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수유너머

꿈에 대하여

꿈에 대해서 어떻게들 생각하시는지? 꿈해몽 이야기 하나둘씩은 알고 있으리라. 돼지꿈을 꾸었으니 로또를 산다거나, 떨어지는 꿈을 꾸면 키가 크는 꿈이라거나. 태몽에 뭐가 나오면 귀인이라는 등. 그렇다면 꿈이란 미래를 예지하는 기능을 하는 것일까?

이와 반대로 서양에서의 꿈은 무의식을 이해하는데 사용된다. 프로이트의 유명한 말인 ‘꿈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왕도’가 좋은 예일 것이다. 잠들어 있는 의식이 교묘히 벌이는 비논리적 작업이야말로 인간 정신세계의 기능과 구조를 밝혀낼 열쇠라는 것. 꿈을 해석할 수 있다면 인간 정신의 무의식적 활동을 완전히 이해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꿈을 통해 무의식의 기제의 표출을 보고, 그 안에 잠재해있는 욕망을 본다는 것이 프로이트가 꿈을 해석하고자 했던 이유였다. 프로이트에게 꿈이란 낮 동안 무의식 세계에 쌓인 과도한 정신적 자극을 해소하는 출구인 동시에, 쾌락원리에 따라 이 해소 활동이 수면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수면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이다.

프로이트 선생 왈, ‘꿈은 무의식을 이해하는 왕도’라고. 그러나 꿈이 단순히 무의식의 발현이기만 할까?

그렇다면 동양의학에서는 꿈을 어찌 볼까? 그렇다. 지금까지 글들을 봐왔다면 눈치 채셨겠지만, 꿈 역시 몸의 문제로 보고 있다. 꿈이 낮동안 활동의 잔상의 재현이나 구성이 아니라, 몸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 이것이 동양의학에서 꿈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이다. 어떤가?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혹시 눈치를 채고 있으신 분이 있는지 모르지만, 백수건강법 글들은 동의보감의 목차 순서를 따르고 있다(뭐, 따지지 마시라. 중간중간 안 그런 것도 있기는 하다). 신형-정-기-신-혈. 그리고, 혈 다음이 몽(夢)편이다. 그럼, 왜 혈 편 다음에 몽 편이 나왔을까? 어느 책이던 마찬가지이지만, 목차가 중요하다. 목차의 순서가 그냥 저자가 생각나는 대로, 아니면 저자의 편의에 의해 그냥 정해진 것이 아니란 말이다. 텍스트를 읽는 방법 중 하나. 목차를 먼저 충분히 살펴보시라! 외우면 금상첨화인건 말할 것도 없고. 목차를 외우고 그 텍스트가 의도하는 바를 충분히 생각하고, 텍스트를 접근해 보시라! 책을 읽는 새로운 눈을 뜨이게 해줄테니.

하여튼, 다시 돌아와서. 혈 편 다음에 꿈이 나오는 것은 꿈이 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하면, 혈이 충실한 이라면 꿈을 꾸지 않는다. 자는 것이 깨어있는 것과 동일한 상태인 것이다. 자면서도 화두를 놓치 않는 몽매일여(夢寐一如)는 이런 상태를 말하는 것이리라. 이는 단지 비유적인 표현이 아니다. 잠에 들기전까지 한 생각을 골똘히 하면 깨어날때도 그 생각이 이어질 것이다. 그렇게 화두를 꿈 속에서까지 들고 가는 것, 이것이 수련을 하는 자세이다. 이와 반대로 혈기가 부족하면 깨어있어도 자는 상태와 비슷하다. 깨어있으면서도 꿈과 같은 상태인 비몽사몽(非夢似夢)인 상태! 깨어서도 꿈에 취해 이것이 현실인지 꿈인지 헷갈리는 사람들, 사이버 세계에서 헤어나오지 못해 현실과 구별 못하는 이들은 혈기를 보충하시라.

비몽사몽인 상태를 살고 계신 분들. 혈기를 보충하시라.

