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꼼

[2호] <불신지옥>과 <독>을 통해 본 2009년 대한민국의 지옥도 1

- 기픈옹달(수유너머 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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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지옥>과 <독>을 통해 본 2009년 대한민국의 지옥도(1/4)

2009년 두 편의 공포영화 <불신지옥>과 <독>은 공통점이 많다. 형식의 측면에서 과장된 세트가 아닌 일상적인 현실의 공간을 무대로 삼으며, 자극적인 시청각 효과가 아니라 서사와 심리를 통한 공포를 추구하는 점을 들 수 있다. 내용의 측면에서는 더 많은 유사점을 지닌다. 두 영화의 중첩된 문제의식을 키워드로 요약하면, 개신교, 아파트, 소녀, 계급이다. 이상 네 가지 키워드는 한국사회의 현실적 공포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1. 개신교 : 샤머니즘과 근본주의가 만나 반공주의와 함께 시장주의로!

<불신지옥>의 어머니는 가족의 사고 후 종교에 집착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기도와 가두선교 활동으로 보낸다. 그녀는 교통사고 후 죽다 살아난 딸을 학교나 병원에 보내지 않으며 실종신고를 받고 찾아온 경찰을 사탄이라 내친다. 어머니는 종말론을 문자 그대로 믿으며, 초현실적인 능력을 보이는 딸을 성령을 입은 메시아라 생각한다. 어머니는 피 흘리며 쓰러진 딸을 고난당하는 메시아로 간주하여 딸의 부활과 더불어 세상종말이 올 것이라며 큰딸의 회개를 촉구한다. 영화는 소녀의 죽음의 다른 한 축으로 무속을 병치시킨다. 영화는 개신교와 무속의 내적 연관관계를 밝히진 않지만, 소녀를 둘러싼 개신교와 무속의 행위가 본질적으로 차이가 없음을 보여준다. 귀신을 성령이라 부르는 것이 다를 뿐, 이적을 행하는 소녀를 통해 자신의 맹신을 확증 짓는 점이나 건강이나 풍요 같은 현세적 안녕을 추구하는 욕망 등은 매한가지인 것이다. <불신지옥>이 보여주는 개신교의 모습은 (무속과 다를 바 없는) 맹신과 기복(祈福)이다.

<독>은 귀신 쫓기와 안찰기도 등 개신의 샤머니즘적 성격을 더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귀신 쫓기로 유명한 장로부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와 신경증을 보이는 이웃집아이를 욕조에 넣고 피멍이 들도록 때린다. 또한 여집사의 모습은 완고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띤다. 친절을 베푸는 듯 봐주는 이웃 아이에게 주기도문을 외우게 한다든가, 사산한 산모가 내민 손을 잡고 보호자를 따돌린 채 기도원으로 향하는 등의 행동은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믿음의 양태를 보여준다. 또한 주인공 남자는 어머니를 살해하는 죄를 저지르고 중산층에 편입되기를 원하는 데, 여기서 교회는 그가 삼백만원을 헌금하며 죄 사함을 받고자 하는 장소이자 거래처 사장과의 관계를 돈독히 하는 인맥의 장소로 활용된다. <독>이 묘사하는 개신교인은 샤머니즘적 행위를 벌이고, 독선적이고 우월감에 차 있으며, 헌금을 통해 씻을 수 없는 죄의 사함을 받으려 하거나, 중산층들 간의 사교욕망을 지닌 자들이다.

이들 영화가 보여주는 개신교의 모습이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두 영화가 짚어낸 한국 개신교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그대로 현실세계에 포개진다. 첫째, 귀신 쫓기, 안수 등 샤머니즘적 성격. 둘째, 건강과 부(富)등 현세적 복을 추구하는 기복신앙의 성격, 셋째, 종말론 등 성경을 문자 그대로 맹신하는 근본주의적 성격, 넷째, 완고하고 오만한 태도와 전도방식, 다섯째, 중산층들 간의 사교모임으로 변질된 교회, 여섯째, 헌금과 죄 사함을 교환하고 교회의 몸집을 불려나가는 시장주의적 성격이다.

