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통(通)하였느냐?

- 담담

통(通)하였느냐?

옛날 이야기 하나 하면서 시작하자. 옛날 옛날 중국에 곤(鯀)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 사람은 물을 다스리는 일을 맡고 있었다. 당시는 계속되는 홍수로 이 물을 어떻게 하면 다스릴 수 있을지가, 즉 치수(治水)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나라를 다스리는데 가장 큰 문제였다. 곤은 피해가 막심한 홍수를 막을 방법으로 제방을 쌓고, 둑을 쌓았다. 그러나 이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이 일에 실패한 곤은 귀향을 가게 되어 죽게 되고, 그의 아들 우(禹)가 물길을 막는 방식이 아니라 물길을 터줌으로서 홍수를 막게 된다. < 서경(書經)>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 산해경>에는 이 일화에 대해 약간 다른 관점에서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홍수가 나서 하늘까지 넘쳐흘렀다. 곤이 천제(天帝)의 저절로 불어나는 흙 식양(息壤)을 훔쳐다 홍수를 막았는데 천제의 명령을 기다리지도 않고 그렇게 했다. 천제가 축융(祝融)에게 명하여 우산(羽山)의 들판에서 곤을 죽이게 했다. 곤의 배에서 우가 태어났다. 천제가 우에게 명하여 땅을 구획하여 구주(九州)를 정하는 일을 끝마치게 했다.” -산해경

곤은 저절로 불어나는 흙을 가져다 홍수를 막았다. 그러나 몰래 이 흙을 훔친 죄로 곤은 죽게 되고, 그렇게 해서 죽은 곤은 삼년 동안이나 썩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그 뱃속에서(?) 우가 태어난다. 후에 우임금이 되는 인물이다. 흔히 중국의 성인을 ‘요순우탕문무주공’이라고 할 때의 그 우임금이다. 우는 아버지인 곤과는 달리 물길을 터줌으로서 홍수를 막는다. 이야기는 약간 다르지만, 둘 다 곤이 물의 성질을 거슬려 막으려 했던 반면, 우는 물의 성질을 순하게 따라 물길을 터주는 방식으로, 즉 통하게 함으로서 치수를 하는데 성공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갑자기 왠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이 이야기에서 교훈은 뭘까? 보기 1.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길을 막아 보를 건설하고 댐을 세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MB는 죽어서도 3년간 썩지 않을 것이다. 보기 2. 흐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답은 1번도 되고 2번도 된다. 꼭 답이 하나일거라고 생각하지 말자. ㅡㅡ;

어이~ 여보. 이미 보를 쌓는 방식은 곤이 쓰다가 실패해서 죽음을 당했다니까. 제발 강을 그대로 흐르게 내버려둬라! 부탁이다!

그렇다면 몸 역시도 마찬가지다. 여씨춘추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릇 사람은 삼백육십 개의 마디와 아홉 개의 구멍과 오장과 육부가 있다. 피부는 조밀하기를 바라고, 혈맥은 통하기를 바라며, 정기는 운행하기를 바란다. 이렇게 하면 병이 머물 곳이 없고, 추한 것이 생겨날 근거가 없게 된다. 병이 머물고 추한 것이 생겨나는 것은 정기가 막혔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이 막히면 더러워지고 나무가 막히면 굼벵이가 생긴다. 나라도 막히는 것이 있다. 군주의 덕이 베풀어지지 않고 백성이 바라는 바가 펼쳐지지 않는 이것이 나라가 막힌 것이다. 나라가 막힌 채 오래 지속되면 온갖 추한 것들이 한꺼번에 일어나고 모든 재앙이 무더기로 발생한다.” -여씨춘추

즉, 물이 막히면 더러워지는 것처럼, 나무가 막히면 굼벵이가 생기는 것처럼 나라 역시 막혀서 재앙이 생기는 것이다. 우리가 병을 치료(治療)한다고 할 때의 치(治)는 본래 치수를 의미하는 물길을 다스린다는 치라는 글자에서 왔다. 몸의 혈자리들 이름에서 물과 관련되어 있는 이름들이 많은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물의 본성에 거슬러 막거나 메우는 방법을 사용한 곤은 실패하여 처형되고, 소통 혹은 통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한 우는 성공한 이 신화를 다른 눈으로 보면 생명체의 생과 사, 혹은 병과 건강을 상징한다. 즉 생명에는 흐름이 있고, 이 흐름에 변화가 생겼을 때가 병이고 흐름이 막혔을 때가 죽음이라는 것! 흐름의 사상, 소통과 막힘의 논리는 단순히 의학에서뿐만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데에서도 동양 사상의 기본이 되었던 것이다.

