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만난 사람들

구도자의 길을 가듯 – 염성순

- 모기

구도자의 길을 가듯 – 염성순

정말 우연하게도 만나야만 했던 운명도 있고 우연한 기회에 만나고 기억에서 사라지는 많은 인연들도 있다.
전시를 앞두고 사진을 찍었는데 잘못찍어 쓸수가 없게되었고 전시할 갤러리에서 내게 다시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해왔다. 작가이름은 염성순.

정상적이었다면 만날일이 없었을것 같은 작가를 정릉에 있는 작업실에서 만났다.
맨처음 만났을때의 느낌은 수유+너머 고미숙 선생님이 와계신줄 착각할정도로 닮았었고 애기를 하면서도 그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큰키에 직설적인 거친말투,오랜기간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을때 보이는 약간은 광기서린 눈빛,집이라 하기엔 잠자는곳 빼놓고는 온통 물감과 작품에 파묻혀 있는 방들을 보면서 그 기운에 압도당한 기분이 들었다.
많은 작가들을 만나봤지만 그런 에너지를 가진 작가를 만나기란 쉽지않은 일이었고
더군다나 여자 작가중에는 드문 경우였다.

그해 2008년 이상과 서정주의 시세계를 그림으로 표현하는 어렵고도 새로운 형식의
창작작업은 빈 캔버스에 스케치도 없이 작가의 영감과 함축적인 시에 대한 이해로
완성되어갔다.

작품을 완성하기위해 쏟는 에너지가 작가들마다 틀리겠지만 염성순 작가의 경우를 보면
현실적인 어려움,고독한 자기와의 싸움,외로움에도 불구하고 모든 체력과 에너지가 바닥날때까지 집중하고 밀어붙이면서 끝까지 가는것을 볼수있다.
마치,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나하나의 작품을 완성해가는 구도자처럼..

이렇듯 시와 문학에 관심이 많은 작가는 특히,주역에 밝아 주변에 많은 지인들이 사주풀이를 요구해와 귀찮아 하면서도 여러가지 도움을 주고있었다.
선뜻 내 사주풀이도 해준 작가는 나에게 여러 가지 조언과 더불어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었다. 비록 모든 것은 내의지의 문제였지만 덕분에 다른사람에게는 말못할 여러 가지 깊은애기를 나누며 어느누구보다 가까운 지인이 되었다.

지난겨울 추웠던 작업실에서 손이시려 장갑을 서로끼고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작업하느라
끼니를 못챙겨먹어 순대국을 사들고 가고 커피를 좋아하는 나를위해 기꺼이 먼걸음을해
커피를 구해다주고 때론 옷도 사다주는등 마치 큰 누님같은 배려에 처음에 봤던 선입견은 사라지고 누구보다 인간적이고 따뜻한 가슴을 품고있는 아름다운 여성임을 알게되었다.

비록 지금의 현실은 어렵고 작품또한 쉽지않지만 언젠가 그의 작품이 더 넓은세상에서 주목받고 알려지게 될날이 올거라 믿고 바래본다.




– 글/사진 모기

응답 2개

  1. 모모말하길

    겨울에도 손이 따뜻해
    붓놀림이 나비날개짓처럼 가볍고 유연해지기를…
    더불어
    마음과현실이 같이 행복해지기를…
    .
    .
    .
    그리고 건강하시길…

  2. lizom말하길

    사주까지 봐주신다고요? 정말 곰샘님과 닮았네요. 그러고보니 곰샘이 그림을 그린다면 꼭 저렇게 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심한 힘이 팍팍 느껴지는 그림, 그리고 밥상에 놓인 저 화구들이 참 우스우면서도 정겨워요. 밥상의 예술적 변신….사진 작가의 손에 예술가의 일상이 예술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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