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부시초청 평화기도회, I am Sorry 기도회

- sros23

부시초청 평화기도회, I am Sorry 기도회

참을 수 없는 불편함, 예기치 못했던 선물

5월 30일 저녁이었던 것 같다. 교회 청년부 클럽 게시판에 누군가 “어떻게 이런 일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봤더니 허거덩~ 정말 내 눈을 의심할 수밖엔 없었다. 그 글은 한국전쟁 60주년을 기념하는 평화기도회 홍보 웹자보였는데, 초대강사가 조용기, 김장환, 김삼환 목사 등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부시가 기도회에 간증자로 초대되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찌 이런 일이… 이라크 전쟁,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 불의한 전쟁을 두 개나 일으키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으로 인해 수많은 이들이 고통 받고 있는 상황에서, 여기에 대한 어떠한 반성도 하지 않은 “부시”가 한국전쟁 60주년을 맞아 ‘분단을 넘어 평화로’라는 주제로 열리는 기도회에 평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간증자로 초대되었다는 사실이 정말 너무 어이가 없었다.

참을 수 없는 불편함에 이 소식을 개인 홈피와 복음주의 클럽, 나름 클럽 등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바른 역사의식에 대해서 고민하는 이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클럽 등에 퍼다 날랐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이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분들, 한국 기독교가 이렇게까지 바닥으로 떨어졌냐며 탄식하시는 분들, 평화기도회가 아니라 회개기도회를 해야 한다는 분들 등 정말 많은 분들이 이 사안에 대해 분노, 안타까움, 탄식들을 토해내셨다. 그리고 모였다. 이 사안은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는 일이라는데 마음들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이 모임에서 부시 초청 평화기도회에 대한 여러 가지 대응방안 들이 모색되었는데 그 중에 하나가 I am Sorry 기도회였다. 이 기도회는 한국 교회의 영적 수준이 이 정도 밖엔 되지 않은 것에 대해, 아니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둔 것에 대해 우리가 먼저 회개하자는 마음에서 시작된 기도회였다. 하지만 솔직히는 정말 솔직히는 한국 교회가 이 지경까지 된 것이 너무 부끄럽고 미안해서, 이걸 주최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회에 대신 사과할 것 같지는 않아서 대표성도 없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과해야할 것 같기에 시작한 기도회였다.

‘I am sorry movement’ is to confess our sin to God and our friends. Sorry for ignoring the absence of peace on the Korean peninsula! Sorry for forgetting His calling to be a peace maker in this world. Especially sorry for leaving Korea divided by two for 60 years.

하지만 기도회를 하루 이틀 사흘 진행하면서 이런 질문들이 우리들 안에 생겨났다. 우리는 과연 부시를 비판할만한 자격이 있는 사람들인가. 부시가 평화기도회 간증자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는 분개했지만, 정작 이라크 전쟁에서 고통 받는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서는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해왔는가 또한 부시를 비판한다고 해서, 전쟁으로 인해 고통 받는 자들의 아픔에 대해서 무관심해왔던 나의 무정함이 덮어질 수 있는 가란 이 질문을 던져봤을 때 사실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런 마음은 나만 느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I am Sorry 기도회에 참여하는 이들 안에 함께 공유되었던 마음… 이심전심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면서 60년이 된 지금까지도 분단되어 있는 한반도에 대해서, 이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에 대해서, 세계 각처에서 전쟁, 무력분쟁 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삶에 대해서 알아보고,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지 찾아봐야겠다며, 부시가 온 다음에도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모여 같이 기도하고, 공부하고 그러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이 기도회를 거듭할수록 참가자들 사이에서 이야기되어졌다. 그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와중에 누군가 ‘어쩌면 부시가 온 것은 평화에 대해서 무관심했던 우리를 깨워주기 위해 온 것인지도 모른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그 때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던 이유는 자조적인 웃음이 아니라 머랄까 이제까지 그러지 못해서 미안했다는 마음, 지금에라도 할 수 있으니 다행이라는 마음, 이런 마음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다는 마음 머 그런 거? ^^

어쨌든 I am Sorry 기도회를 진행하면서 우리들은 평화기도회에 부시가 간증자로 참석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피스몹을 준비했고, 평화기도회 당일 날 이 사안에 대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여러 기독교 그룹들, 평화활동가들과 함께 Die-In 피스몹을 했다. 아무 것 없이 그저 바닥에 드러누워 전쟁으로 인해 죽어간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아픔을 여기에 참여하시는 분들도 함께 기억해달라는 메시지를 온 몸으로 전하기 위해 노력했다. 50여명이 넘는 이들이 상암 경기장 입구에 드러눕자 미리 와 있던 경찰들은 우리들을 에워싸기 시작했고, 지나가시는 어르신들은 우리더러 이게 머냐며 호통 치시기 시작했다. 어떤 이들은 이 사람들 안티기독교라며 상관하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반감을 드러내시는 이들도 계셨고, 우리들이 써놓은 티켓들을 보며 너희들이 6.25를 경험해봤냐며 대놓고 삿대질을 하시는 분들도 계셨다.

하지만 그런 분들만 계셨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들이 전단지를 나눠줄 때 눈으로 인사를 건네며 전단지를 받아 가시던 분들도 계셨고, “이라크 전쟁에서 죽어간 어린아이들을 기억해주십시오, 하나님은 그들도 사랑하십니다. 불의의 전쟁을 시작한 부시의 죄를 우리가 대신 회개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소리치던 우리들에게 말없이 생수병을 건네주시던 자원봉사자들도 있었다. 그 분들의 말없는 호의를 받을 때, 그 분들은 과연 어떤 마음으로 이 기도회에 참석하실까라는 질문과 더불어 ‘이 중에 단 한 사람이라도 이 평화기도회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 있는 이가 생긴다면 우리 캠페인은 성공한거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부시초청 평화기도회로 인해 시작된 I am Sorry 기도회와 지난 한달 간의 활동을 정리해보며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다. 왜냐하면 아직도 내 마음 속에 울리고 있는 ‘I am Sorry’는 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부시가 가고 난 다음에 더 두두둥 큰 목소리로 내 마음을 두들겨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버겁고, 조금은 더 아프고, 조금은 더 복잡해진 것 같다. 이런 걸 부담감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이 부담감이 예전과 달리 피하고 싶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왜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 옆에 ‘I am Sorry, 미안하다 사랑한다’라며 이 사회와 한국 교회를 향해 이야기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음을 이번 기회를 통해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평화를 함께 만들어갈 친구들이 사실은 많이 있었다는 것, 불의한 것에 대해서 저항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이를 위해 함께 마음과 몸을 드려 뛰어올 친구들이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것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다음을 위한 첫 걸음일 뿐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것. 어쩌면 부시 초청 평화기도회로 인해 받은 예기치 않은 선물이 아닐까 싶다. 이 선물이 나만을 위한 선물이 아닌 한국 교회와 한국 사회, 더불어 평화의 부재로 인해 고통 받는 수많은 이들을 위한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나 노력할까? 노력하고푸다. 기꺼이. ^^

– Naarm 김경미(www.kyungmeeya.com)

응답 2개

  1. 매이엄마말하길

    이런 일이 있었군요. 잘 읽었습니다.

  2. […] 부시초청 평화기도회, I am Sorry 기도회 _ 김경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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