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밥맛없는 세상

- ihunnyi

밥맛없는 세상

질문 하나 하고 넘어가자. 오행, 오행 이야기하는데 그럼 오행(五行)이 뭘까? 목화토금수. 세상을 다섯 가지로 나누는 것. 어떻게 생각하면 너무 작위적인 것일 수 있다. 모든 세상의 사물들을 다섯 개의 틀에 억지로 끼어맞추는 듯 한. 그럼, 왜 꼭 다섯 개야 하는데? 나무이면서 불의 기운을 가지고 있는 것도 있을 수 있고, 그 다섯 개로는 포괄 안되는 그 무엇도 있을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럼, 오행은 어디에서 시작했을까? 그것은 해와 달과 목성, 화성, 금성, 수성, 토성 다섯 별을 관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견해도 있고, 나무, 불, 흙, 물, 땅이라는 농업의 실제적, 생산적 활동물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이를 단순히 다섯 가지 실체들로 모든 만물을 끼어맞추었다고 생각하지는 말자. 이 오행(五行)을 영어로 번역할 때 기존에는 흔히 다섯 가지 요소들(five elements)로 번역되었다. 그러나 요즘은 다섯 가지 위상들(five phases) 혹은 다섯 가지 과정들(five processes)로 번역한다. 이는 오행이 갖는 의미가 단순히 다섯 가지 물질 그 자체만을 강조하는 것을 피하고, 그것들이 만드는 변화의 과정의 특성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흙(terra), 물(aqua), 공기(aer), 불(ignis)의 네 원소로 이루어져 있다는 서양의 4원소설. 서양 역시 이 4원소의 불균형이 건강의 이상을 초래한다고 보았다.

서구 역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원소설이 중세까지 세계를 지배했다. 공기, 물, 불, 흙이 그 네 가지 원소로, 이 4원소는 습함과 건조함, 차가움과 뜨거움의 네 가지 성질 중 두 가지씩의 성질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은 차고 습하지만, 불은 건조하고 뜨겁다. 공기는 습하고 뜨거우며, 흙은 건조하고 차다는 식으로. 그리고 그것이 네 가지 원소는 인간의 네 가지 체액을 구성한다, 혈액, 점액, 황답즘, 흑답즘이 그것이다. 그리고 이 중 어느 하나가 균형을 잃고 많거나 적을 때 다혈질, 점액질, 담즙질, 우울질이라는 병에 걸린다고 생각되었다. 세상의 기운이 사람의 몸을 이루고, 그것이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고는 단지 동양적인 사고만은 아니다. 그러나 굳이 차이를 찾자면, 서구에서의 4원소설이 세상의 근원적 물질이 무엇이었느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동양에서의 오행은 이 다섯가지 물질이 어떻게 상호 구성하면서 세상을 이루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물은 아래로 젖어들고, 불은 위로 타오르며, 나무는 구부러지면서도 곧 바르고, 쇠는 마음대로 구부릴 수 있고, 땅은 곡식을 생산한다” < 서경>

그럼, 이 다섯 가지의 성질을 살펴보자면, 나무는 뚫고 나가려 하고, 불은 위로 퍼져나가려 하며, 이렇게 흩어진 불을 거두어 수렴시키는 쇠이고, 이를 단단히 응고시켜 아래로 젖어드는 것이 물의 기운이다. 이를 다른 말로 하면 나고 자라고 거두고 저장하는 생장수장(生長收藏)의 원리인 것이다. 이는 사람의 일생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이런 목화금수를 부드럽게 달래 주며 중재하는 것이 바로 땅의 기운이다. 이렇듯 토는 목화금수 변화 과정의 각 마디에 존재하면서 자기의 주장은 전혀 내세우지 않고 원운동이 순조롭게 일어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나무와 불과 쇠와 물이 그 특성을 발현하는 곳이 기본인 흙인 것처럼 말이다. “머리 아프다. 어려운 이야기는 그만해라”라고 말하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음양오행 이야기는 그리 어려운 이야기는 아니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원리는 모르고 공식만 외우려고 하는 법. 기본 원리만 알면 그 이후는 식은 죽 먹기다.

그럼 하던 이야기 계속 하자. 앞에서 본 오행의 순서대로 보면 이번에 무슨 장부가 나올지 아시리라. 그렇다. 목화토금수의 순서니까 토의 차례다. 목기인 간, 화기인 심을 다루었으니 이번엔 토기인 비장을 할 차례다. 비장하면 뭔지 잘 안 떠오르는 분 있을거다. 어디 붙어있는거지? 우리에게 익숙한 서양 해부학적으로 보면 왼쪽 횡경막 아래에 있고, 달걀을 편형하게 펴놓은 듯한 적자색을 띤다. 지라(spleen)라고도 하는 것이다. 흔히 동양에서 비장이라 할 때 이 지라와 이자(pancreas), 즉 비장과 췌장을 함께 일컫는다.

