 못했습니다. 사장은 마치 구멍 난 물통에 물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사람 같았습니다. 저에게는 기계 작동법도 잘 가르쳐 주지 않으면서 일은 아주 잘 하기를 바랐습니다. 저는 사장님 욕심을 채워주기 위해 정신없이 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일을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되던 어느 날 사고가 나고 말았습니다. 장갑을 낀 왼손이 로울러 사이로 들어가 버린 것입니다. 급히 손을 빼냈지만 손가락은 이미 납작해진 뒤였습니다. 모든 손가락에서 피가 나고 손톱은 다 망가져 있었습니다. 그 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것은 ‘내 손가락 어떻게 하지?’ ‘내가 좋아하는 기타는 어떻게 하지?’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집에 돈을 보내야 하는데 어떡하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고향에서 어릴 때부터 듣는 말 중에 ‘부모님 잘 모시고, 가족을 잘 돌보는 사람은 축복받습니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온 것은 나의 몸이 조금 희생되고 나의 꿈을 미루고라도 부모님과 형제들을 돌보려 한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지역마다 생각이 조금은 다를 것이고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드는 생각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을 나쁘다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더구나 대부분 정치경제적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볼 때는 더욱 그렀습니다.

보이씨는 어렸을 적 어떤 꿈을 가지고 있었을까? 어떤 꿈을 꾸며 한국에 왔을까? 자신에게 이루어지길 원하던 꿈은 무엇이었을까? 그에 가족은 지금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저는 그가 축복을 꿈꾸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때문에 저는 오늘 그에게 눈물 한 웅큼 머금은 입술로 인사를 전합니다.

“밍글라바, 밍글라바 코리아”

보이씨에게 축복이 되는 것은 코리아에게도 축복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가 쫓기지 않게 되면 집 없이 거리에서 잠자야 하는 한국사람이 쫓기지 않게 될 것입니다. 그가 걱정없이 치료 받게 되면 일을 하다 다쳐 아이들을 걱정하던 한국사람 노동자들이 걱정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진정한 밍글라바, 축복입니다. 버마의 새해 축제(띤잔 물축제)를 지내며 밍글라바 축복의 새해인사를 올립니다.

– 소모뚜(이주노동자의 방송 www.mwtv.kr)

응답 2개

  1. 달맞이말하길

    축복을 받기 위해 찾아온 땅에서, 축복과는 무관하게 살아가야 하는 이야기가 참 아픕니다. 하루 빨리 서로가 서로에게 복을 빌어주는 세상, 쫓기지 않고 쫓지 않는 세상이 와야 할 텐데요. 잘 읽었습니다.

  2. 오뚝이 자빠졌다말하길

    새 코너가 생겼네요.
    코리아 사람들은 모르는 코리아 많이 많이 알려주세요.
    글 감동적으로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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