그럼, 동의보감에는 꿈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가? 꿈이란 모두 혼백(魂魄)이 사물에 작용하여 꾸는 것으로, 몸이 사물과 접하면 일이 생기고, 신(神)이 사물과 마주치게 되면 꿈을 꾼다고 말한다. 이 때 사기가 침범하여 혼백이 불안해져 꿈을 꾸는데, 이는 혈기가 적기 때문이다. 그리고, 혈기가 적은 것은 심(心)에 속한다. 또한 신(神)을 저장하는 곳은 심(心)이다. 그러니 옛날 진인(眞人)은 잠을 자면서도 꿈을 꾸지 않았는데, 이는 신(神)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혈기를 보해 신(神)을 보전해야 한다.

또한 어떤 꿈을 꾸는지도 몸의 상태와 관련되어 있다. 날아다니는 꿈을 꾸는 것은 나쁜 기운이 상초에 들어가서 그런 것이다. 반대로 떨어지는 꿈을 꾸는 것은 나쁜 기운이 하초에 성한 것이다. 꿈에 불이 나는 것이 보이면 심(心)에, 꿈에 날아다니는 것은 폐(肺)에, 큰 나무가 보이는 것은 간(肝)에, 무너진 집, 비바람 치는 꿈이면 비(脾)에, 물에 빠져 가라앉는 꿈은 신(腎)에 나쁜 기운이 침입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놀러다니는 꿈은 방광에, 음식을 먹고 마시는 꿈은 위(胃)에, 성교하는 꿈은 생식기에, 달아나려 해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꿈은 종아리에 침입한 것이다. 에이. 말도 안된다고? 그런게 어딨냐고? 그러나 생각해보자. 정신이 몸과 하나라면, 꿈이라는 것 역시 자신의 몸의 기운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이 그렇게 이상한 이야기인가? 오히려 꿈을 자신의 몸과 분리시켜 사고하는 것이 이상한거 아닐까?

이것이 진정한 개꿈! 농담이고, 꿈이 자신의 몸과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것 아닐까?

오장의 허와 실에 따라서도 꿈이 달라진다. 간(肝)기운이 허하면 꿈에 버섯이나 싱싱한 풀이 보이며, 실하면 나무 아래에 엎드려서 일어나지 못하는 꿈을 꾼다. 간이 목(木)기운이라 할 때 간의 허실에 따라 나무와 연관되어 허하면 목기를 원하는 꿈을, 실하면 목기 아래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꿈을 꾸는 것이다. 심(心)기운이 허하면 꿈에서 불을 끄거나 양에 속하는 사물이 보이고, 실하면 불타는 꿈을 꾸게 되는 것 역시 심이 화(火)기운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토(土)기운이자 음식물의 소화를 담당하는 비(脾)기운이 허하면 음식이 부족한 꿈을 꾸고, 실하면 담장을 쌓고 지붕을 덮는 꿈을 꾼다. 색으로 보자면 흰색인 금(金)기운인 폐(肺)기운이 허하면 꿈에 흰 것이 보이거나, 사람이 베어져서 피가 흥건한 것이 보이고, 실하면 병사들이 싸우는 것이 보인다. 물과 연관된 수(水)기인 신(腎)기운이 허하면 꿈에 배가 보이거나 물에 빠진 사람이 보이고, 실하면 물에 빠져 두렵고 무서워하는 꿈을 꾼다.

자신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보고 자신의 몸의 상태를 체크해보자!

어떤가? 재밌지 않은가? 꿈을 통해서 자신의 신체를 사유하는 발상이? 그럼, 오늘 밤부터 자신이 어떤 꿈을 꾸었는지 보고 자신의 건강의 상태를 체크해보자. 어디에 나쁜 기운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자신의 오장중 어디가 허하고 실한지. 물론 그보다는 혈기를 보충해 꿈을 안 꾸는 것이 가장 좋을터이지만.

아. 그리고 하나 더. 동의보감에는 꿈을 꾼 것을 남에게 말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나와있다. 그것이 좋은 꿈이건 나쁜 꿈이건. 그리고, 나쁜 꿈을 꾸었을 때는 얼굴을 동쪽으로 향하고 칼을 들고 입에 물을 머금었다가 칼에 내뿜으면서 “악몽착초목, 호몽성주옥(惡夢着草木, 好夢成珠玉. 나쁜 꿈은 초목에 붙고, 좋은 꿈은 주옥이 되어라)”라고 주문을 외우면 재앙이 없어진다고 나와있다.

나쁜 꿈을 꾸었을때 ‘악몽착초목, 호몽성주옥!’ 주문을.

악몽착초목, 호몽성주옥! 나쁜 꿈이여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