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길을 걷던 화가 신창수
온갖 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 5월이 되면 생각이나는 작가 한사람이 있습니다.
상처많았던 가슴을 술과 작업으로 토해내고,그 힘겨운 외로움을 안고 살아갔던 작가.
술을 마시면 굽이굽이 이어진 밤길을 걷고 또 걸어 집으로 돌아가는 그를 이해하기 쉽지않았지만 나중에 작업실에 가서 작품들을 보고 그 행위가 작업의 중요한 모티브이자 행위의 일부였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몇해전 여름 여주 고달 작업실 술자리에서 우연히도 이상한 첫만남(마당 싸릿문을 열고 들어오다 저를보고 뒷걸음을 치며 놀라 도망치듯 나가다 다시들어와 사람을 잘못봤다나 하며 여러 가지 사연을 들려주고 술이 취해 새벽에 산으로 택시를 부르다 혼자 밤길을 걸어 집으로 돌아갔다는..주변사람들.. 술마시면 언제나 혼자 집으로 걸어간다고 별 신경쓰질 않는듯)이후 가끔씩 마주쳤던 그에게 처음 작업실 초대를 받은 2005년 12월말.
그동안 가끔씩 작품을 정리해 전시할곳을 찾는데 도움을 줬으면 하는 말을 듣긴했지만 직접 작품을 본적이없어 차일피일 미뤄왔던 약속이었습니다.
주변에서 아프다는 말을 듣긴했지만 이미 췌장암3기에 접어들은 상태였습니다.
건강했던 몸은 오간데없고 핼쑥해져 야윈얼굴을 보니 마음은 아팠지만 오히려 내 건강을 더 걱정해주었고 여러 가지 경험으로 병이 호전될수있을거란 희망과 자신감으로 그 어느때보다 삶에 대한 깊은애정과 작업에 대한 열정이 깊었습니다.
많은이야기를 나눴고 구석구석 작품들과 흔적을 찾아 기록을 하면서 늦었지만 그의 삶을 엿볼수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후,병원을 왔다갔다 하면서도 고향 부산에서 열린 마지막 개인전을 열어 좋은 성과가 있었다고 기뻐하며 여러 가지 계획들을 말하던 모습. 생애 마지막 전시가 되었던 의정부 천상병 추모 미술전 오픈(2006.4.28)에 꼭 참석하고 싶다는 말을 전했지만 끝내 나타나지못했고 결국 전시중인 5월초에 깊은 어둠속 영면의 길로 떠났던 그를 기억합니다.
이후 1년이 지난후 그가 그토록 가슴 아프게 사랑했던 연인을 우연히 만나게되 드라마같은 인생을 보게 되면서 작가가 남긴 작품 또한 그에 삶을 이어주는 또다른 통로이며 모습임을 다시한번 보게되었습니다.
– 글/사진: 모기
때로 수많은 말들보다 침묵이 더많은 얘기들을 하듯이…
화가님의 그림의형상과 색채가 아주 많은 이야기를 전해주는것 같습니다.
아마도 그것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많은 이야기가되어 전해지리라 봅니다.
짧은생…이었지만 작품으로 꿈꾸던(영원) 을 살고 계시는것 같습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는 이른오후…
좋은글과 좋은사람…만났습니다.
모기선생님께 감사드리며…
벽에 걸린 얼굴이 예수님 얼굴로 보입니다. 사진을 클릭했다가 벽에 붙인 메모지를 읽고는 그야말로 멍해졌습니다. 삶을 그 끝까지 꽉채워 사신 신창수님, 생전에 뵙지 못했지만 갑자기 아주 가깝게 알고 지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모기 선생님 고맙습니다.
아무런 작품설명 없이 뭔가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이 글성거리는 드문 작품
화가의 방에 적힌 영원과 삶에 대한 글들, 그리고 생전에 그린 저 강렬한 마을 그림들이 가슴 한켠을 따갑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