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여름밤 음악

- 발빠른 달팽이

공기가 물기를 잔뜩 머금어서 덕분에 피부 세포막 한 겹 한 겹이 눅눅해 진 여름이다. 사실 낮에는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으로 산뜻하게 지내지만 집에 돌아와서 간단한 샤워 후 축 늘어져 잠을 청하는… 읽히지 않는 책을 집어 던지게 되는, 모기의 밥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바람 없는 여름밤에 들으면 좋은 음악들을 이야기 한다.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 Inger Marie [Make This Moment, 2004]

캐롤 킹의 원곡을 잉거 마리의 색으로 리메이크한 곡이다. 피아노, 드럼, 베이스만의 담백한 편성과 약간 허스키한 목소리가 합쳐진 곡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재즈 가수로 지난 2004년, 40대 중반의 나이에 데뷔 앨범을 냈다. 특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인기를 얻은 가수로 읊조리는 듯한 독특한 창법은 진솔하다는 느낌을 준다. 내일도 날 사랑하겠냐고 속삭이는 말랑거리는 음악으로 다른 이의 몸과 호흡을 함께하기에도 그만!

여름 날 – 유희열, 신재평 [여름 날, 2008]

모 기업의 노트북 광고가 유희열의 소품들과 함께 작은 영화가 되어서 작은 인기를 끌었던 앨범 중 한 곡이다. “지구는 공기 때문인지 유통기한이 있대 우리 얘기도 그래서 끝이 있나봐”라는 감질나게 불어대는 후덥지근한 여름 바람 느낌의 끈적하고 유치한 가사가 참 인상적인 노래다. 페퍼톤즈의 신재평의 시원스런 편곡과 음성이 여름이랑 참 잘 어울린다 느낄 것이다.

My favorite things – Toki Asako [Standard, Korea Edition, 2005]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도 삽입되었던 곡으로 번개가 심하게 치던 날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마리아가 불러 주는 노래다. 기분이 별로일 때 좋아하는 것들을 생각하면 한결 나아진다며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노래하는 예쁜 단어들의 가사가 귀에 맴도는 곡. 일본의 유명 광고 음악에서 많이 들을 수 있는 토키 아사코의 음색과 간결한 건반과 드럼 소리가 청량하다.

Etude Op.10 No.1 – Chopin [Maurizio Pollini, 1972]

쇼팽의 연습곡은 이전의 작곡가의 이것과 많이 다르다. 쇼팽은 연주회장에서 연주가 가능할 정도로 음악적인 표현이 풍부하면서도 기교를 훈련할 수 있게 만들었다. 10번 작품집에 12곡, 25번 작품집에 12곡은 피아노를 공부하는 많은 학생들이 반드시 넘어야할 산 중에 하나다. 그 중에서 첫 번째 이곡은 오른손 아르페지오 연습과 왼손 옥타브 화음 연속 진행 연습을 할 수 있다. 아르페지오는 규칙적인 도약 진행 연습을 말하는데, 한 화음을 동시에 누르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연주하는 기법이다. 오른손의 계속되는 아르페지오를 듣다보면 파도가 연상된다. 그리고 강하게 왼손으로 눌러주는 베이스 음은 곡의 흐름을 잡아주면서 낮지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낸다. 가만히 듣고 있으면 숙연해 지기도 한다.

쇼팽 연주로 유명한 ‘폴리니’의 파도를 들어보자.

음악을 들으며 잠시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가장 뜨거웠을 때, 함께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꿈을 헤매다 보며 여름 밤이 짧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하게 되지 않을까?

응답 1개

  1. 탱탱볼말하길

    와아! 가끔 올라오는 음악 이야기 좋아요. 링크까지 해주시는 센스!! 잉어(게) 마리의 곡은 제 엠피삼 자주듣는 곡 중에 하나고… 폴리니는.. 음.. 폴리니는… 처음 쇼팽의 에튀드를 들었을 때의 충격을 잊을 수가 없어요… (게다가 제가 손 페티쉬가 좀 있는지라 영상으로 그 정확하고 힘있는 타건에는 넋이 나갔다는..ㅎ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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