초등학교 3학년 학생의 1인 시위 모습. 고인물은 썩을 수 밖에 없다는 걸 모르는 당신! 이래서 기초교육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럼, 4대강이 왜 사(死)대강이 될 수 밖에 없는지 뻔하지 않은가? 혈, 기의 흐름이 늘리기 위해 혈관을 억지로 늘리고, 중간중간 판막을 설치하고 하는 것이 몸에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는 것은 뻔하지 않는가?

이렇게 병을 흐르지 못하는데서 비롯한 문제로 보는 것은 동양의 의서에서 반복해서 나타나고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사람의 기혈은 위 아래로 왕래하며 밤낮으로 쉬지 않고 돌아간다. 마치 강물이 바다에 닿을 때까지 끊임없이 동쪽으로 흘러도 고갈되지 않는 것과 같다. 고갈되지 않는 이유는 산과 강의 구멍이 모두 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은 땅 속에서 순환하여 흐른다.”고 지적한다. 즉, 기일원론적 세계에서 서로간의 소통은 존재 자체가 생을 유지하기 위한 조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레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則不痛 不通則痛), 즉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논리가 나오는 것이다. 십병구담(十病九痰), 즉 열 가지 병 중에 아홉은 담이라는 논리도 거기서 비롯된다. 혈액도 그렇고, 진액도 그렇고, 기도 그렇고 동양의학에서의 핵심은 순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세계 역시 마찬가지이다. 하나의 소우주인 신체도 그러한데 하물며 대우주에서랴!

꽉 막힌 답답한 세상이다. 숨쉬기조차 숨이 턱턱막힐만큼 갑갑한 세상이다. 왜일까? 다들 소통, 소통 이야기 하는데 들리는건 소통이 아니라 소음뿐이다. 이 갑갑함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깨야할까? 물론 쉽게 답내리기 힘들다. 문제를 돌려서 생각해보자. 몸 역시 마찬가지다. 엄청 막혀있다. 이쯤되면 설 전날 귀경길 한복판에 10중 추돌사고가 난 상황이랄까. 생각만해도 짜증나지 않는가..ㅡㅡ; 몸 안의 진액이 막혀있는 것이 담이다. 동의보감에서 담음편인 진액 다음편에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리라. 몸 안의 기본적인 물이 진액이라 할 때 이 진액이 막혀서 응체되고 있는 것이 담과 음이다. 이 때, 담과 음은 걸죽하고 탁한 것을 담, 맑은 것을 음이라 하는데 실제로는 한 가지라고 볼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담결리다라고 말할 때의 그 담이 이 담(痰)이다. 담(痰)자를 살펴보면 병을 의미하는 병(病)의 부수 안에 불화(火)가 두 개 겹쳐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체내의 진액이 불의 작용에 의해 졸아붙은 병증이 담이다. 순환해야 하는 진액이 염증이나 발열 혹은 다양한 어떤 이유로 졸아붙어 한 곳에 정체되어 생긴 것이란 말이다. 이 때, 이렇게 순환이 막혀 통증을 느끼는 것을 ‘담이 결리다’고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담은 기침을 통해 나오는 담액을 가리킬 분만 아니라, 장부경락 등의 조직에 정체되어 있는 담액을 포괄하는 것이고, 음은 수액 혹은 담액이 인체의 국소에 정체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동의보감에도 나오듯이 온갖 병은 대부분 담을 빌미로 일어나고, 담은 만병의 근원이다라는 말이 있을만큼 담은 순환의 적이다. 기혈이 제대로 돌게 하기 위해서는 이 담음과 어혈의 제거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

이와 같이 담음으로 인해 안팎으로 생기는 병이 백 가지도 넘는데, 진액이 이미 엉켜서 담이 되고 음이 되어 상초에 몰리기 때문에 입과 목이 마르게 되고, 하초로 내려가면 대소변이 막히고 얼굴빛도 윤기가 없어져 마른 뼈같이 되며 머리털이 푸석푸석해진다. 부인은 월경이 막혀서 나오지 않고, 어린아이는 경련이 생긴다. 그중에 특히 담이 있으면 눈꺼풀과 눈 아래에 반드시 재나 그을음같이 거무스름한 빛이 나타난다고 동의보감에서는 지적하고 있다. 이게 무엇이냐? 요즘말로 하면 다크서클! 아무리 스모키 화장이 남녀를 불문하고 대세라지만,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온채 쾡한 사람이라면 몸 안에 담음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크서클을 없앤다고 화장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다크서클이 있다면 몸에 담음이 있는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담음은 주로 음식이 소화기관을 거쳐 영양물질로 변해 혈액과 체액이 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생성되는데, 체액대사를 담당하는 비장(脾贓)의 기능저하와 신장(腎贓)의 양기저하가 원인이다. 특히나 요즘같이 기름지고 진한 음식들을 먹는 시대에 이로 인한 노폐물의 과다한 생성이 문제가 된다. 또한 차고 습한 곳에서의 생활과 과다한 스트레스도 체액의 순환장애를 일으켜 담음이 생기게 한다.

