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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이야기

- 제비꽃달팽이

버터이야기

< 식빵 굽는 시간> 주인공의 엄마는 매일 아침, 집 근처 빵집에서 갓 구워져 나온 크루아상 두 개를 먹습니다. 그 책을 읽은 후 처음으로 크루아상이라는 빵을 먹어보았습니다. 초승달처럼 생긴 모양도 탐스럽고 무게도 가벼운데다, 아주 고소했습니다. 무엇보다 빵의 결이 켜켜이 살아 있어 참 맛있었습니다. 크루아상의 이 결, 이 부드럽고 바삭한 식감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요? 놀라실지 모르겠지만 바로 버터의 힘으로 만들어진 ‘결’과 고소함입니다. 크루아상은 패스트리의 한 종류인데, 패스트리를 만드는 방법은 반죽에 버터 덩어리 싼 다음, 얇게 펴서 말고 펴기를 반복해 버터와 반죽이 얇은 층을 형성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크루아상, 패스트리에 있는 결들은 유지가 반죽과 반죽 사이에 끼어들면서 생긴 것이지요.

크루아상 말고도 쿠키, 케익, 머핀, 스콘 등 우리가 흔히 먹는 빵과자들 대부분에는 버터를 비롯한 유지류가 들어갑니다. 쿠키와 머핀 등은 유지가 주된 재료 중의 하나이고, 식빵같은 발효빵에도 약간의 유지류가 들어가면 풍미가 좋아지지요. 그런데 빵과 과자에 들어가는 유지의 종류가 버터 이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우리가 흔히 버터가 들어갔을 거라 상상하는 빵과자에는 대부분 마가린이나 쇼트닝이 들어가고, 시폰케익에는 식용유 등의 오일류가 들어갑니다. 이렇게 다양한 종류의 유지류가 쓰이는 것에는 빵과자의 맛과 식감 향상, 원가절감 등의 다양한 이유가 있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빵과자에 쓰이는 유지들에는 무엇무엇이 있고, 어떤 특징들을 가지는지, 어떤 것이 더 맛있고 건강한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우유 속 지방으로 만든 버터 우유 중의 지방을 분리하여, 크림을 만들고, 이것을 세게 휘저어 엉기게 한 다음 응고시켜 만든 것입니다. 가정에서 쓰는 것은 주로 가염버터고, 빵과자를 만드는 용으로는 무염버터를 씁니다. 버터는 우유지방만을 분리시킨 것이라서 첨가물이 거의 들어가지 않고 맛도 좋습니다. 가격이 좀 비싼 편이지만 빵과자의 맛과 먹을 사람의 건강을 생각해서 제비꽃 빵집에서는 국내산이나 뉴질랜드산 우유버터를 쓰고 있습니다.
인조버터 마가린 정제된 동식물성 기름과 액상기름에 수소를 첨가하여 만든 경화유를 적당한 비율로 배합하고, 거기에 유화제 ·향료 ·색소 ·소금물 또는 발효유를 가하여 버터 상태로 만든 것입니다. 마가린의 단점은 액상기름을 굳히기 위해 첨가물을 넣어야 한다는 것, 굳히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생길수도 있다는 점, 원가절감을 위하여 싼 값의 동식물성 기름을 쓴다는 것, 인공향이 가미되어 풍미가 떨어진다는 점 등이 있습니다. 시중에 ‘버터’라는 이름을 가진 것들의 성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가린이 섞여있는 것이 많습니다. 속지 않기 위해서는 버터를 살 때 꼭 성분을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쇼트닝 지방질이 100%로써 제과·제빵의 식품가공용 원료로 사용되는 반고체상태의 유지제품입니다. 쇼트닝의 원료는 특히 잘 정제된 지방질이어서, 비스킷과 쿠키 등을 만들 때 쇼트닝을 넣게 되면 다른 어떤 유지류를 넣은 것보다 바삭한 식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쇼트닝은 홈베이킹용으로는 잘 팔지 않는데요. ‘내가 만든 쿠키는 왜 제과점처럼 바삭하지 않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면 바로 쇼트닝이 정답입니다. 그러나 쇼트닝 역시 마가린과 비슷한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우지나 돈지 등의 동물성 기름을 많이 써서 첨가물과 질 낮은 원료 등의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콩식용유, 옥수수식용유, 카놀라유 마트에 가면 가장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름들입니다. 이들이 이렇게 저렴한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콩과 옥수수와 카놀라는 목화와 더불어 현재 재배되고 있는 가장 대표적인 GMO 작물들이기 때문입니다. 고로 우리가 사먹는 콩식용유, 옥수수식용유, 카놀라유에 GMO가 섞여있을 확률이, 아니 대부분이 GMO 작물로 만들어지는 것이 틀림없습니다.


2009년 GMO작물 재배현황

올리브유 올리브유는 건강에 좋기로 유명하지요. 하지만 특유의 올리브향 때문에 포카치아나 피자도우처럼 올리브향을 살려서 만드는 몇몇 빵류가 제외하고는 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한번은 크래커를 만들면서 올리브유를 조금 넣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다 구워진 크래커의 고소한 맛을 기대하고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올리브유 특유의 향이 코와 입안에 가득 찼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올리브향을 좋아하시는 분이 있다면 올리브유로 빵과자를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현미유와 포도씨유 우유버터와 더불어 제비꽃 빵집에서 재료로 쓰고 있는 유지입니다. 포도와 현미의 경우 아직 GMO가 상품화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GMO 작물일 위험성이 적고, 올리브유처럼 강한 향이 나지도 않기 때문에 빵과 과자를 만드는데 적절합니다. 제비꽃 빵집에서는 쿠키를 제외한 대부분의 과자류-브라우니, 머핀, 와플 등-에 현미유와 포도씨유를 쓰고 있습니다. 버터와 이 오일들을 놓고 보았을 때에는 식물성이고 많은 양이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된 오일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생태적이고 소박한 삶을 살았던 헬렌 니어링은 < 소박한 밥상>에서 빵은 원래 무거운 음식이라며, 버터로 결을 낸 패스트리를 ‘세상에서 가장 소화가 안 되는 음식’이라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패스트리는 역시 맛있는 빵입니다. 또 패스트리 만큼은 아니겠지만 다른 빵과자류에도 다양한 종류의, 적당량의 유지가 들어가야 맛이 있습니다. 한때 모든 음식이 소박하고 건강하며 소화가 잘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강하게 한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적은 양의 유지와 설탕을 써서 과자 같지 않은 과자들을 만들곤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맛있게 먹자고 만드는 건데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맛있고도 건강한 빵과자를 만들기 위해 우유버터와 현미유와 포도씨유를 사용하고, 맛을 유지할 수 있는 유지량의 최소 기준치들을 열심히 찾고 있는 중입니다.

-제비꽃달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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