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4대강 사업, 지속불가능한 발전을 지속할 것인가

- 기픈옹달(수유너머 R)

4대강 사업, 지속불가능한 발전을 지속할 것인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는 녹조현상으로 인해 청계천 관리비용이 매해 30%씩 증가하고 있다. 청계천은 자연하천을 체계적으로 복원한 것이 아닌 수돗물을 펌프로 끌어올려 흘려보내는, 일종의 인공 분수이다. 게다가 개천 바닥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져 정화작용을 거의 못하기 때문에 물이 썩어 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청계천을 복원한다고 했을 때 우리 문화의 자존심인 수표교가 복원 되는 줄 알고 쌍수를 들고 환영했지만 수표교 복원은커녕, 발견된 문화재들을 훼손하고 수장해 버리는 등 졸속 복원된 청계천을 보고 “내 발등을 찧고 싶을 만치 후회와 분노를 느낀다”고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나중에 슬기로운 사람이 나와서 제대로 복원하게 둘 것을, 청계천에서 벌어 먹던 사람들 좀 더 먹고살게 놔둘 것을” 하며 청계천 복원 사업에 찬성했던 한 사람으로서 민망하고 부끄럽다고 했다.

“청계천에서 발견된 돌덩이들은 별로 가치가 없다”고 말한 이명박 서울시장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었고 하천 토목공사의 규모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바로 경부 대운하사업이다.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그 사업은 국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고, 2008년 6월 촛불집회 이후 정부는 대운하 사업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정부는 대운하 사업의 이름을 ‘4대강 살리기’ 로 바꾸고 2009년 9월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4대강 사업은 남한강, 금강, 영산강, 낙동강에 평균 10m가 넘는 대형 댐을 16개나 만들고, 배가 다닐 수 있도록 강바닥을 7m 깊이로 파헤치며, 근처의 비옥한 농토와 모래사장, 그리고 습지를 자전거 도로, 골프장, 경마장, 경륜장 등으로 바꾸는 등 가히 엽기적이랄 수밖에 없는 대형 토목공사이다. 이미 4대강 유역이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과 대운하 사업이 이름만 바꾼 똑같은 사업이며, 더불어 4대강 사업의 파괴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정권에 장악되어 버린 대중매체에서 ‘4대강’ 문제를 전혀 다루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 지킴이를 자처 하던 조선, 중앙, 동아일보 같은 보수언론 또한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이나 파괴현장을 한 줄 보도 하지 않는 대신 4대강 사업을 정당화 하는 정부, 한나라당의 발언만을 기사화 하고 있다. 언론인지 청와대 홍보부인지 구분하기가 힘들다.

낙동강파괴 전후 2010년 3월 현재 (출처:http://save4rivers.blogspot.com/) *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정부가 내은 4대강 사업의 구실은 첫째, 대한민국은 UN이 정한 물 부족 국가이므로 수량을 확보해야한다. 둘째, 4대강 수질이 나쁘므로 강바닥을 파고, 보(댐)을 만들어 수질을 개선해야한다. 셋째, 홍수, 가뭄 대비용으로 보(댐)을 만들어야한다. 넷째, 4대강 공사는 서민복지 사업이며, 34만 개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다. 이상 네 가지이다.

하지만 이 네 가지 주장 모두 4대강 사업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첫째, UN에서는 대한민국을 물부족 국가라 발표한 적도 없고, 대구 주변을 제외한 4대강 수질은 모두 1,2등급으로 수질을 개선할 필요가 없다. 수질을 개선하고 싶다면 4대강 본류가 아닌 지천을 관리 해야한다. 즉 본류 보다는 오염원에 가깝고 수량이 적은 지천의 오염도가 높으므로 진정 수질 개선을 한다면 오염물질을 지천에 흘러 보내는 공장들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업에서는 지천 관리나 오염원 관리는 없고 손 댈 필요가 없는 본류만 손대는 것이다. 또한 모래가 자정 작용을 하는 것은 누구나 안다. 우리나라 강은 원래 모래가 많고 깊이가 1-2m 정도인 강이다. 그 강을 억지로 7m 수심을 유지하기 위해 강 바닥을 파버린다면 강의 자정능력 상실은 물론, 생태계가 완벽하게 파괴 되는 것은 뻔한 것이다.

둘째, 우리나라 가뭄, 홍수 지역은 대부분 강원도 산간지역, 섬 지역으로 4대강 사업 유역과 홍수피해 지역은 전혀 상관이 없다. 더군다나 2006년 까지 우리나라는 하천을 97% 정비하였으므로 강에 손을 댈 이유가 전혀 없다. 특히 남한강은 우리나라에서 어종이 가장 풍부한 가장 건강한 강으로 강 생태계를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된다.

셋째 우선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해결한 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왜냐하면 홍수용은 댐을 늘 비워야 하고, 가뭄용은 댐을 늘 채워야 하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며, 지금의 설계처럼 댐에 물을 늘 가두어 놓을 경우 홍수의 위험은 증가한다.

