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아동성폭력범, 영화로 본다(2부작, 첫 번째 편)

- 황진미

아동성범죄에 관한 우리 사회의 반응은 ‘경악할 만한 사건’이라는 비분강개와, 형량 강화로 사회에서 격리시켜야 한다는 엄벌주의가 대세를 이룬다. 그밖에 신상공개와 전자발찌를 둘러싼 이중처벌과 인권논란이 잠시 일다 묻히는 정도다. 그러나 아동성범죄는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대형사건으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경찰청자료에 의하면 13세 미만의 아동성범죄는 최근 4년간 급증하여 2008년에는 1,220건에 이른다. 2009년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의하면 13세 이하의 아동이 전체 성폭력피해자의 16.8%에 이르며, 대부분은 성기삽입이 없는 강제추행(60%)이나, 강간도 35%나 있었다. 그러나 신고률이 6%인 것을 감안하면 한해 약 2만 명(하루 평균 55명)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행 법률은 20세 미만 미성년자를 위협해 성관계를 가질 경우 5년 이하 징역형에 처하고, 13세 미만 아동과 성적 접촉을 할 경우 동의 여부와 무관하게 강간이나 강제추행으로 처벌하며, 상습범인 경우와, 4촌 이내 혈족이나 2촌 이내 인척에 대한 경우 가중처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 규정 만으로 보자면, 결코 형량이 가볍지 않다. 그러나 아동이 보호자에게 피해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거나, 부모가 인지했어도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포함한 2차, 3차 피해자가 될 것을 우려하여 덮어두려는 경우가 많아 신고률이 6%에 불과하며, 수사기관에서조차 진술능력이 떨어지는 아동의 진술 외에 범죄를 입증할 만한 증거확보가 어렵다는 이유 등으로 신고 된 사건의 50%만이 기소된다. 기소된 사건 중에서도 1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는 것은 다시 절반이하인데, 어렵게 유죄 선고를 받더라도 80%가 집행유예나 벌금형으로 풀려나기 때문에, 법조항이 무색한 실정이다. 이처럼 낮은 처벌율은 아동성범죄의 재범률을 높이는 직접적인 이유가 된다. 따라서 아동성범죄의 예방을 위해서는 엄벌주의에 대한 강조보다 신고률과 기소율을 획기적으로 높이고, 재범율을 낮출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들이 강구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아동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높이고, 둘째, 믿고 신고할 수 있는 수사시스템과 가해자가 반드시 처벌된다는 사법적 신뢰가 구축되어야 하고, 셋째, 아동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파일링과 함께 그들 특유의 자기합리화․책임전가 등의 왜곡된 인지를 교정하는 조치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아동성폭력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는 우선 가해자가 어떤 이들인지 알아야 한다. 외국의 연구에 의하면 아동성범죄자의 상당수가 소아성애증1을 가지고 있다. 소아성애증을 가진 범죄자들은 아동에 대해 가장 먼저 성적 매력을 느끼며, 아동포르노를 수집하는 특징을 보이는데, 이들을 ‘선호적 아동성범죄자’로 부른다. 이들은 다시 능숙한 솜씨로 자신이 좋아하는 연령의 아동에게 접근하는 ‘유혹형’과 아동을 유혹하는 기술이 부족한 탓에 낯설거나 아주 어린 아동을 대상으로 삼는 ‘내성형’, 아동에게 고통을 가해 성적 만족을 얻는 ‘가학형’으로 세분된다. 이들은 어렸을 때 성적 학대를 받았던 경험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가학형’의 경우 95%가 성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한다. 또 다른 유형은 소아기호증이 없으며, 아동에 대한 성적 선호가 없어서 의식적으로 아동을 찾지는 않으나, 특정 상황에서 가까이 있는 아동을 성관계에 끌어들이는데, 이들을 ‘상황적 아동성범죄자’라 부른다. 이들은 성인 배우자와 충만한 관계를 발전시키지 못하고 주로 근친관계의 아동을 손쉬운 성적 대용물로 삼는 ‘퇴화형’, 성적 흥분이 일어날 때 누구든 안 될 것이 없다는 생각으로 근처에 있는 아동을 대상으로 삼는 ‘도덕적 무차별형’, 성인들과도 다양한 성행위를 즐기면서도 색다른 성행위에 대한 욕구와 호기심으로 아동을 성적 실험의 대상으로 삼는 ‘성적 무차별형’, 정신장애나 은둔자의 모습을 보이는 ‘사회부적응형’으로 세분된다. 치료나 교정에 의한 예후는 ‘상황적 아동성범죄자’가 더 좋은 편이라고 한다. 그러나 모든 아동성폭력범의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이는 자아존중감이 낮아서 아무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들은 아동에 대한 지배와 통제 욕구를 가지고 있으며 아동과의 성행위를 통해 자신의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아동성폭력이 재현된 영화들을 통해 그 양상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자.

