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빠지는 세상, 진액이 새고 있다!
흔히 ‘진빠진다’는 말을 많이 한다. 여기서 진이 빠진다는 것은 몸의 주리가 열려서 땀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땀이 많이 나는게 뭐 문제될게 있냐고? 흔히 사람들은 땀흘리는 것에 대해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땀은 피의 다른 이름이라고 동의보감에도 나와있다. 피와 진액은 모두 수곡의 정미로운 기운에서 나온 것이여서 옛말에도 진혈동원(津血同原)이라고 해서 진액과 피가 같은 근원에서 나온 것임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진액을 우습게보다가는 큰 코 다친다는 말이다.
우리 몸의 2/3를 차지하고 있는게 이 진액이다. 진액이란 몸 속에 있는 정상적인 수액의 총칭으로, 이 진액이 간(肝)에 들어가면 눈물이, 심(心)에 들어가면 땀이, 비(脾)에 들어가면 맑은 침(涎)이, 폐(肺)에 들어가면 콧물이, 신(腎)에 들어가면 침(唾)이 된다. 즉, 진액은 각 장부조직 기관에 있는 체액 및 눈물, 콧물, 타액 등의 분비물을 포괄하는 것이다.
“만물이 처음 생길 때 그 형태는 모두 수(水)이다. 수는 만물의 동일한 근원이다. 어떤 이가 천일(天一, 태극을 말함)에서 수(水)가 처음으로 생겼다는 것을 증험할 수 있는가 묻자 사람의 몸으로 증명할 수 있다. 탐내는 마음이 움직이면 침이 나오고, 슬픈 마음이 움직이면 눈물이 나고, 부끄러운 마음이 움직이면 땀이 나오고, 성욕이 움직이면 정이 나온다. 사람의 마음이 고요히 움직이지 않을 때가 태극이다. 마음이 움직이면 태극이 움직여 양(陽)을 낳는다. 그러므로 마음이 한번 움직여 수를 낳는 것이 천일이 수를 처음으로 낳는 증거가 되는 것이다라고 하였다.”-동의보감.
만물이 시작하는 것이 수에서 비롯됨은 몸이 증명한다. 탐내는 마음이 움직이면 무엇보다 먼저 몸이 반응한다. 예쁜 여자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침을 질질 흘리는 것, 먹을것만 보면 앞뒤 안가리고 침부터 입에 잔뜩 고이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 마찬가지로 슬픈 마음이 움직이면 무엇보다 눈에 눈물이 핑 돈다. 그저 먼저 몸이 반응한다. 성욕이 동하면 정이 나오는 것 역시 동일한 이치이다. 그렇게 모든 만물이 움직이면 물이 먼저 형성된다. 진액은 그렇게 몸의 기본을 이루는 것이다. 그럼 진액은 무슨 일을 하나?
“음식을 먹으면 기가 가득차고 젖어 윤택해져서 뼈에 스며들어 관절을 구부렸다 폈다 하게 하고, 그 윤택함을 퍼뜨려 뇌수를 더해주고 피부를 윤택하게 해주는데, 이것을 액이라고 한다. 액이 많이 빠지면 관절을 구부렸다 폈다 하는 것이 매끄럽지 않고, 얼굴색이 거칠며 윤기가 없고 뇌수가 없어지고 정강이가 시리며 귀가 자주 울린다.”-동의보감
진액은 영양물질로서 윤택하게 하는 생리작용 및 자윤작용을 한다. 즉, 진액은 피부와 모발등에 영양을 공급하여 윤택하게 한다. 따라서 진액이 부족하면 피부와 모발이 건조해지고 심하면 피부가 나무껍질처럼 거칠어지기도 한다. 피부가 마르고 주름이 생기며 탄력성이 없어지는 것 역시 이 진액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심하면 입술이 갈라지고 치아가 건조해지며, 코가 건조해져 콧물이 마르고 코피가 나기도 하며, 눈이 깔깔하고 침침해진다. 따라서 피부에 주름이 생기고 건조해진다고 생각하는 이들이라면 몇 십만원 하는 한방화장품 사서 바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안에 문제가 있는데 계속 밖에서만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니 될 일이 있나! 이는 마치 갈라진 논 겉바닥에 물을 적시는 꼴밖에 되지 않는다. 안이 말라 비틀어졌는데 바깥에다만 물을 적신다고 해결될 일인가? 따라서, 이 진액을 새지 않게 하는 것, 진액을 보충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요즘 아토피가 유행하는 것 역시 이 진액과 상관이 있다. 대부분의 가려움증은 이 진액이 모자라 건조하기 때문에 긁어서라도 피부의 진액을 생성코자 몸이 보내는 신호다. 건조한 피부를 긁어주면 진액이 형성되어 시원함을 느끼는 것이다. 피부 가려움은 체질적으로 몸이 건조하고 열하거나 생활 부주의로 인해 몸의 진액이 고갈된 사람에게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피부의 염증과 가려움에서 벗어나려면 고갈된 진액을 보충하여 몸이 건조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럼, 진액이 새는 것을 막기도 모자란 판에 일부러 줄줄 흘리는 것이 가당키나 한가! 찜질방이나 사우나에서 땀을 과도하게 빼는 것이 그렇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는 것은 자기도 모르게 피를 철철 흘리는 것과 같다. 사우나에서 피를 흘리고 있다고 생각해 보시라. ㅡㅡ; 물론 사우나나 반신욕이 혈액순환을 돕는 것은 맞다. 그러나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진액이 손실되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운동시에 자연적으로 노폐물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땀은 이렇게 억지로 빼는 땀과는 다르다.
