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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인 지원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 sros23

노숙인 지원정책의 현황과 문제점

노숙인과 만나고 관계를 맺는 과정은 점점 그들의 삶이 나에게도 영향을 주고, 고민을 하도록 하며 함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연대책임을 느끼게 한다. 내가 만난 이들과의 많은 이야기들 속에서 노숙을 하게 만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폭력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들을 책임지고 보호해야할 정부와 서울시는 그들의 폭력을 정당화하고 보기 좋게 포장하는 것에 급급한 모양이다. 때문에 빈곤계층을 위한 서울시 복지정책은 가난한 이들에게 살 수 있도록 최소한의 것을 보장하는 안전장치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결코 근본문제를 해결하고 있지는 않고 있다. 단순히 시혜적이고 성과중심적인 의미로서의 복지를 행하고 있으며, 어떤 이들에게는 그 안전장치마저도 보장받을 수 없는 현실이다. 주거가 불안안 빈곤계층을 안전하게 보호하지 않아서 결과적으로는 홈리스를 양성하고 노숙인이 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10년, 20년 그 전에도 많았었지만, 90년대 후반 IMF를 겪으면서 많은 이들이 실직을 하고, 갑자기 거리로 나오게 되자 노숙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게 되었다. 공원이나 역사에서 잠을 자고 낮에는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는 불안정한 삶에 가운데에 있던 이들을 위해 정부는 한시적인 정책을 내놓았다.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직업교육을 받거나 신용회복을 통해 다시 일자리를 갖게 되었고, 주거와 쉼터의 제공으로 거리에서 생활을 벗어나 다시 자신의 삶의 궤도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책에서도 적응할 수 없거나 이용할 수도 없었던, 조건이 안 되는 더 가난한 사람들은 다시 거리로 나오게 되고 오랜 기간을 눌러앉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

2000년 445명, 2004년 969명, 2008년 1,285명 이렇게 거리노숙인의 수는 점점 늘어가는 가운데 이들을 지켜야할 책임이 있는 서울시, 정부의 노숙인 정책은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거나 차별과 배제를 담보하는 복지정책을 내놓았다. 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정책과 부정적인 이미지를 이들에게 심어주는 얄팍한 정책이다. 정치인들의 비하발언도 노숙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게 하는데 한 몫 한다. 2008년 당시 전여옥 의원이 영등포역 노숙인들을 정리해야 한다며 반인권적인 발언을 했었다. 이 때문일까? 아니면 오랫동안 가져왔던 편견일까. 거리노숙인을 보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들을 게으르고 무능한데다가 위협적이기까지 하는 성가시고 귀찮은 존재, 다른 사람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무가치한 인간으로 어디 한군데로 싹 몰아서 안보이도록 숨겨야 할 유령 같은 존재로 생각하는 심각한 인식의 단계까지 왔다.

이렇게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살아가지만 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오해와 무관심 속에서 기댈 곳도 없이 불안정한 생활을 하는 노숙인에게 이들을 지원한다는 ‘복지’라는 것이 우습기만 하다.

서울시가 내놓은 지원정책 중 노숙인 보호사업은 문제점이 많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한 다음해, 2007년 연초부터 노숙인에 대한 서울시의 탄압이 강화되었다. 디자인 거리를 운운하고 관광객 유치를 위해 거리노숙인들을 단속하기 시작했다. 단속하는 순찰대 구성원들은 대부분 고엽제전우회 등 군대전역자로 노숙인에 대한 폭행과 폭언을 서슴치 않는데도, 이들을 통해 노숙인을 위한 복지 지원 상담을 제공하겠다고 한다.

