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칼럼

편집자를 찾습니다

- 유재건(그린비출판사 대표)

이 귀한 지면을 빌려 구인광고 하나 할까 하는데, 괜찮겠지요. ‘컬럼빙자광고죄’에 대한 처벌(?)은 각오하고 있습니다. 저는 출판을 정말 매력적인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아무래도 “그~건, 니 생각이고”인 것만 같습니다. ‘편집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 저리가라니까요. “고귀한 것은 힘들 뿐만 아니라 드물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편집일에 대한 사회적 이해가 불충분하기 때문일까요.

“당신이 무엇을 즐겨 먹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 18세기 프랑스의 미식가인 브리야 샤바랭이 한 말이라는데, 저라면 이렇게 말하고 싶군요. “당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말해 보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 주겠다.”라고요. 누군가 편집일을 한다면, 더구나 그 일을 즐겁게 하고 있다면, 저는 그 사람은 참 행복하겠구나, 인생에서 절반은 성공했겠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 말에 공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편집일이 명실상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사 현실은 이름과 실제가 딱 맞아떨어지는 경우보다는 실제보다 이름이 번지르르 하거나 초라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편집일에 덧씌워진 오명과 허명을 벗겨내고 명실상부하게 제 이름을 찾아주는 것이 먼저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상에서 책이 만들어지고, '편집자'는 늘 새롭게 태어납니다.

저는 편집일이야말로 인간이 만들어낸 수천 수만의 직업 중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착한 직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앎과 삶, 그리고 함(doing)을 일치시킬 수 있는 몇 안 되는 직업이니까요. 책을 만드는 삶을 살면서 편집자의 앎의 세계는 경계를 가로질러 더욱 넓고 깊어집니다. 매번 새로운 책을 만들면서 새로운 사유를 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럴수록 앎과 삶을 일치시키기 위해 노력하게 됩니다. 앎과 삶이 일치하지 않으면 분열증으로 인한 자기 파괴를 피할 수 없으니까요. 그런 점에서 보자면 편집일은 인간을 정말 행복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저는 자신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출판계는 전자책이 이슈입니다. 전자책 시대에 편집자의 위상과 역할은 많이 달라지지 않겠냐구요. 그렇긴 해도 출판은 원래 플랫폼 산업입니다. 플랫폼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한 산업의 생존환경을 구성하는 생태계를 의미합니다. 종이책 출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하드웨어는 인쇄·제본된 책이고, 소프트웨어는 저자가 쓴 콘텐츠, 네트워크는 독자가 구매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의 온라인·오프라인 서점을 가리킵니다. 저자가 글을 쓰면 출판사는 편집 제작과정을 거쳐 책을 만들고, 독자는 이를 서점을 통해 구매함으로써 책의 생산과 소비가 완결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의미에서 플랫폼 구조를 띠는 것이죠.