넷째, 22조원을 투자하는 4대강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결식아동 급식 지원비, 저소득층 에너지 지원비, 장애인 활동 보조비, 교육예산 등의 주요 복지 예산을 대폭 삭감하거나 아예 삭감 하였으므로 정부의 ‘친서민 복지’사업이라는 주장은 모순이다. 또 정부는 사업비가 22조 드는 4대강 사업으로 34만개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하였는데 이 사업과 규모가 비슷한 판교 신도시 공사를 예를 들어 보면 근로자 34만 명이 3-4년 동안 모여서 공사를 했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판교신도시 공사현장에서 일한 사람은 1-2만명에 불과했다. 또 하나의 사례로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하여 강원 개발공사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비 2조원 규모의 리조트 공사를 들 수가 있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그곳에서도 3만명이 공사를 하고 있어야 하지만 현재 공사 인원은 고작 2,000명 내외에 불과하다. 그나마 이 일자리는 공사가 진행되는 동안만 유지되는 단기 일자리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내놓은 구실 중에 어떤 것도 왜 보(댐)를 10m 높이로 만들고 강바닥을 7m나 파야하는지 설명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보통 ‘보’는 높이, 수심 모두 1-2m로 흔히 상류의 물을 가두어 용수 확보용으로 쓴다. 그런데 4대강 사업의 ‘보’는 높이가 무려 10m나 되며 수심도 7m 이상 되는 사실상 ‘대(大)댐’ 이다. 정부는 국민들이 ‘댐’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이 있는 것을 잘 알기에 간교하게 ‘보’라고 이름을 바꾸어 붙인 것이다. 2008년 12월 정부는 운하 포기 발표를 하면서 “대운하 사업에서는 배가 다니기 위해 6m로 수심을 유지해야 하지만, 4대강 살리기 사업은 수심이 1-2m 내외 이므로 대운하가 아니다” 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수심 7m 즉, 배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깊이로 강을 파내고 있다. 현재 4대강 보(댐)의 수문의 설계만 갑문으로 변경하면 경부 대운하와 다를 것이 없다.

4대강 사업은 90년대 일본 정권이 경기 활성화를 한다는 명목으로 대형 토목 공사를 자행하여 경기를 더욱 깊은 침체에 빠뜨린 것과 너무나 닮아있다. 1990년대 일본의 중앙 정부와 지방정부는 거품붕괴라는 위기에 직면하여 토목공사 확대를 통한 위기 탈출을 시도한바 있으나, 그 결과는 참담 했다. 경기회복은 커녕 국가 부채만 크게 늘려 놓았기 때문이다. 1993년 이후 15년간 일본의 1인당 실질 GDP 성장률은 OECD 국가들 중에서 가장 낮았다. (17.9%). 일자리 증가율도 -0.6%로 15년간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들었다. 반면 비슷한 시기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집값이 ¼ 토막나는 거품붕괴 위기 속에서도 대학교육개혁, 근로자 교육개혁을 통해 경기회복과 안정적 성장기반 구축에 성공했다. 1993년 이후 이 국가들의 1인당 실질 GDP성장률은 43.7%~62.3%로 OECD국가들 중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했다. 같은 기간 일자리 증가율도 15.6%~20.8%로 일본과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았다.

북유럽의 성공적 사례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돌이킬 수 없이 파괴하였으며, 경기 부양에도 철저히 실패한 일본의 토건 정책을 그대로 흉내 내는 이유는 바로 ‘임기 내’에 눈에 띄는 실적을 남기겠다는, 그리고 ‘임기 내’에 토건사업으로 소수의 이익을 보장해주겠다는 계산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전국의 모든 도시를 아파트 숲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수 만년 흐른 강까지 재개발 하다니 어이없다는 말 외에는 딱히 떠오르는 표현이 없다.

83년 4월 현대건설 이명박 사장은 ‘연천 댐’ 건설의 필요성을 역설, 홍수피해가 나면 현대건설이 책임지겠다며 각서까지 써서 연천 댐을 설계 시공했지만, 부실공사로 96, 99년 두 차례나 붕괴 96년 7천명의 이재민, 99년 5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막상 문제가 생기자 현대건설은 이명박 전 사장이 쓴 각서가 무효라고 주장했고, 주민들이 일부 보상을 받는 데는 9년이나 걸렸다. 지금 4대강 유역에 건설중인 특수댐은 수리모형도 만들지 않고 설계에 들어갔다. 환경평가-설계-시공까지 2년안에 끝내야 하기 때문에 모형 만들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4대강 사업에 설치되는 댐은 홍수와 가뭄을 동시에 조절하는 ‘세계 최초 신개념’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댐이다.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이상한 댐을 수리모형 단계도 거치지 않고 설계에 들어가 시공하고 있다는 것은 일종의 시한 폭탄을 만드는 것과 같다.
보통 1-2년 걸리는 환경영향 평가를 단 2개월만에 끝내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한지 5개월이 지난 현재 낙동강 제일 절경이라 꼽히는 상주 경천대, 구담습지가 망가지고 우리나라에서만 산다는 희귀식물인 남한강 단양쑥부쟁이 자생지가 절반이상 파괴되었다. 이 외에도 환경 재앙은 계속 일어나고 있다.

물이 고이면 썩는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보나 댐을 철거하고, 하구둑도 일부 개방하는 추세이다. 미국에서는 1912년 부터 총 467개의 댐과 보를 철거 하였고, 이명박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모델로 삼은 독일의 ‘라인-마인-도나우’ 운하는, 경제성도 없거니와 운하 건설로 홍수, 가뭄이 심해지고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 결국 10여년 전부터 재자연화 사업을 시작했다.

이 정권은 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가. 다른 나라는 시간과 돈을 들여 직선화 하거나 운하화 하였던 강을 자연화 하느라 공을 들이고 있는데, 모래가 살아있는 건강한 강을 콘크리트 덩어리로 막아 저수지로 만든다니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강을 흐르게 두어야 한다. 강은 한 정권의 소유도 아니고 국민의 소유도 아니다. 스스로 그러한 것이 자연이고, 강은 스스로 흘러야 하는 것이다.

– 박은선(예술+건축 독립잡지 어반드로잉스 발행인, 리슨투더시티 디렉터)
http://urbandrawings.blogspot.com

응답 2개

  1. N말하길

    필자명이 표지에는 박은’석’으로 되어있네요. 박은’선’이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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