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다가오는 봉기>>의 한국어 번역에 대하여

- 보이지 않는 번역자

이제부터 번역 연재할 < <다가오는 봉기>>(L’insurrection qui vient)은 2007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책인데 그 저자가 익명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익명으로서 자신을 드러냈다. 그 이름은 ‘보이지 않는 위원회(comité invisible)’다. 자신의 존재, 자신의 대의를 선명하게 드러내야 한다고 보는 전통적 좌파들과 달리, 이들은 “지도자도 없고, 요구도 없고, 조직도 없고, 단지 제스처와 음모만 있는 사건, 사회적으로 아무 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는 것을 그렇게 비극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오히려 현 체제가 식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자유를 가능케 하는 조건이라고 말할 정도다. 단지 전술적으로 그렇게 행동하는 것만이 아니다. 어찌 보면 이들이 주장하는 코뮨주의 자체가 현 체제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존재 방식이 아닐까 싶다.

어떻든 이 책은 큰 화제를 불러왔는데, 2008년 11월 프랑스에서 열린 반테러 법정에 몇 명의 젊은이들이 이 책의 저자로 기소된 것이 결정적 계기였다. 타르낙(Tarnac)에 살던 9명의 젊은이가 “테러 활동을 목적으로 한 범죄 단체 결성”의 죄목으로 기소되었는데, 이 책은 그 주요 증거 품목으로 법원에 제출되었다. 검찰은 이 책이 프랑스 철로에 있는 전선을 파괴하라는 등의 선동을 하고 있는데, 이 젊은이들이 책의 저자라고 주장했다. 물론 이것은 오독과 추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럼에도 프랑스 내무부 장관은 이들 아홉 명을 임박한 ‘극좌파 운동’의 예시로서 언급했고 이 책을 “테러리즘을 위한 매뉴얼”이라고 했다. 2009년 이 책이 영어로 번역되어 미국에 소개되었는데, 보수 언론인 폭스TV는 이 책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리는 뉴스 꼭지를 특별히 제작해서 방송하기도 했다(아래 영상 참조).

< 위클리 수유너머>는 이 책이 ‘테러리즘을 획책’하고 있다는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평가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지는 이 책을 읽어 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오히려 테러리즘은 이 책이 주장하는 코뮨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불신의 결과물이다. 이 책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다양한 투쟁들이 왜 전통적 좌파의 언어로 이해될 수 없는지를 보여준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삶의 방식과 새로운 투쟁의 방식이 어떻게 수렴하는지, 그리고 왜 거기에 코뮨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책의 주장에 동의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우리는 이 책을 소개하는 것을 우리 몫으로 받아들인다. 무슨 소명 의식을 느껴서가 아니라 그냥 꽤나 발랄하고 재밌는 책을 읽었기에, 그저 친구에게 전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연재를 시작하고자 한다.

-보이지 않는 번역자(invisible transla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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