또 하나의 문제 도한(盜汗)! 도한이란 도둑과 같이 몰래 빠져나가는 땀을 말한다. 잠잘 때만 땀이 나고 깨어나면 그치는 것이 이 도한이다. 잠자는 동안 온몸에 목욕한 것같이 땀이 나는데, 깨어나서야 땀이 난 것을 안다. 특히나 요즘 애들 보면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리는 애들 많다. 그러나 이게 그저 더워서 그런게 아니다. 그저 우리 아기 덥다고 손부채질 하는 것이 다가 아니란 말이다. 어린아이의 도한은 아이의 활발한 성장, 즉 양의 기운을 체력(陰)이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다. 어른보다 양기가 왕성한 성장기의 어린이들에게 도한이 잘 나타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음이 허해 양기를 잡아주지 못하니 땀을 흘리게 되는 것이다. 좀 전문용어로 말하자면, 기가 고섭(固攝) 작용을 하지 못해서 그런거다. 쉽게 말하면 고섭작용이란 움켜쥐는 작용을 말한다. 즉, 도한이란 기가 허해 움켜쥐지 못해 줄줄 새나가는 꼴이다. 기가 약하면 고섭력이 약해지는데, 산후에 소변량이 많아지는 것이나 소변불금 역시 기가 허해서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에 진액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겨울에는 병이 들어도 땀을 많이 내는 것은 좋지 않다. 또한 누차 강조했듯이 침을 뱉지 말아야 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진인은 항상 침을 뱉지 않도록 습관을 들여야 한다고 하였다. 입안의 진액은 아주 귀한 액이라 종일토록 침을 뱉지 않고 머금고 있다가 삼키면 정기가 항상 머무르게 되고, 얼굴과 눈에 광채가 있게 된다. 사람의 몸은 진액을 근본으로 하는데 진액은 피부에서는 땀이되고 육에서는 혈이 되고, 신에서는 정이 되고, 입에서는 진이 되고, 비에 잠복해서는 담이 되고, 눈에서는 눈물이 된다. 땀, 혈, 눈물, 정이라는 것은 모두 한 번 나오면 다시 거둘 수 없으니 오직 침만은 다시 거둘수 있다. 다시 거둔다는 것은 삶을 살린다는 것이며 또한 < 생명을> 잇는 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자주 침을 뱉어 진액이 말라 몸이 마르게 되었는데 지인(至人)을 만나 진(津)을 거두어들이는 방법을 배웠다 이를 오랫동안 반복했더니 몸이 윤택해 졌다.”-동의보감
먹을 것으로는 신맛나는 것들이 기운을 수렴하면서 진액을 형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요즘 신맛 나는 음식들을 못 먹는 애들이 있다. 신맛을 안 먹어 버릇하다보니 진액은 보충되지 못하고 몸은 자꾸 건조해진다. 과일 역시 신맛이 줄어들고 있다. 과일 역시 오직 단맛만 중요해 지고 있는 것 역시 문제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다보니 신맛보다는 단맛만 늘어나게 된다. 하지만 과일의 제대로 된 신맛을 통해 진액을 형성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하나 주의할 것은 매운 맛은 장의 수렴을 막고, 몸의 진액을 말리므로 지나치게 매운 음식은 피해야 한다는 점!
– 담담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 먹지마 건강법>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
쿄~~~ 진액보존…. 신경써야겠네요. 당장 레몬하나 사서 먹어야쥐…
내경에는 심이 땀을 나게 한다고 나와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심은 불(火)이며, 땀이 나는 원리를 시루에다 술을 만들때 끓는 물이나 불로 덥히면 물방울이 맺히는 것에 비유하지요. 그래서 심이 한액(汗液)을 주관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
心主汗液과는 또 어떤 연관인지.. 저는 그저 들은 풍월만 있는 6개월차 서당개라서 담담 님의 글이 많이 도움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