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코리아

민주화 운동가를 탄압하는 민주주의 국가

- 소모뚜

민주화 운동가를 탄압하는 민주주의 국가

지난 4월2일 아침 안산역 부근. 버마 민주화 활동가 얘밋씨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입니다. 밤새 일을 하였기에 몸은 천근만근이었습니다. 빨리 집에 가 잘 생각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얘밋씨의 눈에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하는 단속반차가 보였습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하는 것에 날짜를 정해놓고 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단속반들에게 끌려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안타까운 상황에 가슴이 답답해 왔습니다. 하지만 자신은 난민신청을 한 상태이기에 괜찮았습니다. 지난번 집에 가는 길에도 단속반에 걸린 일이 있었지만 난민신청 접수증을 보여주자 차에 있는 기계로 확인한 후 풀어 주었습니다. 이번에도 단속반원들이 또 붙잡으면 지난번처럼 난민신청 접수증을 보여주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예상대로 단속반원들은 얘밋씨에게 신분을 물어왔고, 얘밋씨는 예전처럼 난민신청 접수증을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얘밋씨의 난민신청은 취소되어 있다며 단속반은 얘밋씨를 수원 출입국관리소로 끌고 갔습니다.

이런 상황을 들은 저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난민실에 전화를 해서 물어보았습니다. 난민실 실무자는 얘밋씨가 출입국법을 위반해서 그렇게 됐다고 대답해 주었습니다. 어떤 것을 위반했냐고 물었더니

“난민신청자는 집주소나 연락처가 바뀌면 반드시 난민실에 알려야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얘밋씨와 아내-아내도 난민신청 상태다-는 회사를 옮겨 이사했는데, 집 주소를 난민실에 알리는 시기를 놓쳤습니다. 난민 실에서는 얘밋씨를 인터뷰하려고 연락을 했지만 전화를 안 받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상 난민실의 근무 시간인 낮 동안에는 전화를 자유롭게 받지 못합니다. 또한 난민실에서 예전 집주소로 편지를 보내서 심사받으러 오라고 했다지만 평일에는 장시간 노동을, 주말에는 고국 민주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형편을 전혀 고려하지 않습니다. 전에 살았던 집에까지 찾아가 편지가 왔나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번일의 발단은 난민실의 행정편의에서 발생하였습니다. 난민실이나 출입국에서는 우리단체 회원들에 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을 때는 늘 저에게나 뚜라 대표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때문에 저나 뚜라 대표도 ‘필요하면 우리한테 연락하겠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난민 실에서는 난민신청자들이 많아 빨리 처리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직접 연락이 안 되는 신청자들을 삭제 시켰는데 그 리스트에 얘밋씨가 포함됐다고 합니다. 얘밋씨의 아내도 리스트에서 삭제 됐지만 뚜라 대표가 다시 재신청을 해줘 그녀는 다시 접수가 됐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정부의 난민심사 기준입니다. 얘밋씨는 이제 화성보호소 안에서 난민이냐 아니냐 결정이 나올 때까지 구금되어 있어야 하는데 한국의 난민심사 기준은 사람의 생명 위험성으로 신중하게 심사하는 제도가 아닙니다. 지난해 버마행동 회원 9명의 난민신청이 거부되었습니다. 이 때의 심사기준을 보면 고국에 대한 정치운동으로 인해 탄압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가가 정치적 망명을 심사하는 기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작 기준은 ‘한국정부의 정책에 반대하지 않는가?’ 이었습니다. 제가 난민실에서 난민지위를 거부당한 후 이의신청을 하면서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그 때 이들은 난민 신청하는 저에게 ‘왜 난민신청을 하느냐“’는 질문 대신 ‘2년 전 여수외국인보호소 화재사고 당시 왜 한국정부에게 항의하는 성명서를 인권단체들하고 같이 냈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우리에게는 난민지위가 우선이 아니라 인권이 우선이다. 인권을 침해하는 정부에게는 그것이 버마정부든 한국정부든 ‘그렇게 하지마라’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 맞다. 우리는 버마의 민주화와 버마의 인권에게만 관심을 가질 수 없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의 민주화와 인권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수화재사고 같은 인권침해 사건에 당연히 참여하게 됐다.” 그랬더니 그 담당자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냐”

“앞으로도 인권을 무시한다면 그것이 누구든지 우리는 ‘그렇게 하지마세요’라는 우리의 목소리를 계속 낼 것이다”라고 저는 답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의 이의신청은 거부당했습니다. 이것을 반정부 활동이라고 생각하며 또 이것을 난민신청 거부사유가 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참 안타깝습니다.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로서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데 이렇게 수많은 이주민들이 불에 타 죽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면 민주화운동가라고 보고 한국 내 민주화 운동을 하면 반정부행동이라고 보는 그들의 이해력을 저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 뿐 아니라 버마행동한국 대표 뚜라씨에게도 6년 동안 아무 결정, 심사 없이 그대로 두고 있습니다. 뚜라 대표 보다 나중에 신청한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저런 결과들을 받았지만 뚜라 대표에게는 난민으로 인정 해주려는 마음이 없는 게 한국정부의 난민에 대한 태도 또는 버마민주화 운동가에게 하고 있는 대접입니다.

이를 보면 얘밋씨도 고국민주화와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는 버마행동 회원이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적습니다. 현재 버마에서는 버마독재정부가 10월에 실시할 총선거를 앞두고 이를 반대하는 버마민주화 활동가들을 향한 탄압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미국에서 활동한 버마인이 고국으로 들어갔는데 테라리스트라며 심한고문을 하며 수개월 동안 구금했습니다. 그가 미국국적을 가진 사람이어서 미국정부의 압력으로 석방 됐지만 버마정부는 해외 민주화 운동가들을 적으로 보고 탄압을 꾸준히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얘밋씨가 한국에서 강제추방을 당하면 그의 생명이 아주 위험합니다. 한국의 이주노동자은 열악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버마의 자유와 이주민들의 권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고 그들 중 얘밋씨가 있습니다.

이제는 민주주의 국가인 한국이 아주 잔인한 버마독재 정부의 손으로 그를 넘길 것인가? 아니면 자유와 평등을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받아 줄 것인가? 결정해야합니다. 얘밋씨 같은 이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사람들이랑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세상을 만들어 같이 살아 갈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얘밋씨 같은 사람들이 있어서 한국이 민주화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정부는 얘밋씨 같은 분들이 자유를 누릴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러면 한국정부는 한국 국민들에게서 신뢰와 존경함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을 것입니다. 이 같은 박수소리가 한국에게는 돈과 명예보다 더욱 받기 어려운 축복이 아닌가 싶습니다.

“밍글라바 코리아”

– 소모뚜(이주노동자의 방송 www.mwtv.kr)

응답 3개

  1. 고추장말하길

    “버마의 민주화를 위해 활동하면 민주화운동가라고 보고 한국 내 민주화 운동을 하면 반정부행동이라고 보는 그들의 이해력을 저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소모뚜님의 글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도록 퍼날랐으면 좋겠어요.

  2. 달맞이말하길

    후, 글을 읽을 때마다 머리가 수그려집니다. 신뢰와 존경, 박수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사람에 대한 예의는 지키면서 살아야 하는데…

  3. 비포선셋말하길

    깊은 한숨이 나네요. 얘밋씨의 사례는 정말 어처구니없습니다. 앞으로의 일도 걱정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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