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줄여라
요즘들어 가장 나를 괴롭히는 것 한가지.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거나 주위에서 들려오는 소리들! 책을 읽으려해도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고, 무언가 생각할라 치면 그네들의 말소리에 이끌려 어느새 그 대화에 끼어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그래서 싸우는구나.’
지하철은 그나마 양반이다. 내가 다른 칸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대부분 몇 정거장 안 가서 사람들이 내리니 말이다. 그러나 버스를 타게 되면 이건 정말 곤욕이다. 광역버스를 타고 한 시간씩 집에 갈 때, 일단 자리를 잡기 전에 주위 앉아있는 사람들의 배치를 유심히 살펴본다. 일단 커플들끼리 앉은 자리는 멀찌감치 떨어져 앉는게 상책. 그래도 불안하다. ‘이 사람은 조용한 사람일 듯 하군’하고 옆에 앉았다가 혹시 핸드폰이라도 드는 날이면. 아뿔사! 무언가 말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견디는 현대인들! 입은 잠시도 쉬지를 않는다. 무언가를 먹거나 말하거나. 쩝!
정력강화법에서도 한 번 말했듯이 말은 적게 하여 속에 있는 기를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음식을 먹을 때는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자려고 누워서 말을 많이 하거나 웃어서는 안된다. 논어 향당(鄕黨)편에서 공자의 생활을 묘사하며 “밥 먹을 때는 말이 없었고 잠잘 때도 말이 없었다”(食不語, 寢不言)라고 말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이 때, 어(語)란 다른 사람에게 대답하는 것이고, 언(言)은 스스로 하는 말을 뜻한다. 뭐 어쨌든 밥먹을 때, 잠잘 때 말하지 말라는 것!
보통 밥을 먹을 때 움직이면서 먹지는 않는다. 왜냐? 기를 저장하기 위해서 소화를 해야 하는데 운동을 하게 되면 소화기능을 중지시키고 기를 발산하게 되니 기의 음양이 흐트러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옛날 어른들이 밥상머리에서는 말하지 말라고 한게 그냥 밥알이 음식에 튈까봐 그런게 아니다.^^ 서양 사람들은 밥 먹으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하는데, 동양에서는 가부장적 전통 때문에 대화도 없이 밥만 먹는다는 비난은 그야말로 말도 안되는 억지다. 밥을 먹을 때 말을 하는 것은 기를 소모하고, 음양의 이치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밥을 먹을 때 말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이지, 아무 이유 없이 밥 먹으면서 말하는걸 금기시 한게 아니다. 마찬가지의 원리로 누워서 큰 소리로 말하는 것, 걸으면서도 말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만일 말을 하고 싶으면 잠깐 걸음을 멈추고 말을 한다. 걸으며 말을 하면 기운을 잃기 때문이다.
목소리는 곧 그 사람의 기운을 대표한다.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안 변하는 것이 목소리인 것 역시 그러한 이유이다. 신장의 수(水) 기운, 즉 사람이 태어나면서부터 받은 선천의 정이 그 목소리에 담기기 때문이다. 요즘 과학에서도 신장병을 앓은 이들이 치료 후 성대진동과 목소리의 에너지 크기가 월등히 향상된 것이 입증된 바 있는데, 이는 목소리가 신장과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그렇기 때문에, 목소리는 그 사람의 기운을 말해주는 것인 동시에, 그 사람의 건강, 성격, 습관등을 알려준다. 동의보감에서 역시 목소리를 듣고 병을 분별할 수 있다고 나온다.
“간이 병들면 목소리가 슬프고, 폐가 병들면 목소리가 급하고, 심이 병들면 목소리가 웅장하고, 비가 병들면 목소리가 느리고, 신이 병들면 목소리가 가라앉고, 대장이 병들면 목소리가 길고, 소장이 병들면 목소리가 짧고, 위가 병들면 목소리가 빠르고, 담이 병들면 목소리가 맑고, 방광이 병들면 목소리가 약하다.” – 동의보감
이처럼 오장이 병든 상태에 따라 목소리가 달라진다. 이는 기의 상태와도 연관이 있다. 속삭이듯이 희미하게 말하는 사람은 기가 허해서이고, 공격하듯이 날카롭게 언성을 높이는 사람은 기가 실하기 때문이며, 혼잣말하듯이 웅얼거리는 사람은 기가 울체되어 있어서 그런거다. 그렇기 때문에, 기가 허한 사람은 말을 최대한 아끼고, 기가 충실한 사람은 말을 느리게 하도록 해야하며, 기가 울체된 사람은 대화를 자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목소리에 좋은 것으로는 흔히 알려져 있듯 달걀이 좋다. 동의보감에는 날달걀이 아니라 삶은 달걀을 추천하는데, 이 때 물에 두 번 끓어오르게 삶아서 그 물과 함께 먹으면 목소리가 잘 나온다고 나와있다.
이번 호는 이쯤에서 나도 말을 줄여야겠다. 쓰기 귀찮아서 그런거 절대 아니다. 흐흠. 오해들 마시라. 쓸데없는 말을 줄이는 모습을 실천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다.ㅡㅡ;
-담담1- 이 글은 동의보감과 한의사 손영기 홈페이지 마이너스 클럽을 바탕으로 씌여졌습니다. [↩]
그래도 담담님은 말을 좀만 늘려주세요`~ ^^
달걀 말고 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선생님…
답이 늦었네요.. 제가 좀 느려요..^^ 목소리에 좋은 것으로는 살구씨를 우유같은데 졸여서 드시면 목소리가 힘있고 매끈하게 나온다고 하구요, 곶감을 물에 담갔다가 먹으면 목소리를 부드럽게 한다고 동의보감에 나와있지요.. 참고로 어린아이 소변도 목소리에 좋다고 나와있긴 한데 그건 좀 거시기하지요?ㅋ
ㅎㅎ 몸소 실천으로 보이시다니… 저도 말 줄이는 실천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