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코리아

월급날

- 소모뚜

월급날

오늘 MWTV사무실로 출근하며 스탑크랙다운 밴드의 월급날노래를 들었다. 오랜만에 우리 밴드의 노래를 mp3로 들어본다. “오~사장님 이러지 마세요…. 그 동안 밀린 내 월급을 주세요”라는 가사을 들으니 또 마음이 아프고 답답해진다. “나를 욕한 것을 참을 수 있어도 내 월급만은 돌려주세요.”라는 노랫말에 지난 날 겪었던 일이 영화라도 보는 듯 떠올랐다.

96년의 어느 달 월급날이 되자 사장이 나를 부른다.

“소모뚜야~ 이리와 월급 줄께!”

그래 갔더니 월급봉투는 없다. 사장은 천원, 5천원, 5백원. 주머니에서 구깃구깃 구겨진 돈과 동전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나마 나의 월급을 다 채우기 전에 주머니 속 돈이 없어졌다. 사장은 마치 전혀 예상치 못했다는 얼굴을 하며 “어? 다 떨어졌네! 나머지 거는 나중에 줄게” 한다.

87년 이전에는 한국의 직장에서 이런 일은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한국인에게는 더이상 아니겠지만 이주노동자에게는 아직 흔한 일이다. 욕하고 발로 차고 손으로 때린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은 이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이기에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한국이 필요하고 한국의 절차대로 불러온 이주노동자들에게도 임금체불, 욕, 폭행은 다반사다. 일을 시키는 이들의 생각이 일하는 사람을 천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가난한 나라에서 일하러 왔기에 돈을 조금만 주어도 자기 나라에 비하면 많이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사장님들만 갖고 있는 생각이 아니라는 것에 놀랜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미국에 가서 일하고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일하는 만큼 받으라 그러면 살 수 있을까? 고개를 끄덕이던 그들에게 이런 조건을 제시하며 그 좋아하는 미국에 가라면 갈까?

2002년 유레카 밴드 멤버들과 박스공장에서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무시한다. 심지어 욕하고 때린다. 이주민이라고 다 똑 같은 이주민이 아니다. 일한 만큼 임금을 못 받는 곳에서 일을 하고 있으면 무시해도 되는 이주민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일한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이주민자들은 존경해마지 않는다. 물론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이주민의 국적은 뭐 말 안 해도 뻔하다. 하얀 얼굴에 노랑머리, 미국말하면 만사 오케이 무사통과다. 우리보다 검은 색 피부, 구불구불한 머리카락 미국말과 한국말이 아닌 다른 말 하는 것이 문제다. 미국말은 내가 못 알아듣는 게 문제고 가난한 나라 말은 네가 한국말 못하는 게 문제다. 심지어 노동운동을 하는 유명한 간부에게서도 이런 태도를 보고 마음아파 한 적이 여러 번이다. 이런 분열증 같은 인식은 어떻게 가능할까? 이런 생각을 가지고 다문화사회를 말하고 노동을 말할 수 있을까?

나는 노래하고 싶다. 행복한 세상, 함께 사는 세상을. 그 때에는 주민등록증이 없다고 임금이 낮아지지 않을 것이다. 엄마와 아빠의 국적이 다르다고 놀림 받거나 병원치료를 받지 못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피부색이 다르고 즐겨먹는 음식이 다르고 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같은 일터에서 일하고 함께 밥을 먹으며 월급봉투도 받을 것이다. 피부색과 머리칼은 짬뽕이 될 것이고, 서로의 음식을 나누어 먹고, 서로의 말을 가르쳐 주고, 서로 가난하지 않은지 돌아보며 살 것이다. 나의 새로운 노래 ‘월급날’이 이런 노래가 될 때 우리의 코리아는 ‘밍글라바 코리아’가 될 것이다.

– 소모뚜(이주노동자의 방송 www.mwtv.kr)

응답 1개

  1. 고추장말하길

    소모뚜님의 ‘밍글라바’가 존 레논의 ‘이매진’처럼 들려요! 하지만 희망과 기대보다는 일단 슬픔과 탄식이 먼저 나오는 걸 어쩔 수가 없네요. 하지만 지금부터, 우리 먼저 그런 짬봉 세상을 살아갔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