첫째, 한국의 개신교는 샤머니즘적 성격을 띠고 있다. 이는 유구한 연원을 지니는데, 한국 샤머니즘의 전통적인 ‘인격신’의 개념이나 유학자나 동학도 등도 공유하는 ‘하느님’의 개념은 기독교의 유일신관을 받아들이기에 좋은 초석이 되었다. 또한 기독교적 귀신관과 샤머니즘적 귀신관 사이에는 유사점이 존재한다. 귀신 들림이 질병, 장애, 정신발작을 일으키고, 그것을 쫓음으로써 치유할 수 있다는 믿음이 무속과 유사하다. 강신무들의 접신행위는 개신교의 성령강림과 유사하며, 무속인들 중 개신교로 개종한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 개신교의 귀신 쫓기는 예수가 귀신들린 사람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었고, 제자들에게 귀신을 다스리는 권능을 주었다는 복음서의 구절에 의해 정당성이 보증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토착적인 샤머니즘의 천신관(天神觀) 및 귀신관이, 외래종교 기독교의 하나님 및 마귀의 개념과 맞아떨어진 지점에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한국 기독교 부흥의 역사’가 있는 것이다. 세계 최대의 단일교회, 순복음교회의 사이트에는 조용기 목사부부가 방언으로 중풍 환자를 고친 사건으로 교회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나와 있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침례교회인 성락침례교회 창설자 김기동 목사는 1961년 이래 죽은 자들 7명을 살렸다고 하며, 약 40만 명으로부터 귀신을 쫓아냈다고 한다.

샤머니즘적 개신교

둘째, 한국 개신교는 복음주의 오순절 성령운동의 영향으로, 질병의 치유와 물질적 번영을 ‘성령의 은사’로 간주하는 ‘번영신학’을 표방한다. 개신교에서 자본주의적 성공은 신앙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며, 하나님의 축복과 구원의 징표로 받아들여지는데, 이러한 현상은 오순절 복음주의에 의해 더욱 강화된다. 한국은 미국 선교사에 의해 들여온 개신교와 함께 근대화가 시작되었고, 해방이후 친미적 사회 분위기 속에서 압축적인 근대화를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개신교=근대화=미국=자본주의=경제성장=부(富)’라는 연쇄적인 연상반응이 일어나 하나의 프레임이 구축되었다.

그 결과 한국의 개신교인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보편적인 원리로 이해하면서, 신자유주의적 무한경쟁을 통한 개인적 성공을 희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요컨대 한국의 개신교도들은 물질적 성공을 하나님의 은사로 여기며, 개인적인 번영을 열망하는 ‘번영신학’을 추구하는데, 이는 현세적 복을 비는 ‘기복신앙’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셋째, 한국 개신교는 태생적으로 근본주의 신학이다. 선교사의 파송 당시 미국 개신교계는 자유주의 신학이 지배적이었지만, 하필이면 소수에 불과했던 근본주의 신학을 지닌 선교사에 의해 한국에 개신교가 전파되었다. 이들에 의해 한국의 개신교는 근본주의 신학으로 출발하였으며, 이후로도 미국 근본주의 교단의 문헌을 그대로 번역하여 들여와 지속적인 영향을 받아왔다.

근본주의 신학은 ‘축자영감설’에 입각하여 성서의 일점일획도 오류가 없다고 믿으며, 성서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 결과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천년왕국의 도래를 철저히 신봉하는데, 근본주의 신학이 바탕이 된 한국 개신교에서 극단적인 종말론의 대두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넷째, 한국 개신교는 근본주의적 성격으로 인해 완고한 태도와 공격적인 전도방식을 띤다. 한국 개신교의 주류 교단은 타 종교는 물론이거니와 개신교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신학이나 종교다원주의를 비롯해 심지어 신정통주의 신학까지도 이단이라고 배척한다. 즉 나(근본주의)이외의 다른 모든 것이 이단이다. 이처럼 타자를 전혀 인정하려하지 않는 독선은 타인에게 자신의 믿음을 강요하는 공격적인 전도로 나타난다.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국내 전도가 시장포화에 이르자, 1988년 ‘선교 한국 운동’을 기점으로 경쟁적인 해외선교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한국은 2006년 말 기준으로 173개국에 16,616명의 선교사를 해외에 파송하여 인구대비 가장 많은 선교사를 파송한 나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선교사들이 필리핀, 남미, 러시아처럼 (가톨릭이나 정교회 등에 의해) 충분히 기독교화 된 지역이거나, 개종이 거의 불가능한 이슬람 국가들 중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처럼 미군에 점령된 지역에 파송된다. 가톨릭이나 정교회로부터 개신교로 개종시키는 것을 진정한 의미의 ‘복음전파’로 보기 어렵거니와, 외국군에게 점령당한 나라에서 점령국가의 종교를 (대리)선교하는 것이 현지인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지는 뻔한 일이다. 그나마 그런 곳에서조차 휴가철에 우르르 몰려왔다가는 단기캠프 방식의 선교가 성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폭발한 사건이 2007년 아프가니스탄 분당 샘물교회 선교단 피랍사건이었다. 당시 국내에선 납치범들보다 무분별한 해외선교활동에 나선 ‘개독교’를 비난하는 여론이 들끓었으며, 해외선교가 현지민들을 위한 복음의 전파가 아니라 한국교회 내부결속을 다지기 위한 ‘명분 쌓기 용’이나 ‘세(勢) 과시용’ 이라는 질타가 이어졌다.