동양의 신형장부도에서도 비장은 하나의 장기로 추상하기 애매한 점이 있다. 토가 목화금수의 기본이 되는 것처럼 비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는 특정한 장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토가 작용하는 바이다.

그러나 동양의 오장도에서도 가장 애매하고 불명확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이 바로 비장이다. 그만큼 하나의 장기로 추상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말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토가 목화금수의 기본이 되는 것처럼 비장 역시 마찬가지이다. 비는 특정한 장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는 형태가 있는 모든 것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의 기능이 저하되기 시작하면 전신이 점점 나른해 지는데, 이는 비가 전신을 담당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위에 병이 들면 가장 치료하기 힘들다고 본다.

따라서 누차 이야기하듯 비장이라 하면 단순히 해부학적인 비장 하나만 딸랑 떼어내서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비장의 토기운이 몸에 작용하는 바로 접근해야 한다. 비는 크게는 사람의 몸에서 토의 작용을 하며, 소화, 흡수, 저장, 배분하여 오장의 기를 비롯해 전신을 부양하는 역할을 한다. 즉, 입에 들어간 음식물이 타액과 섞이면서 인후, 식도의 연동운동으로 위로 보내어지고, 이 때 위액과 섞이면서 소화된 음식물과 위기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이 때 맑은 위기는 올라가서 비로 들어가고, 소화된 음식물은 소장으로 내려간다. 이 비에 들어간 위기가 비기가 되고 이것이 원기로써 각 장기로 흘러 들어가서 각 장기의 원기가 된다. 이것이 몸의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비위약하다’라고 말할 때 그 비위가 이 비위인 것은 이러한 소화하는 작용을 말하는 것이다.

비위 약한 분이라면 패스. 비위는 비장과 위장을 일컫는 말로 우리 몸에서 토의 기능을 한다. 밥맛없는 세상, 비위라도 강해야 한다!!

그럼 이번에도 비장에 대해서 이미지를 잡아보자.

“비는 하늘에서는 습(濕)이고, 땅에서는 토(土)이며, 괘에서는 곤괘(坤卦)이고, 몸에서는 육(肉)이며, 오장에서는 비(脾)이고, 빛깔에서는 누런빛이며, 음에서는 궁(宮)이고, 소리에서는 노래이며, 병적 변화에서는 딸꾹질이고, 구멍에서는 입이며, 맛에서는 단맛이고, 뜻에서는 생각하는 것(思)이며, 액은 침(涎)이고, 그 상태가 드러나는 것은 입술이며, 냄새는 향기로운 냄새이고, 숫자는 5이며, 곡식은 기장이고, 가축은 소이며, 동물은 털 없는 동물이고, 과실은 대추이며, 채소는 아욱이다.” < 동의보감>

땅의 기운이 빚어져 사람의 몸을 만들고, 이는 장부로서는 비장이 되고, 땅의 색깔처럼 황색을 띠며, 구멍으로는 입이고, 땅에서 나는 곡식과 같이 단 맛을 내며, 소화를 시키는 비장은 침과 관련된다. 그리고 그 상태는 입술로 드러난다.

어린아이가 침을 많이 흘리는 건 그만큼 비의 기능, 소화력이 강하다는 것을 뜻한다. 과식성이 강한 이들이 침이 많은 것도 같은 이치이다. 따라서, 소화가 안된다고 죽을 먹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 죽은 잘 씹을 수 없고, 잘 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소화 과정에서 침이 나오지 않는다. 침이 나와야 소화작용을 돕는데 이 효소가 나오지 않으니 위에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 물론 신체가 쇠약해져 있는 경우에는 죽을 먹는 것도 괜찮지만, 소화 차원에서만 본다면 죽은 오히려 몸에 더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렇듯, 씹는 행위 자체는 단지 잘게 부수는 것만이 아니다. 이가 맞물리는 동작에 의해 몸의 에너지의 일부가 되며 입과 연결되어 있는 식도와 위장의 준비운동이 되는 과정인 것이다.

비의 이상은 입술로 나타난다. 안젤리나 졸리 언니 같이 입술이 크고 혈색이 좋은 입술이 비위가 건강한 입술이다.

