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똥꾸멍 찢어지게 가난한 젊은이들의,, 연애

- sros23

심령이 가난한 자는 천국이 저희 것이요.” 마태복음 5장 3절

연애 세포가 말라버린 심령이 가난한 자들이여. 걱정마시라! 당신들에겐 천국이 기다리고 있다! 대신,, 지상에서 연애는 포기해라!!!!! ,,,, 뭥미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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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휘둘리지 않고도 사람이 살만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며 돈 안 되는 일만 골라서 하던 건축기사 형님이 있다. 건축의 가능성을 믿듯이 연애의 가능성을 믿는 형님이다. 물론 연애는 젬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밤샘작업에 지방출장, 건설현장에서 그을린 시커먼 피부, 전라도 사투리. 그리고 무엇보다도 돈도 없고 직장도 변변찮다. 그러나 성격 하나는 끝내주게 낙천적이던 형님은 마지막 희망으로 자신이 다니던 교회로 눈길을 돌린다. 교회여성들은 스펙보다는 사람을 보겠지 라는 믿음으로. 하지만, 역시 좌절. 형님말로는 교회 다니는 여성들에겐 신앙도 스펙이란다. 일반적인 모든 스펙에 신앙이라는 스펙이 하나 더 필요할 뿐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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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있으면 연애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연애상대를 찾아본다. 하지만 웬걸. 요즘 젊은이들은 연애를 안 한다. 연애대신 만남을 갖는다. 어떤 만남? 스펙비교하기 만남. 돈, 직장, 출신학교 뿐만 아니라 외모, 성격, 말투, 옷 입는 센스, 주변 친구 등 모든 게 스펙이 된다. 심지어 연애 기술도 스펙이다.

스펙이 부족하여 연애를 안 하다보니 연애세포가 말라비틀어져 막상 기회가 와도 그 기회를 날려 버린다. 또 살가운 연애감정을 모르니 인간관계도 팍팍해 진다. 애당초 돈이 없어서 친구 만날 일도 별로 없지만 가끔 친구를 만나도 대화 할 줄 몰라서 술만 마신다. 가난한 젊은이들은 결국 심령도 가난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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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만 있으면 섹스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그래서 열심히 체력을 단련한다. 하지만 웬걸. 가난한 이들의 섹스에서는 몸 보다 중요한 게 있다. 돈!! 부모님들은 말씀하신다. 몸 건강하게 키웠으니 더 이상 바랄게 없다고. 그런 부모님들에게 이렇게 대답한다. “몸만 건강하게 키우실거면 차라리 낳질 말아 주세염. 돈 없이는 섹스도 못해요.”

고시원에서 섹스를 하기 위해서는 흥분된 상태에서도 삐걱거리는 침대소리, 신음소리, 살과 살의 마찰소리 등을 포착해 낼 수 있는 예민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소리가 포착된 이후에는 소리가 나지 않는 자세로 바꿔줘야 한다. 좁은 공간에서 각종 아크로바틱한 포즈가 연출된다. 이를 위해서는 최소한 갈월동문화센터 요가 중급반 정도는 기본으로 해줘야 한다. 어깨 결림, 다리절임, 근육의 뒤틀림을 견뎌낼 수 있는 유연하면서도 강인한 근육이 필요하다.

고시원을 벗어나기 위해 모텔을 찾는다. 넓은 침대에 쾌적한 향이 난다. 인터넷도 되고 Full HD 벽걸이 TV에 5.1채널 홈씨어터가 갖춰진, 10년 열심히 돈 모으면 전세값 마련할 수 있을 것 같은 풀 세팅된 원룸 같은 모텔이다. 잠깐 쉬는데 5만원이란다. 일주일 생활비 그러니까 168시간을 버틸 수 있는 돈을 3시간 만에 날려버린다. 억울하고 분하고 짜증난다. 다음에는 3만원으로 다음날 12시까지 있을 수 있는 여관을 찾는다. 복도는 어두컴컴하고 천장에는 곰팡이 자국이 있다. 축축한 이불위에서 섹스를 하고 나면 더 이상 누워있고 싶지 않다. 샤워를 하고 역시나 축축한 수건으로 온몸을 구석구석 닦아낸다. 며칠 후 애인이 곰팡이균 감염이란다. 곰팡이균은 성행위를 통해서 전염 되는 거 아닌가? 나는 멀쩡한데, 혹시 나 말고 딴 놈이 있나? 의사에게 물어보니 속옷이나 수건을 통해서도 전염이 가능하단다. 애인을 의심할까 축축했던 이불을 의심할까 고민하다 결국 이불을 의심하기로 한다.