또 이들 노숙인을 시설로 들여보내고 있다. 그러나 그 시설의 대부분은 입소목표량을 정하고, 매일 입소실적을 보고하게 하며, 입소실적이 많은 기관에는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소규모 쉼터는 지원을 축소하거나 점진적으로 폐쇄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노숙인에게 안정되고 특성에 맞는 주거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생활하도록 돕는 방향과는 거리가 멀다. 이들을 위해 거리노숙인 지원단체와 민간 기금으로 사용하는 주거지원으로 2-3개월 지원을 통해 다시 자립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돕는 사업이 있어서 노숙인의 자립성취도도 꽤 높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민간단체에서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예산확보가 불투명하여 사업을 매년실시한다고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에서는 G20을 대비하여 거리노숙인을 위한 임시주거지원사업을 한다고 했지만, 그 수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그룹홈 형태로 개인의 욕구를 그다지 반영하지 않은 형태의 생색내기 사업수준이다.

노숙인 일자리 갖기 사업도 주거지원 사업의 수준과 별반 차이가 없다. 한시적인 대책으로 단기간 일자리를 그것도 부족하게 확보하는 상태이다. 일을 쉬는 기간에는 벌어놓은 돈을 까먹게 되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2010년 겨울에는 그나마 있었던 일자리도 축소가 되었다. 작년 12월-2월 월 평균 850명이었던 특별자활근로 참가인원을 3월에 456명으로 절반가까이 삭감이 되었다. 이 일자리들도 임금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고, 거리노숙인은 대부분 주민등록이 없거나 말소되었는데 그러면 일자리 참여조차 어렵다. 서울시의 이런 일자리대책은 쉼터 입소자를 우선적으로 배정하는 경우도 있고 인문학 참여를 조건으로 일자리 사업을 배정하는 문제점도 있다. 일자리 참여자의 욕구와 자질을 반영하는 일자리가 아니라 그야말로 단기간 저임금 단순노동인 반짝 일자리일 뿐이다.

올 11월에 열리는 G20과 관련 ‘G20대비 노숙인자활대책’회의가 있었다. 여기에서 노숙인을 예비범죄자로 낙인시켜 단속을 강화하겠다는 의미가 내포되어있어, 노점상/이주노동자들의 탄압과 더불어 노숙인에 대한 직접적이고 노골적인 탄압이 예상되고 있다. 자활대책 회의이므로 자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구절절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그러나 이들이 말하는 주거지원 및 일자리, 신용회복, 의료지원 등의 각종 정책제도들은 이미 민간단체에서 시행하고 있거나 끊임없이 요구하고 있던 것들이다. 그러니 이제까지 정부에서는 잠깐 회의를 두 번 정도 한 적이 있었지만 그것도 없어서 유명무실해졌고, 딱히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던 부분이었는데 이번에 내놓은 정책들은 G20을 의식하고 내놓은 상당히 무책임하고 힘을 가진 자가 약자에 대한 폭력적인 행동이라 여겨진다.

잠정적으로 이들이 노숙하게 하는 근본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와 서울시가 더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복지 및 제도를 실시해야 한다. 이에 홈리스를 보호하고 이들과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살맛나는 세상을 위해 함께 이루어야 할 것들을 요구안으로 내놓았다.

1. 서울시 홈리스 지원 조례 제정하라
2. 서울시 여성 홈리스 지원대책 강화, 지역사회 중심의 노숙인 복지 실천하라
3. 홈리스 일자리 대책 강화, 홈리스를 이용한 서울시 선전사업 중단하라
4. 홈리스 생활자에 대한 주거대책 강화, 쪽방 재개발 중단 및 지역 재생 계획 수립하라
5. 홈리스 생활자에 대한 의료지원 강화하라
6. 홈리스 생활자에 명의도용 등 범죄피해 대책 마련하라

누구나 그렇듯이 노숙인들 또한 안정적인 주거지를 확보하고, 만족스러운 일자리를 갖고 스스로의 삶을 만들고자 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이 아니더라도 거리에서 생활하는 자신들을 불편하게 바라보지 않기만을 바라는 최소한의 욕구가 있다. 이는 반드시 지켜줘야 할 그들의 권리이며, 마땅히 귀 기울여 들어주어야 하는 함께 살아가는 사람에 대한 배려이다. 홈리스를 위한 법이 제정되고 그것이 지켜지는 그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 박사라/ 홈리스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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