비의 이상은 입술로 나타난다. 우리 몸에서 근육이 외형으로 드러난 곳이 두 가지가 있다. 어딘지 글 읽는걸 멈추고 잠깐 생각들 해보시라. 우리 몸에서 색깔이 약간 다른 곳이 있지 않나? 그렇다. 입술과 젖꼭지이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을 하나의 관으로 보자. 그럼 구강에서 항문까지를 하나의 관으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입술은 소화관의 문에 해당하는 것이기에 그 색이 나쁘면 소화관의 기능이, 비의 기능이 나쁘다는 것을 나타낸다. 입술이 마르는 것과 바짝 타들어가는 것은 비위에 열이 있기 때문이다. 목이 마르는 경우 위염의 징조가 있고, 입술색이 검은 것은 비위가 나쁜 것이다. 비위가 건전하면 입은 크고 입이 야무지며 혈색이 좋다. 반대로 작은 입은 비위력이 작은 것을 나타내고 식욕도 없는 경우가 많다.

비위가 약하면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는다. 과식, 과음을 피하시라~

그렇다면, 비장은 어느 경우에 안 좋아지는가? 동의보감에는 타박을 받거나 넘어지거나 술과 음식을 지나치게 먹은 다음 성생활을 하거나 땀을 내고 바람을 쏘이면 비가 상한다고 나와있다. 또한 음식을 절도 없이 먹고 힘겹게 일하면 비가 상한다고도 나온다. 과식, 과음으로 몸이 무거워지는 이들은 새겨들 들으시길.

그렇다면, 이렇게 비위가 약해져서 급체에 걸린 경우라면? 합곡을 눌러주시라. 엄지 손가락을 들어보면 손목과 팔꿈치관절 사이 움푹 들어간데가 있다. 여기가 합곡이다. 그 한 가운데를 날카로운 것으로 꾹 눌러주시라. 꼭 침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볼펜 같이 뾰족한 걸로 조금 아프다 싶을때까지 눌러주면 비위관계의 체기를 내려준다.

급체했을 때 눌러주면 좋은 혈자리. 합곡과 족삼리. 기억들 하시라~

비기가 왕성하면 수액이 몸 안에 비정상적으로 고이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일전에 열 가지 병이 아홉은 담에서 비롯한다는 십병구담(十病九痰)을 말한 적 있듯이, 습, 담, 음이 많은 요즘 병증들은 비기가 부족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이는 사지를 움직여주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를 한 번 더 생각하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아는 것이 행해지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소위, 지(知)와 행(行)의 문제로, 이 지(知)와 행(行) 사이의 간극 만큼이 몸에 쌓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이 습이 되고, 담이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혜와 행동은 따로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

부모들의 단골 레파토리 중 하나 얘가 똑똑하기는 한데, 공부를 안해서 그렇다고 말들을 한다. 하지만, 그건 똑똑한게 아니다. 똑똑하면 공부를 해야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하는거 그건 말이 안된다. 지행합일은 그런 점에서 지와 행을 합일시키는 문제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비가 생각(思)과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생각이 깊으면 소화가 잘 안되는 것은 생각과 비장의 기운이 이어져 있음을 보여준다. 즉, 생각에 빠져들고, 걱정을 하면 몸 안 깊숙한 곳에 흐르는 기의 흐름이 한 곳에 멈추어서 움직임이 둔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는 생각과 실천의 괴리, 즉 생각만 하고 행동하지 않는 문제점을 말해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마지막으로 비장이 좋아지는 운동을 소개. “편안하게 앉아서 한쪽 다리는 펴고 한쪽다리는 구부린 다음 양손을 뒤로 가져갔다가 끌어당기기를 각각 다섯 번씩 한다. 다음 꿇어앉아서 양손으로 땅을 꾹 짚고 척추를 힘주어 돌리면서 범처럼 보기를 각각 세 번에서 다섯 번씩 하면 비장에 있던 적취(積聚)와 풍사(風邪)가 없어지고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게 된다.” < 동의보감>

– 담담1
  1. 이 글은 < 동의보감>과 고바야시 산고의 < 동양의학강좌3 비장,신장,폐장편>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

응답 2개

  1. 말하길

    오, 심오하면서도 재밌도다!

  2. 울새이말하길

    저의 경우는 평상시 소화장애를 겪어본 적이 거의 없는데 건강검진 결과 위궤양, 출혈성 위염이라고 해서 헐~했지요. 그런데 사주기둥을 보니 저의 일간이 戊土인데 사주구성에서 土가 1개에요. 결국 신약이고 장기로 본다면 비위가 약한 편에 속한 거겠죠. 침은 많지만 입술은 혈색이 안좋고(살색에 가까움) 잘 마르고 또 감기 증상의 첫번째는 목이 마른다는 것인데…게다가 대추와 아욱을 무척 좋아하는 식성을 보니.. 그렇게 그렇게 연결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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