1. 아동성매매, 그 강자의 논리

소아성애증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화는 소아아동성매매를 다룬 영화들이다. 많은 소아성애증자들이 욕구충족을 위해 ‘위험한’ 성범죄가 아닌 ‘안전한’ 성 매수를 택하기 때문이다. 「어둠의 아이들」(2008)은 NGO 자료를 토대로 태국의 아동성매매를 고발한 원작소설에, 매수자인 제1세계인의 죄책감을 더한 영화다. 여기서 8세~11세의 남녀 아동들이 빈농인 부모들에 의해 약 36만원에 아동성매매 조직에 팔린다. 아이들은 무슨 일을 당하는지도 모르고 감금된 채 무지막지한 성적 학대를 당한다. 유럽이나 일본에서 온 성 매수자들은 자기 나라에서 엄격히 금지되고 법적 처벌이 따르는 아동성애 욕망을 항공료와 몇 푼의 화대를 지불하고 마음껏 즐긴다. 그들은 아이들도 성을 즐기며, 그러므로 자신들이 아동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소아성애자 특유의 자기합리화된 인지왜곡이다. 매수자는 주로 남성이지만, 더러는 여성과 남녀 커플도 있다.2 소아성애자의 75%가 여아를, 20-23%정도가 남아를 선호한다. 매수자들은 아이들에게 구강성교는 물론이고 성기삽입을 행하며, 관음증적 욕망을 위해 아이들끼리 성행위를 하도록 시키기도 하고, 노출증적 욕망을 위해 성행위 장면을 찍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발기를 위한 호르몬제 과다 주사로 사망하면, 에이즈에 걸린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쓰레기봉투에 담아서 버린다. 영화 속 에이즈에 걸려 쓰레기차에 버려진 소녀가 짐승의 몰골로 걸어서 고향집을 찾아오지만, 초막에 격리되어 산 채로 개미 떼에 뒤덮이고, 아버지에 의해 초막과 함께 불태워지는 장면은 가장 큰 충격을 안긴다. 1996년 유엔 조사통계에 의하면 성매매를 강요당하는 15세 미만 아동의 수가 남아시아에서만 100만 명, 전 세계적으로는 250만 명에 달하며, 스리랑카, 필리핀, 코스타리카 등의 아동 섹스 관광은 성업 중이다.

1907년 대한제국을 배경으로 한 퓨전 시대극「그림자 살인」(2009)에는 일본인과 친일고위층의 자제들이 모여 서커스단에서 사온 소녀들을 일본 인형처럼 단장시켜 성적 유희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에서 첫 피해자는 10세 전후이지만 다음 피해자는 아주 어린데, 이는 실제로 아동성범죄의 피해아동이 평균 10세 정도이지만, 약 25%는 6세 이하의 아동인 현실을 반영한다. 인도를 배경으로 한 「슬럼독 밀리어네어」(2008)에도 거리의 아이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앵벌이’ 조직이 아이들을 장님으로 만들어 구걸을 시키거나, 여아들에게 성매매를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1996년 유엔통계에 의하면 일명 ‘스트리트 칠드런’의 수가 2~3천만 명에 이르며, 이들은 언제든 구걸, 성매매, 강제노동 등 아동착취의 희생자가 될 수 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

아동성매매는 강자에 의한 약자의 착취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제 1세계인의 제3세계인에 대한, 제국의 식민지에 대한, 부자의 빈자에 대한, 어른의 아이에 대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적 착취관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아동성매매이다.