이쯤 되면 섹스는 일이고 스트레스다. 차라리 야동이 낫다. 야동은 경제적이다. 콘돔하나 살돈이면 네다섯 편은 볼 수 있다. 연애가 고달픈 이들에게 야동은 눈물겹게 고맙다. 일본은 정말 선진국이다. 이렇게 다양하게 분화되고 전문화된 섹스가 가능하단 말인가!! 그 넓고도 깊고도 심오한 AV의 세계로 들어간다. 그리고 이렇게 외친다. “난 야동만 있으면 여자 없이도 살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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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똥구멍이 찢어지게 가난하다. 돈이 아니라 마음이. 나이는 먹는데 돈은 없고 취업도 안 되고. 부모님 뵐 낮도 없고. 결국 나는 별 볼일 없는 놈인가 좌절하기를 수십 번. 이럴 때 위로해줄 애인하나 없다. 어차피 상대도 좌절하고 있어서 연애를 해도 서로 위안이 되질 않는다. 세상 살기 힘들다. 팍팍하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연애는 무슨. 연애할 돈 있으면 학원이나 등록하자. 아니면 적금이나 들자. 요즘 세상에 연애는 사치다. 세상이 연애를 허락하지 않는데, 굳이 연애한다고 에너지 낭비할 필요 있나? 젊은이들이여~ 연애 때려 치자. 연애 세포 같은 건 씨를 말려 버리자. 세상이 조금 삭막해지고 말겠지. 범죄율 좀 늘어나고 말겠지. 결혼도 하지 말자. 애도 낳지 말자. 부모님들이 손자 보는 재미도 없이 우울한 말년을 보내든 말든.

아니다. 사실 뼈져리게 연애가 하고 싶다. 정이 고프다. 야동보다 섹스가 100배 낫다. 사랑하는 이의 눈을 마주보며 섹스를 하고 싶다. 마음이 가난해 지는 ‘스펙만남’ 보다 마음이 부자가 되는 연애를 하고 싶다.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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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신이 가난한 젊은이들이여,, 모여라!! 동아리, 클럽, 집단, 단체, 공동체 어느 이름이든 상관없다. 모이면 많은 것들이 해결된다. 심신이 팍팍하던 내가 찾은 곳은 수유너머였다. 수유너머는 심신이 허약한 삶에서 도피해 건강한 몸과 마음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공간이다. 나는 처음에는 세미나에 참여했고 점차 연극 모임을 꾸려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슬슬 밥을 짓고(점심/저녁밥 당번을 돌아가면서 한다) 사람들과 조금씩 친해지고 있다.

함께 모여서 생활하니까, 연애를 못하는 나를 자책할 필요가 없어졌다. 일단 밥값이 절약되니 돈이 별로 안 들어가고, 산책과 요가 등을 통해 체력도 좋아졌다. 무엇보다도 함께 놀고 함께 놀 친구들이 생겼다. 그런데 이게 웬걸~ 남녀노소가 섞여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애, 우정, 존경 등등의 감정이 이리 저리 떠다니게 마련이다. (물론 증오, 시기, 질투의 감정들도 있지만 한 공간에서 계속 얼굴 마주치다보면 어느새 해소된다. 그런 걸 잘 해소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신기하다.)

어째든 붕붕 날라 다니는 감정들 덕분에 공동체는 공부하기도 좋지만 연애하기도 아주 굿~! 이다. 먼저 스펙 따질 일이 없다. 연구실 생활을 해본 사람이면 이곳에서 스펙을 따지는 일은 전혀 의미 없는 일임을 알 수 있다. 스펙 따질 일 없으니 사람을 진심으로 만날 수 있다.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니 심리적 만족감이 커진다. 소소한 일에도 쉽게 정서적 만족감을 느낀다. 그래서 굳이 돈 들여가며 ‘뽀대’ 나는 데이트를 할 필요도 못 느낀다. 왜냐? 그냥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게다가 돈 없이도, 혹은 적은 돈으로 웬만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다. 돈 걱정 없고 마음도 편하다. 평생 연애 못할 줄 알았던 나도 연구실에서 임자 제대로 만났다. 덕분에 요즘 행복하다. 여전히 돈은 없지만 마음만은 점점 부자가 되고 있다. 빈 말이 아니다. 연애하고 싶다면 일단 모여라. 하고 싶은 일이나 지향하는 목표를 중심으로 해서도 괜찮다. 자신이 공부하고 싶고 어울리고 싶은 공동체를 찾아가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함께 모여서 공부하고 밥 짓고 다른 삶을 꿈꾸는 와중에, 남들 모르게 주고받는 눈빛만큼 짜릿한 것이 더 있을까! 그래서 나는 무미건조한 만남이나 ‘스펙만남’이 아닌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외친다. “모여라! 그러면 연애하리라!”

– 고헌(수유너머R)

응답 11개

  1. 사이말하길

    아 멋진 글이에요, 퍼가고 싶은데 괜찮은가요? ^^

    • 하이힐말하길

      글 퍼간다고 글이 줄어드는 일은 없으니,, 맘껏 퍼가셈요~

  2. 석생말하길

    재미있으면서, 좋은 글을 읽었습니다. 제 블로그에 퍼가도 되겠습니까? 물론 출처 표시는 확실히 하겠습니다.

  3. 아아말하길

    제대로 만난 임자 잘 챙겨주시고
    늘 행복하세요 ~
    여친이 참 이뻐요. ^^

  4. 비포선셋말하길

    동락여관 온천표시만 봐도 마음이 훈훈해지네 ㅋㅋ 가난한 연인들을 응원합니다^^

  5. 장동건말하길

    예쁘다….

  6. 안티고네말하길

    연구실같은 “가두리 양식장”에서라면 연애성공확율이 높아지는 거 아니겠어요~ 글 재미있게 잘 읽었삼~^^ㅎㅎㅎㅎ

  7. 박카스말하길

    연구실이 연애하는 공간이라니! 헐~ 말도 안돼!!
    ^^

  8. 사십대 여인말하길

    연구실 홍보를 아주 지능적으로^^ 하시는구만요. (근데 연구실에서도 연애 못하는 인간들은 뭔가? 순전히 지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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