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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다 한국인 만들기

- 소모뚜

다문화=다 한국인 만들기

파란 눈에 노란 머리, 하얀 피부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든다. 이런 장면은 일 년에 한두 번 명절에나 보던 모습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매우 자주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저런 단체와 지방정부에서 다문화축제라는 이름을 걸고 잔치를 벌입니다. 거기에는 어김없이 검은 눈에 검은 머리, 짙은 피부색의 사람들이 한복을 차려입고 한국음식을 만듭니다.

얼마 전 한 단체의 다문화축제에 부름을 받아 가게 되었습니다. 공연을 준비하는데 무대에서 게임을 하나 했습니다. 게임 제목은 “나는 한국인이다”였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이주민 5-6명 불러내 질문을 하고 틀리면 내려가게 하는데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이 이런 거였습니다. ‘한국말로 자기소개를 하라.’ ‘이런 저런 한국음식은 무엇이냐?’ 자기소개는 모두가 한국말로 하는데 70%가 인사말 마지막을 ‘나는 한국사람 입니다.’라는 말로 맺었습니다.

내가 한국에 이주해 온 것은 19살적입니다. 당시 나는 ‘저는 버마사람입니다.’고 말하기가 부끄러웠습니다. 한국 사람처럼 보일까 싶어 눈을 작게 뜨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한국 사람이 나를 붙들고 길이라도 물을 때면 대단히 반가웠습니다. 어디에서 왔느냐 물으면 ‘필리핀에서 왔습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버마는 돈도 많지 않고 정치상황도 좋지 않은 것이 부끄러웠습니다. 무엇보다 내가 버마사람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가난한 나라 사람’ 하는 눈으로 본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차별이 싫어 한국인이 되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말이 통하지 않을 때는 깔보는 눈빛이 더 싶게 읽히기 때문입니다.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에서 온 사람들이 자신을 베트남, 캄보디아, 네팔사람이라고 당당히 밝히기 어려운 이유는 이것입니다.

한국에 이주해 온 아시아 사람들 대부분의 나라는 한국보다 돈도 많이 가지지 못하고 정치상황도 좋지 못합니다. 때문에 누가 물어보기도 전에 이미 기죽어 있기 마련입니다. 때문에 이들의 마음 한편에는 차라리 한국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도 있습니다. 다문화축제에서 김치 담그고, 한복 입히고 하는 것은 이런 이주민의 마음을 헤아려 한국사람 만들기를 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이주민을 위한다며 ‘너희도 한국 사람이 되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주변부를 식민화하는 중심부의 사고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공연하러 무대에 올라선 나는 말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주민이 나는 네팔에서, 버마에서, 방글라데시에서 왔다고 말하는 것이, 자기 정체성을 말하고 살아가는 것이 다문화 아니겠나요? 모두 한국인이 되면 어떻게 다문화가 되나요?”

“이주민이 한국말과 한국문화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듯, 한국인도 다른 나라말과 문화를 알아가는 것,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다문화 아니겠습까?”

진짜 다문화는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를 당당하게 보여줄 수 있는 사회 일 것입니다. 모든 색이 다 빨갛게, 다 파랗게, 다 노랗게 되면 무지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필리핀에서 온 사람 중에는 한국말을 배우지 않으려는 사람들이 있다.’ 가끔 만나는 필리핀 친구의 말입니다. 영어로 대화하면 사람들이 존경스런 눈으로 보는 데 필리핀 말이나 한국말을 하면 무시하는 눈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이주민들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한국 사람에게 축복이 되는 모습은 어떤 것이겠습니까? 너무도 당연히 아름다운 무지개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문화, 다문화 아닐까요?

– 소모뚜(이주노동자의 방송 www.mwtv.kr)

응답 3개

  1. hyde말하길

    그말이 정답이네요. 다문화를 말하면서 모두 한국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는….한국은 정말 아직 멀었습니다…

  2. 덴뿌라말하길

    정말이지 ‘영어써야하는 한국인’ 밖에 없는 이 곳은 상상하고 싶지 않군요.
    정말.

  3. 말하길

    다문화를 말하면서 모두 한국사람으로 만들려고 한다는 얘기가 폐부를 찌르는군요. 도대체 이 천박한 사람들은 마주한 사람과 그 사람이 태어난 나라를 구분하지 못하니…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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