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가 만난 사람들

삼류작가

- 모기

내 사진중에 추억을 떠올리며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진한장이 있다.
7년이란 세월이 흘러도 언제나 곁에서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다시 제자리를 찾는 그런 사진이지만 언제봐도 정겹기만 하다.

단순한 기념사진이긴 하지만 이 한 장의 사진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있다.
먼저,이곳에 모인이들은 스스로를 삼류작가라고 부르며 삼류전에 참가한 조각가들이다.
미술계 특히,조각계에서는 누구나 인정하는 실력을 갖고 좋은 작업들을 하는 작가들이지만
아웃사이더격인 이들은 매년 년초가 되면 미술잡지나 신문에서 일류,인기작가들의
등수매기기 발표에 반발해 자발적으로 전시를 만들었다.
일류,이류,삼류를 나누는 구분은 무엇이고 누가 예술을 이런 잣대로 평가할수 있을까?
나는 이때의 상황을 등수를 매기는 언론에 대한 시위이자 유쾌한 퍼포먼스라 본다.
그 삼류전에 모였던 작가들을 보면 각자 뚝심있는 작업으로 거칠고 개성들과 기질들이
남달라 한자리에 전시한다는게 정말 있기힘든 광경이었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아끼는
사이들이었기에 가능했다.

이후에 이들이 다시 전시로 모인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거라 생각한다.
이때 모두가 젊었고 서로의 작업장을 돌며 인생과 예술을 논하던 뜨거운 가슴을 가졌기에
서로를 향해 거침없는 조언을 날리고 싸우기도 많이했다.
누군가 비판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거 그게 친구던 동료이건 작가로선 좋은 자극이고
행복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친하게 지내면서도 경쟁심도 있었고 서로의 작업에
대해서 조언과 비평을 아끼지 않았기에 다른 어느작가들보다 더 열심히 좋은작업을
하게되지 않았나싶다

어느 영화에서 주인공이 한말중
“누군가에게 해줄 좋은 애깃거리가 있다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결코 비참해지는법은 없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때 참 많은 일들이 있었고 즐거운 추억으로 가슴에 남는다.

세월이 흘러 삼류전에 참여한 작가들의 모습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제 누구도 삼류라 불릴수있는 작가도 없고 스스로도 그렇게 부르지 않을것이다.
각자 최고의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귀감이되고 목표가 되는 작가들로 자리잡은 이들
모두에게 진정으로 박수를 보내고 미술계의 살아있는 레전드로 더 멋진 모습으로들
만나길 기대한다

글.사진/모기

삼류전에 참여한 작가들을 소개하면 앞줄좌측에 양복을 입고 눈을 지긋이 감고있는 삼류전 평론을 썼던 김준기(전 사비나미술관 학예연구실장)씨를 빼고 좌측부터 조각가 최태훈,우무길,박용국,이길래,양태근,정광식,성동훈,이재효,이영섭 총9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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