샘물교회의 해외선교 (출처: 노컷뉴스)

다섯째, 교회가 중산층의 인맥 쌓기 장으로 활용되는 것은 사회적 양극화가 뚜렷해질수록 강화되는 현상이다. 전반적인 개신교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강남을 비롯하여 중산층이 몰려있는 지역의 대형교회들의 신도 수는 증가하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소망교회’ 인맥의 힘이 확인된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더욱 두드러질 전망이다. 소망교회는 이명박 정부의 대한민국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시대의 아이콘’이자, 현재 한국사회의 지배세력이 누구인지를 알려주는 키워드이다.

소망교회는 1977년 ‘압구정 현대아파트’에서 출발하였다. 1976년 현대건설에 의해 압구정동에 지어진 아파트는 현대그룹 임원이나 정부 관료에게 특혜 분양되었다. 1978년 2차 부동산 폭등이 일어났고, 본격적인 강남 고급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이곳의 첫 주민들이 현재의 ‘강부자’임은 물론이다. 소망교회는 창립초기부터 현대건설 사장 이명박과 코오롱 회장 이상득 형제를 비롯하여 정·재계 명망가로 채워져 있었다.

초기부터 있었던 ‘소망금융인선교회’는 강만수 등 이명박 정부의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을 신봉하고 추진하는 시장근본주의자들의 모임이다. 그밖에도 소망교회에는 60명이 넘는 전·현직 장관과 현역 예비역 장성들이 있다고 한다. (‘어륀지’ 발언을 하였던 이경숙 인수위원장을 비롯하여) 인수위원회와 청와대 참모진,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행정부에 이르기까지 이명박 정부의 초대 내각이 소망교회 출신으로 채워졌다. 당선 직후 소망교회의 교인 수는 두 배 이상 급증하였으며, 특히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부모들과 청년부 대학부 등록교인이 많아졌다고 한다.

소망교회와 이명박

여섯째, 군소교회 난립과 초대형 교회로 대변되듯, 경쟁과 독점, 그리고 양극화가 개신교회의 시장적 특성이다. 전국의 목사후보생을 배출하는 교육기관은 270개에 이르며, 졸업생도 6,500명이나 된다. 이들 중 일부만이 기존 교회로 흡수된다. 결국 새로 상가를 얻어 목회를 시작하려는 교회들로 넘쳐난다. 한편 세계 50대 교회 중 한국 교회가 23개를 차지할 정도로 한국의 초대형교회는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러한 시장상황에서 개신교인들이 교회를 옮겨 다니는 수평이동이 빈번히 일어난다.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고 교회를 키우기 위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신도와 헌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율법과 교리보다는 무조건적인 축복과 죄 사함, 한(恨)의 위로와 엔터테인먼트 등 신도들이 원하는 것을 제공하게 된다. 교회가 헌금을 받고 축복과 구원이라는 서비스 상품을 파는 비즈니스처럼 변질되었으며, 대형교회의 경우 고객관리나 연예기획 등 ‘경영기법’을 도입하여, 기업처럼 몸집불리기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 황진미

응답 3개

  1. 386떨거지말하길

    무신론자님 참 바지런 하시네요.
    자본주의의 질서에 적응하시랴 바쁘실 터인데
    예까지 친히 들어와 글을 남겨주시니….

    근면성과 적극성에 박수 보냅니다. 짝짝짝….

  2. 무신론자말하길

    결국 당신 이야기는 우리들 먹여살리는 자본주의 부정하고
    좌파들의 가장 강력한 적인 기독교를 전체적으로 싸잡아 욕하는 것이네..
    그리고 결국 이명박 욕하는 걸로 마무리..

    한국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독소요소는
    아직도 386 떨거지들과 그 영향을 받은 후배들이
    인문학분야에서 이런 헛소릴 해댄다는 점이다..

    • 필자말하길

      흥분하기엔 아직 이르십니다. 다음 편을 더 읽어보시지요.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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