2. 아동성폭행, 그 억압된 진실

「러블리 본즈」(2009)는 아동성범죄자의 대표 유형을 잘 보여준다. 13세 소녀가 강간살해유기되는데, 범인은 인형의 집을 만드는 ‘조용한 독신남’으로, 소녀의 부모와 인사를 나누는 이웃3이었다. 그는 범죄 대상을 선정하고, 유혹할 아지트를 만드는 등 치밀한 준비를 한다. 이는 ‘선호적 아동성범죄자’의 ‘유혹형’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그들은 아동이나 부모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 자기 매력을 활용하며,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선물과 놀이를 잘 알고, 아이들의 공포 심리를 이용한다.

「미스틱 리버」(2003)에서 골목에서 놀던 소년은 두 남자에게 납치되어 사흘간 성폭행을 당한 뒤 탈출하여 돌아온다. 이후 고립된 생활을 해나가던 그는 25년 뒤 아동을 성추행하는 한 남자를 목격하고 그를 죽여 버린다. 이후 친구 딸을 살해한 혐의로 친구의 손에 죽고 마는데, 이는 어릴 적 상처로 얻은 위축된 심리 때문에 자신의 알리바이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화는 성폭행 피해아동이 당장은 치유된 듯 보여도 장기간의 우울증, 자책감, 수치심, 자존감 저하, 약물중독, 만성불안, 공황장애 등을 겪으며, 한참이 지나서 친밀감이나 성적 접촉을 느끼는 순간, 또는 가해자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 ‘플래시백’ 현상을 겪으면서 분노가 폭발하는 현상을 잘 보여준다.

나쁜 교육

「나쁜 교육」(2004)은 가톨릭학교에서 신부에 의해 상습적인 성폭행을 경험한 소년이 16년 뒤 트렌스젠더가 되어 마약과 성형수술에 중독된 모습을 보여준다.「슬리퍼스」(1996)는 우연한 사고로 소년원에 간 4명의 소년이 교도관으로부터 상습 성폭행을 당하고 14년 뒤 마약과 폭력에 찌든 성인이 된 두 소년은 우연히 만난 교도관을 죽인다. 두 영화는 학교나 소년원 등 시설에서 권력을 이용한 아동성폭력이 쉽게 일어나고4 , 오랫동안 은폐․지속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남아의 성폭행 피해를 일깨운다. 아동성폭력 피해자 중 4.4%는 남아인데, 이 경우 더 쉽게 은폐가 일어나며, 피해자는 자신이 동성애자가 된 게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는 성정체성의 문제를 겪게 된다. 또한 피해아동이 자신보다 어린 아이들에게 성적 학대를 가하는 경우도 있고, 성인이 되어 아동성폭력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꽤 있다. 이는 피해아동을 통해 자신을 보려는 나르시시즘이거나 소아기의 외상을 보상하려는 심리 때문이다.

슬리퍼즈

* 다음 주에 계속

  1. 소아성애증은 현재 가장 많은 법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성도착증이지만, 반드시 아동성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
  2. 아동성폭력 가해자의 대부분은 남성이지만 약 2-3%정도는 여성이다. 이 경우 대부분 아동 시설에 종사하는 여성들로, 법적 문제로 표면화되지 않고 은폐된다. []
  3. 아동성폭력의 경우 일반성폭력에 비해 가해자가 지인인 경우가 더 많다. 한국성폭력상담소 2006년 자료에 의하면, 아동 강간범의 경우 모르는 사람이 36.7%로 가장 많았지만, 동네 사람도 28.6%로 많았다. 9세 때 자신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21년 후 살해하여 아동성폭력문제를 세상에 공식적으로 알린 ‘김부남 사건’(1991)의 경우도 가해자는 동네 사람이었다. []
  4. 한국성폭력상담소 2006년도 자료에 의하면 아동성폭력의 가해자 중 교사 목회자 등 피해아동의 권력관계에 있는 사람이 강제추행의 경우 4.6%, 성매수의 경우 7.7%를 차지하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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