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글라바 코리아

버마의 문화 이야기

- 소모뚜

버마의 문화 이야기

이번 이야기는 버마의 문화 이야기로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버마에서는 얼굴 닦는 수건과 허리아래부분 닦는 수건을 구분하여 씁니다. 한국처럼 큰절은 흔히 하지 않습니다. 또한 큰절에는 몇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허리를 숙이는 것에서부터 상대의 발에 이마를 대어 절하는 것에까지 존경의 차이가 있습니다. 특별히 은혜 베푼 사람이나 부모님, 선생님, 스님들에게 존경의 표시로 발을 닦아드리기도 합니다.

나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나의 꿈과 학교를 포기하고 어린 나이에 한국에 왔습니다. 어렵고 위험하면서 더럽다고 하는 일자리에서 임금은 턱없이 낮았지만-사실 이것 때문에 한국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 하지요- 그래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했습니다. 이렇게 해서 동생들을 학교에 보냈습니다. 때문에 동생들은 나를 제2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한국의 어떤 사람들은 우리더러 돈 벌려고 한국에 온 것 아니냐며 핀잔하지만 가족들은 압니다. 돈 벌러 온 이유를요.

얼마 전 동생이 나를 만나러 한국에 왔습니다. 15년 만에 보는 동생이었습니다. 동생은 영국에서 이주노동자로 살며 난민지위를 얻었습니다. 난민인정을 받은 동생이 저를 만나러 한국에 오려 했지만 올 수 없었습니다. 이유는 한국에 들어와 돌아가지 않고 ‘불법체류자’로 남아 있을까 염려해주시는 분 덕분이었답니다. 영국 시민권을 받고서야 한국에 온 동생은 꼭 하고 싶은 일 두 가지가 있다고 했습니다, 하나는 나의 발을 닦아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이마를 내 발에 대어 큰 절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오랫동안 일한 오빠에 대한 감사를 잊을 수 없다’고 했습니다.

지난 주 성공회성당에 일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시청광장에 들렀습니다. 비가 오고 바람도 불어 몸에 한기가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큰 화면에 보여주는 영상은 일 년 전에 본 것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얼마나 올까 걱정했던 나의 생각과는 달리 사람들은 이미 들은 이야기 또 들으면서도 1년 전 그날처럼 울고 있었습니다. 사람들 마음속에 그렇게 새겨질 수 있는 것은 그 사람들을 위해 뭔가를 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 버마사람들이 아웅산장군을 기억하듯이 말입니다. 버마사람들이 그토록 아웅산장군을 존경해 마지않는 것은 그가 버마사람들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일했기 때문입니다. 심는 대로 거두고, 행동한 대로 받는다고 배웠습니다. 좋지 않은 나무를 심어놓고 어찌 좋은 열매를 바라겠습니까?

다음 달부터 정부가 G20정상회의를 빌미로 대대적인 미등록이주노동자 단속을 벌인다고 합니다. 나의 꿈을 접고 우리의 꿈을 만들려고 낯선 땅에 일하러 온 이들의 이름이 이주노동자입니다. 이들은 일하고 싶고 희망을 갖고 싶고 함께 살고 싶습니다. 이들에게 일할 자유를 허락한다면,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신다면, 이들에게 생존의 권리를 누릴 기회를 주신다면 이들의 마음에 한국은 발을 닦아드리고 싶은, 발에 이마를 대고 큰절 올리고픈 곳이 될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위해 좋은 기회를 만들어 주면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는 것, 이게 축복입니다.

밍글라바 코리아~

– 소모뚜(이주노동자의 방송 www.mwtv.kr)

응답 1개

  1. 말하길

    오빠의 발을 닦아주는 동생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가슴이 뜨거워지네요. G(개)20이 다가오는 군요. 개들의 잔치, 개판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어집니다.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