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미의 시경읽기

반짝반짝 작은 별 동쪽 하늘에 빛나네

- 정경미

小星

嘒彼小星 三五在東 반짝반짝 작은 별 동쪽하늘에 빛나네
肅肅宵征 夙夜在公 밤길을 가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네
寔命不同 이것은 운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嘒彼小星 維參與昴 반짝반짝 작은 별 삼성인가 묘성인가
肅肅宵征 抱衾與裯 밤길을 가네 이부자리를 안고 가네
寔命不猶 이것은 운명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동쪽하늘에서도. 서쪽하늘에서도. 반짝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추네. 어린 시절 우리가 자주 부르던 노래. <작은 별>이라는 동요와 비슷한 구절로 시작되는 시경의 노래가 있다. 시경詩經 소남召南 편에 나오는 「소성小星」이라는 시가 바로 그것!

소성小星은 다른 별이 뜨기 전에 뜨고, 다른 별이 지고 나서 지는. 사람들이 모두 잠든 아주 늦은 밤부터 이른 새벽에 잠깐 보이는 작은 별이다. 누가 봐주지도 않는, 가장 깜깜한 밤하늘을 외롭게 지키는 작은 별.

소성이 빛나는 모습을 이 시는 ‘혜嘒’라고 표현했다. 가냘플 혜. 멀리서 빛나는 여리고 가냘픈 빛이다. 사람들이 모두 잠든 시간에, 멀리서 빛나는 이 희미한 빛을 누가 볼까. 별이란 누가 봐줘야 빛이 나는 법이다. 그리고 이왕 빛날 거면 크게 빛나는 것이 좋지 않은가. 그런데 아무도 보는 이 없고, 찬란하지도 않은 가냘픈 빛. 소성은 참 쓸모없고 보잘것없는 존재인 것 같다. 그러나 이 작은 별과 ‘눈이 맞은’ 한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이 시의 화자話者인 ‘나’이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1) 肅肅宵征 夙夜在公 밤길을 가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네
2) 肅肅宵征 抱衾與裯 밤길을 가네 이부자리를 안고 가네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하네’라는 구절을 보았을 때, ‘나’는 하루종일 일을 하는 고달픈 처지의 사람인 것 같다. ‘이부자리를 안고 가네’라는 구절을 보니 하루종일 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야근까지 해야 하나 보다. 즉 이 시의 화자는 요즘으로 치자면 말단 공무원, 혹은 말단 샐리리맨쯤 되는 것 같다.

왜 같은 사람인데 누구는 높은 자리에서 떵떵거리고, 또 누구는 바닥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야 하나. 왜 똑같은 별인데 어떤 별은 찬란한 태양이 되고, 나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작은 별이 되어야 하나. 이런 불만이 저절로 튀어나올 것 같다. 그런데 이 시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것은 운명이 다르기 때문이다[寔命不同]” “이것은 운명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寔命不猶]”라며 자신의 처지를 긍정하고 받아들인다.

다른 별이 뜨기 전에 뜨고, 다른 별이 지고 나서 지는 소성小星과 이른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 때로 야근까지 해야 하는 ‘나’의 처지는 비슷하다. 고달프게 수고를 하지만 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는 존재라는 점에서.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소성을 볼 수 있었다. 밤늦게 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다 잠깐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거기 가냘프게 빛나는 작은 별! 이 우연한 만남이 삶에 대한 ‘나’의 태도를 바꾸어 놓는다. 나의 존재 가치는 내가 어떤 ‘자리’에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를 만나는가에 달려 있다.

“같은 종류의 빛은 서로를 비추어주고, 같은 종류의 물건은 서로 감응한다[同明相照 同類相求]”는 말이 있다.(주역) 이 시에서 소성과 ‘나’는 고달프게 수고를 하지만 알아주는 이가 없는 미미한 존재라는 점에서 동류同類이다. 그러나 야근을 하고 돌아가는 ‘나’를 가냘픈 빛의 소성이 비추어주는 순간, 그리고 있는지 없는지 잘 분간도 가지 않는 그 외롭고 작은 별을 내가 쳐다보는 순간, 소성과 ‘나’는 운명의 공동체가 되어, 소성은 더 이상 외롭지 않고 ‘나’의 삶도 더 이상 고달프지만은 않다.

별들의 운명은 다 다르다. 낮을 환하게 밝히는 해도 있고, 밤을 지키는 달도 있고, 겨울에 뜨는 별도 있고, 여름에 뜨는 별도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일도 저마다 다르다. 그건 각자의 능력과 처지에 따른 차이일 뿐, 마음을 다해야 하는 건 똑같다. 나보다 더 외롭고 고단한 저 하늘의 소성도 있지 않은가! 이른 아침에 나가고 밤늦게 돌아오는 덕분에 나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저 작고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지 않은가!

‘누구나 운명이 다르다 寔命不同/寔命不猶’ 이 시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게 자신의 운명을 긍정하고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를 보여준다. 아모르 빠띠amor fati! 반짝반짝 작은 별 동쪽하늘에 빛나네··· 어린 시절 우리가 자주 불렀던 동요와 비슷한 이 노래. 따라 부르기도 쉽다. 그러나 사람들 눈에 잘 띄지도 않는 이 사소한 반짝임. 작은 별 하나가 멀리 있는 친구에게 빛을 준다. 아무것도 아닌 삶을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힘을 준다.

* 모시서毛詩序(한漢나라 때 모형毛亨이라는 사람이 전한 시경)에서는 이 시를 “은혜가 아래에 미침을 읊은 시詩이다.”라고 풀이한다. [小星 慧及下也 夫人 無妬忌之行 惠及賤妾 進御於君 知其命有貴賤 能盡其心矣] 부인이 후덕하여 군주의 덕이 첩들에게까지 미치니, 첩들이 자신의 분수를 알고 만족한다는 것. 또, 한시韓詩(연燕나라 한영韓嬰이 전한 시경)에서는 소성을 조정의 하급관리로 보고, 이 시는 이들의 노고를 읊은 시라고 하였다.

응답 4개

  1. 으잌ㅋ말하길

    이번에 소개된 시경은 ‘오늘은 하늘에 별이 참 많다.'(오지은)라는 노래와 통!하는 거 같아요!?ㅋㅋ

  2. 뺑덕어멈말하길

    작은 별을 바라보는 작은 나…시경에 이런 표현이 있다니…기쁘게 읽고 갑니다.

  3. 라일락벤치말하길

    정경미 선생님의 맛갈스런 글맛에 입맛을 다시고 갑니다 ㅎㅎ

  4. 구경꾼말하길

    낯선 시경을 매번 따뜻한 일상의 시선으로 조명해주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운명을 사랑한다는 게 그런 의미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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