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실에서

고맙습니다, 많이! 즐겨주세요, 쭈욱!

- 고병권(수유너머R)

2010년 7월 7일, 드디어 < 위클리 수유너머>의 시즌 2가 시작되었습니다. 내용도 디자인도 모두 바뀌었습니다. 지금까지 큰 주제 없이 나열된 메뉴들이 시사, 문화, 일상, 학술 범주로 묶여서 깔끔하게 정리되었지요. 학술이 있었냐구요? 없었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제 새로 생겼습니다. 무슨 연구자 집단이 만드는 잡지에 학술면 하나 없냐는 말 많이 들었습니다. ‘아, 일상이 다 공부죠, 하하’, ‘공부하다 남은 시간에 만들다보니 아무래도 여가정신이…’, ‘동시대반시대 코너 찾아보면 간혹 학술적 내용도 있어요, 흠흠’… 이런 식으로 더 버티기는 힘들었습니다.

학술면에 대한 독자여러분의 소망을 온갖 변명으로 튕겨내던 어느 날, 갑자기 각성이 일어났습니다. ‘우리도 학술면 만들 수 있지 않나?’ 그러다가 ‘뭐야 우리 역량이면 그리 어려울 것도 없잖아.’ 그러다가 드디어 ‘뭐야, 이거 무지 중요한 거 아냐. 위클리를 바꾸자. 이제 시즌2야! 까이꺼 함 해보자, 아자, 아자’. 뭐 이런 식의 전개였다면 믿으시려나.

어떻든 학술면 신설이 내용상 가장 큰 개편이라고 하겠습니다. 학술면은 네 개의 코너, 즉 1) 혁명과 정치의 사유, 2) 정경미의 시경(詩經) 읽기, 3) 고봉준의 언더라인, 4) 다가오는 봉기(번역)로 이루어졌습니다. < 혁명과 정치의 사유>는 현대 유럽의 정치 사상가들의 이론을 검토하면서 새로운 ‘혁명’과 ‘정치’의 개념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로서, 수유너머N과 수유너머R에서 활동하는 연구자들이 돌아가며 집필합니다. < 정경미의 시경 읽기>, 동양고전 시경에서 “고전의 바다”, “시의 아름다움”을 선물 받았다는, 수유너머구로의 정경미 선생님. “혼자 울면 ‘울음’에 그치지만, 함께 울면 ‘울림’이 된다”며 모두 함께 “커다란 울림을 만들어보자”는 선생님 말씀에 저까지 맘이 크게 동합니다.

< 고봉준의 언더라인>은 고봉준 선생님이 코디를 맡은 학술서평 코너입니다. 책을 요약하는 게 아니라 책이 제기한 문제를 끌어내 시금해보는 본격 서평을 시도하겠다고 합니다. < 다가오는 봉기>는 2007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뒤 여러 이유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으로, 최근 전지구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운동들의 새로운 양상과 거기서 그려볼 수 있는 코뮨주의의 비전을 아주 발랄한 용어로 기술하고 있습니다. 2009년 영어 번역이 나왔고 이번에 한글 번역이 이루어지는 셈이죠.

학술면이 신설돼 네 개의 코너가 더해졌지만 기존 코너들 중에 빠져나간 것도 있습니다. 필자 선생님의 건강 문제로 연재가 오랫동안 중단되었던 < 돌에 새긴 이야기>, 그리고 지난주까지 중남미 이야기를 마친 윤여일 선생님의 < 여행을 사고하다>가 이번에 빠집니다. 두 코너의 내용은 지난 기사 보기를 통해서 언제든 보실 수 있습니다. 두 분 선생님에게 고맙다는 말씀 전하고 앞으로 다른 코너에서 자주 뵙기를 희망합니다. 아울러 핫인기 코너인 < 매이데이>와 < 백수건강법>은 교대로 격주 업그레이드 될 예정입니다. 매주 달려온 필자 선생님들에게 ‘쉼표’ 같은 시간을 드리고, 독자들께는 새로 늘어난 코너들을 주유하는 시간을 드리는 거라고, 제 맘대로 위안을 하고 있습니다.

내용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만 사실 기술적인 개편도 크게 이루어졌습니다. 사실 눈에 보이는 변화보다 보이지 않는 변화가 더 많습니다. 그 동안은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헝겊 조각 덧대듯 어렵사리 페이지를 구성했습니다만, 이번에 진보넷 박명훈님의 도움을 받아 아예 기둥을 새로 세우는 대공사를 감행했습니다. 그 덕분에 각 범주별 컨텐츠를 한 눈에 간단히 볼 수 있는 기능도 생겼고, 기사별 댓글도 바로 확인이 가능해졌습니다. 물론 보이지 않는 운영상의 편리함은 말할 것도 없고요. 박명훈님께 감사의 인사 넙죽 전합니다.

물론 아직은 곳곳에서 공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삿짐 다 옮겨놓았는데 잔공사가 진행 중인 집처럼 좀 어수선할 겁니다. 모든 걸 제대로 갖추고 시작하면 좋겠지만, 이곳저곳 손보고 고쳐가면서 매번 좀 더 낫게 만들어가자는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가 무척 중요합니다. 기능에 문제가 발견되거든 함께 수선하는 마음으로 이것저것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참, 개편 특집 이벤트가 열리고 있습니다. 개편 축하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 중에 몇 분 선정해서 소정의 선물을 드리겠습니다. 아울러 ‘독자가 제안하는 위클리 특집’ < 나라면 이거 한다>에 공모해서 채택된 분들께는 선물을 드리고, < 위클리 수유너머>의 한 호를 독자께서 제안한 특집으로 꾸미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참고로 < 위클리 수유너머> 방문자 수가 최근 아주 많이 늘었습니다. 숫자에 연연하지 말자는 다짐을 해둔 터에 그런 걸 말하는 게 쑥스럽습니다만, 그래도 입이 근질거리더니 자꾸 자랑질이 삐져나옵니다. 독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아주 많이. 그리고 즐겨주세요, 쭈욱~

-고병권(수유너머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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