그렇다면, 담음을 치료하는 법. 동의보감에는 비토(脾土)를 실하게 하고 비습을 마르게 하는 것이 근본을 치료하는 것이라 나와있다. 토의 기운인 비장이 습하게 되면 몸 역시 습하게 된다. 비위에 습기가 가득한 사람은 비오는 날 축축 처지듯이 모든 일에 무기력하다. 그리고 이는 몸 안에 기운들을, 진액들을 돌리지 못하고 울체시키게 된다. 물론 몸에 어혈과 담음이 없는 순수무결 백퍼센트 깨끗한 몸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평소 ‘담담’한 음식들을 ‘적당’히 먹고, 몸을 따뜻이 하고, 부지런히 움직여주어서 습을 없애주는 것이 담음을 줄이는 길이다.

만사가 귀찮다 싶은 분은 부지런히 팔다리를 움직여 주시길. 그래야 몸 안의 습을 제거할 수 있다.

특히 팔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주는게 비토의 습을 제거하는 방법이다. 맨날 책상에만, 침대에만 가만히 누워있으면서 아 왜 나는 맨날 피곤하고, 몸이 찌뿌둥한걸까 타령만 하시는 분들이라면 특히 명심하시길!! 몸을 움직여라. 움직이지 않으면 정체된다. 그것은 몸뿐만 아니라 행동에서도 마찬가지다. 맨날 어떤 일을 하겠다는 생각만 하고 결단을 못하는 이들, 이 생각과 결단과의 사이에서 그만큼 담이 생겨난다. 자기의 생활이 병을 만드는 것. 그것은 진리이다.

그렇다면 담을 없애는 데 좋은 음식들은 뭐가 있을까? 생강과 모과. 동의보감에는 “생강은 담을 없애고 기를 내린다. 또 냉담을 없애면서 위기를 조화롭게 한다”고 나와 있고, 모과는 “담을 삭이고 가래침을 멎게 한다. 모과 달인 물은 담을 다스리고 비위를 좋게 한다. 모과를 문드러지게 푹 쪄서 살만 골라 찧어 체에 걸러 찌거기는 버린다. 여기에 졸인 꿀과 생강즙, 죽력을 적당히 넣고 저으면서 달인다. 하루에 서너 차례 큰 숟가락으로 하나씩 먹는다”고 나와있다. 물론 설탕에 절인 모과는 오히려 몸 안의 습을 더 늘리게 되니, 생강차와 모과차를 마실때는 설탕없이 드시라. 매일 몇 잔씩 마시는 커피 한 잔만 줄여서 그 시간에 생강차와 모과차를 드셔라.

그리고 담을 토하게 할 때는 참외 꼭지가 좋다. 동의보감에도 담이 가슴을 막아 곧 죽을 것 같을 때 참외꼭지를 먹어 토하게 하면 바로 살아난다고 나와있다. 무언가를 잘못 먹어 토해야 할 때, 정 급할 때는 참외꼭지를 이용들 해보시라. 직빵이다.

통하였느냐? 순환장애, 소통장애에서 벗어나 통하는 신체, 통하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요즘 현대인들의 병들이 담음과 관련된 병이 많은 것도 무관하지 않다. 소통할지 모르는, 흐를지 모르는 고정되고 정체되어 있는 사람들. 따라서 담음은 몸의 병과 관련된 이해를 넘어선다. 그것은 존재 자체의 문제이다. MB만 소통의 부재라고 욕할 수 있을까? 그런 점에서 우리 모두는 존재 자체가 담음에 걸린 것은 아닐까? 흐르지 못하는 신체, 흐르지 못하는 사고! 순환장애! 소통장애! 내 안의 흐름을, 그리고 어떻게 이 흐름을 내가 살고 있는 동선들 속에서 이어나갈 것인지 곰곰이 실천하고 행동할 때에만 MB같은 사람이 안 될 수 있을 것이다.

-담담1
  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여러 한의학 관련 사이트를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

응답 2개

  1. 말하길

    통하였느냐? 음하하. 기발한 발상으로 이질적인 것들을 통하게 하는 글, 항상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진액의 소통은 그렇다치고, 도대체 이 사회체의 소통은 어케 해야 할지….참외 꼭지에 그런….기억해 둬야겠군요. 쓰고 역해서 그런게 아닌가? ㅋㅋㅋ

  2. […] This post was mentioned on Twitter by 가별이(Gabriel Kim), Mitchell S. Park. Mitchell S. Park said: RT @nowni: http://suyunomo.jinbo.net/?p=3632 중국 옛시대때 곤이라는 사람은 물을 막는 방법으로 치수를 하려 하였으나 실패하고 결국 죽임을 당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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