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찢고 하이킥

ㅎㅁ, 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한 인간이여!

- 중희(후원회장)

ㅎㅁ1, 이 참을 수 없는 불편한 인간이여!

벌써 6월도 다 지나간다. 시간이 참 빠르다. 그러고 보니 ㅎㅁ면회횟수는 아직 3회나 남아있다. 윽, 큰일이다. ㅎㅁ은 편지에 면회가 “이곳[감옥]의 세계와 거리를 둘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라고 썼더랬다. 그 희망을 저버릴 순 없다. 이걸 어떻게 다 채운다…

명색이 후원회장이라지만, 사실 하는 것은 별로 없다. 난 늘 하는 게 없다는 말을 입에 붙이고 산다. 예의를 차리기 위해서인지, 하는 게 없음을 무마하기 위한 대외용 혹은 자기위안용 멘트인지, 이런 거 한다고 생색내고 싶음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내가 실제로 다른 후원회장들에 비해 일을 많이 하는지 아니면 적게 하는지도 모른다. 알아보려고 한 적도 없다. (아마도 내가 적은 축에 속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ㅎㅁ에게 그리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다. ㅎㅁ이 전적으로 나에게만 의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책을 보내주는 사람, 글을 받아 웹에 올려주는 사람 등 나름의 몫을 가지고 ㅎㅁ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전적으로 맡아 하는 일은 면회 조정이 거의 유일하다. 그것마저도 이번 달은 참 미안하게 되고 있지만..

그런데 실제로 일이 얼마나 많은지의 문제와는 별개로 일 자체가 주는 중압감이나 부담감이 있는데, 이 무게가 만만찮다. 나는 실제로 면회를 조정하는 일보다는 이 무게감과 싸우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쏟는다. 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신청된 면회가 몇 명이며 앞으로 며칠 남았으며 그래서 얼마나 더 어떻게 채워야 할지에 대한 혼란스런 생각들이 소용돌이친다. 그렇다고 당장 전화기를 꺼내들어 면회 독촉 전화를 돌리는 것도 아니다. 이 생각들이 머릿 속에서 떠나지도 않고 한 달 주기로 일정한 패턴을 그리며 불쑥불쑥 나의 일상을 침범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담인 게다.

이런 생각들은 한번 침범하면 증식하기 시작한다. 생각해보면 면회 조정 말고도 할 게 더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이것도 했어야 했고 저것도 했어야 했고 이건 할 수 있었는데 저건 다음에 해야 할 텐데 등등등… 그렇게 나의 무능을 탓하다가 나의 외로움을 동정하고, 스스로를 위로하다 다시 무기력해지기도 한다. 그러다보면 ㅎㅁ한테 너무 미안해진다.

어쩌면 이런 불편함을 감내하는 일이야말로 ㅎㅁ이 나에게 주는 숙제라는 생각도 든다. 여러 사람들이 나에게 ㅎㅁ은 ‘왜’ 병역거부를 하냐고 물었지만, 나는 대답을 하지 못했었다. ㅎㅁ이 나에게 안겨주는 불편한 존재감을 끊임없이 견뎌내지 않고서는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불편함이란 ‘언젠가는’ 해소 혹은 극복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이 가능하다면, ㅎㅁ은 이미 ‘병역거부자 ㅎㅁ’이 아닐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아마 그 질문에는 영영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ㅎㅁ의 존재는 그 자체로 불편함을 낳는다. 나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에도. ㅎㅁ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삶 속에 계속해서 균열을 일으키는 존재, 불편함을 집어넣는 존재다. 그런 의미에서 ㅎㅁ은 소수자다. 하지만 이 불편함이란 ‘건강한’(혹은 ‘정상적인’) 상태를 어지럽히는 병리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상적인 상태가 정상적인 것으로 보일 수 있기 위해서 제거되어왔던 것이다. 이 불편함 없이는 정상도 없다. 다만 ‘어떻게’ 함께 살 것인가라는 어려운 문제가 남을 뿐이다.

어쨌건 나는 이 문제에 별로 잘 대처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자꾸만 회피하고 싶다. 끝내 완전히 뿌리칠 수는 없지만 말이다. 여옥이 그랬다. 잠적하지 않고 후원회장으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그렇지만 내가 잠적하지 못하는 이유는 ㅎㅁ이 자꾸 쿡쿡 찔러대기 때문이다. 그냥 무시하고 지워버리기에는 자꾸 옆구리가 간지럽다. 내칠 수가 없다. 그래서 어떻게든 요놈을 좀 잘 처리하고 싶다. 근데 잘 안 된다. 그래도 잘 해보고 싶어 미련이 남는다. 그런데 또 잘 안되고…

나는 ㅎㅁ과 꽤나 친하고 가깝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가깝다고 느끼다가도 불쑥 낯설다. 그래서 매일 헷갈린다. 나만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지 어떤지. 요즘은 그마저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별 생각 없이 영위하는 일상적인 문화가 ㅎㅁ에게는 더없이 불편할지도 모르니, 그가 나에게 주는 불편함과 낯섦은 상대적으로 그리 크지 않은 것이다.

잘 모르겠다. 내일은 면회나 가서 (못 채운 횟수는 직접 발로 뛰리..) 오랜만에 얼굴이나 봐야겠다. 오랜만에 보면 또 어찌나 반갑던지. 또 언제 불편해질지는 여전히 장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1. 저는 현민을 ㅎㅁ이라고 부릅니다, 아니 정확히는 그렇게 ‘씁니다.’ ㅎㅁ이라고 쓰고 읽기는 또 ‘홍만’이라고 읽지요. 어쩌다 이 사람이 본명을 잃어버리게 됐는지는… 글쎄요, 기억이 잘 안 나네요. ㅋㅋ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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