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세미나, 놀자

- 사루비아

달팽이 공방에서 하는 활동에는 만들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상예술>이라고 이름 붙은 세미나가 하나 있다. 이 세미나는 공방에서만 따로 하는 것은 아니고 수유너머N의 세미나 중 하나로 들어가 있다. 수유너머N과 달팽이 공방의 관계가 모호하듯이 이 세미나도 성격이 참 애매모호하다.

현재 일상예술 세미나에는 완전 백수도 있고, 세미 백수도 있고, 정규직도 있다. 아이 엄마도 있고 학생도 있다. 참 많이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예술과 같은 삶’, ‘소박한 삶’에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아니, 관심이 아니라 그것을 실천하고자 한다. 그래서 세미나 이름이 <일상예술>이다. 처음에는 열심히 책만 읽었다. 윌리엄 모리스 평전도 읽고, 생태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읽고, 무시무시한 화학 첨가물에 대한 책, 공정무역에 관한 책도 읽었다. 하지만 조금 민망하게도 전원 모두 지각, 결석 없이 모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_-;;; 토요일 아침 시간이기에 그렇다고 거듭 되뇌어 본다. 그런데 책 읽는 것이 아닌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간다거나, 파티(?)를 위해 장을 보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때에는 참석률이 매우 높다.

사실 일주일 내내 일하다가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 회사원과 일주일 내내 세미나로 바쁘게 보내다가 토요일 아침에 나오는 백수에게 토요일 아침에 또 다시 세미나란…가혹하다.

잘 살아보자고 꾸린 것인데 세미나가 피곤하다는 건 우리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 우리 세미나는 즐겁고 신나야 한다!!

세미나는 공부만 하나? 좀 놀면 안되나?

결국 ‘세미나’라는 틀을 벗어나기로 했다. 세미나는 공부만 하나? 좀 놀면 안되나? ‘세미나’가 함께 모여서 무언가를 공부하는 것이라면 ‘노는 법’을 공부(?)하면 되지 않을까? 세미나에서 어떻게 놀까?

사실 제대로 놀기란 생각보다 어렵다. 영화보고 밥 먹고 요즘 유행하는 것은 뭔지 길거리 돌아다니며 상점 구경, 사람 구경 좀 하다보면 목마르다. 차 한 잔 마시며 수다를 떨고… 하도 수다를 떨었더니 배가고프니 뭣 좀 사먹고…이렇게 하루를 보내고 들어오면 몇 만원 금방이다. 돈 쓰면서 노는 것 말고 다르게 노는 것 없을까? 떠오르는 것이 있으신가? 아마 바로 떠오르는 것은 없을 것이다. 돈 없이 잘 노는 것은 바로 생각나지 않는다. 그 만큼 쉽지 않다는 거다.

어떻게 놀지 1년치 계획을 짜는 것은 무리이고, 한달 씩 계획을 세우기로 했다. 매달 마지막 주에 맛있는 것을 먹으면서 다음 달에 읽을 책과 놀거리를 연구(?)하는 것이다. 신난다!

그렇다면 7월의 세미나 일정은 어떨까?

2주: <희망을 여행하라>를 읽는다.
3주: 아현동 골목 탐험- 북아현동은 올 가을부터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동네를 포크레인으로 파괴한다. 그 전에 골목을 최대한 누려야 한다.
4주: 아현동 골목지도 그리기- 셋째 주에 발로 지도를 그렸다면 이번 주는 손으로 그린다.
5주: 맛있는 것 먹기- 만들어 먹거나, 근처 맛있는 집을 찾아서 먹을 예정이다. 현재 세미나 구성원 중에는 음식 솜씨가 엄청난 사람들도 많고, 미각이 발달한 사람도 많기에 제일 흥미진진한 주가 아닐까 싶다.

<일상예술> 세미나처럼 일상과 세미나가 일치되는 곳을 찾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다들 맨발로 뛰어나가 맞이할 것이니 부담없이 한 번 ‘놀러’와 보시라. 친구가 있다면 ‘제대로 노는 것’은 생각보다 쉬울 수 있다.


“어려서는 뛰어 놀아라 튼튼해지도록- 젊었을 땐 나가 놀아라 신나게”
-더 클래식 <노는게 남는 거야>

일상예술 세미나
일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
장소: 수유너머N

– 사루비아 (어머나!! 이런!! 제 글은 항상 광고예요;;;;)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