플랫폼의 변화

전자책 시대가 되면서 이 플랫폼 구조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었습니다. 그 변화의 양상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의 모든 부문에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하드웨어의 변화를 볼까요. 하드웨어란 콘텐츠 뷰어(viewer)인 디바이스를 가리킵니다. 종이책 시대에 출판사는 인쇄소나 제본소를 통해 하청 방식으로 하드웨어(종이책디바이스)를 제작했기 때문에 하드웨어에 대한 장악력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자책 시대가 되면서 출판사는 가장 먼저 하드웨어(전자책디바이스)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하드웨어에 대한 통제권은 이제 아마존, 애플, 구글 같은 거대 기술기업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상의 네트워크와 하드웨어를 장악한 기술기업은 이제 배타적인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소프트웨어 즉 필자에 대한 장악력을 키워가려 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소프트웨어에 대한 변화를 보겠습니다. 종이책 시대에 책은 고비용산업이었기 때문에 작가나 저자는 출판사를 통해 출판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출판사는 작가나 저자에 대한 장악력을 일정 수준에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아무나 책을 낼 수 없었기 때문에 책을 내는 사람은 작가나 저자라는 이름으로 권위를 부여받았습니다. 그러나 전자책 시대가 되면서는 플랫폼에서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오픈 퍼블리싱 방식으로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나 쉽게 책을 내게 됨에 따라 작가나 저자는 더 이상 권위를 가질 수 없게 되고 따라서 평평하게 필자(글쓴이)로 불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자들은 이제 굳이 출판사를 통해 출판할 필요성도 크게 느끼지 못합니다. 출판사를 통하면 비용이 많이 들고, 따라서 필자에게 돌아오는 수익이 적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출판사 인세가 정가의 10%(판매가로 환산하면 15%~20% 정도가 됩니다)라면, 아마존이나 애플 같은 기술기업의 플랫폼에서는 저자 수익으로 판매가의 50~70%를 주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네트워크의 변화를 보겠습니다. 과거 종이책 시대에 출판 플랫폼에서 네트워크 역할을 담당했던 것은 서점이었습니다. 따라서 종이책 시대 때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갖고 있는 출판사와 유통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서점이 힘의 균형 속에서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했습니다. 그러나 전자책 시대가 되면서 네트워크 방식은 혁명적으로 변했습니다. 아마존, 애플, 구글이 보여주듯, 기술기업들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가 삼위일체가 된 플랫폼을 구축함으로써 출판의 전과정을 지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들 기업은 자사 플랫폼을 통해 포맷화된 편집툴을 제공함으로써 필자와 직접 거래하고, 소비자는 이들 기업의 네트워크에 접속해 언제, 어디서나, 자기가 갖고 있는 디바이스(스마트폰, 아이패드, 컴퓨터, 전자책디바이스 등)를 통해 책을 구매·소비합니다. 이제 종이책 시대 때 출판의 두 주체였던 출판기업이나 서점이 끼어들 여지는 별로 없어 보입니다.

그린비에서 독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쿵푸스 아이돌' 세미나. 출판사, 저자, 독자가 만드는 특별한 네트워크.

위에서 본 것처럼 출판사는 과거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지배력을 더 이상 가질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출판사에게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입니다. 그러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바로 네트워크입니다. 그것은 물론 기술기업의 경우와 같은 기술네트워크라기보다는 소셜네트워크입니다. 기술기업의 경우, 기술네트워크에 의해 생성된 소셜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출판사의 소셜네트워크보다 넓긴 하지만 얕고 느슨합니다.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저자 독자와 특별한 관계를 만들 수만 있다면 출판사는 여전히 존재해야 할 필요하고도 충분한 이유를 갖습니다. 소셜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면, 종이책 시대에 서점과 그랬던 것처럼, 기술기업과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공생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시 문제는 지식산업의 원천인 소프트웨어 즉 콘텐츠에 대한 장악력입니다. 이 일은 누구보다 편집자가 잘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얘기가 좀 딴데로 샌 것 같습니다만, 우리가 찾는 편집자는 네트워크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분이었으면 합니다. 책을 만드는 데서 더 나아가, 그 책을 삶의 한복판으로 끌어들여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일에 능력과 열정이 있는 편집자를 원합니다. 그런 편집자에게 편집이란 저자와 독자 사이에서 둘을 상호관련시키면서 함께 의미를 만들어 가는 역동적인 장(場)을 의미합니다.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뛰어난 컨셉인 “Riding a Movie”(영화 타기)를 벤치마킹해서 말하자면 “Riding a Book”이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테마파크는 “사람을 모으고, 사람과 함께 호흡하고, 함께 사건을 만들어가는 공간”을 지향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이제부터는 출판사 역시 테마파크 성격을 띠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린비출판사는 ‘책을 타면서 같이 놀고, 같이 공부하고, 같이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그런 공간을 지향합니다. 이거 완전 내 취향이다 싶으신 분, 바로 연락주십시오.

콕 찝어 구체적으로 얘기해 달라구요. 넵. 그린비는 첫째, 일과 공부를 하나로 매치시킬 수 있는 편집자를 원합니다. 일을 통해서, 공부를 통해서 하루하루 성장해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그런 편집자를 찾고 있습니다. 둘째, 그린비는 인문전문출판사입니다. 기본적인 인문소양이 있어야 함께 일하는 게 즐거울 수 있습니다. 셋째, 책은 밀도가 아주 높은 핫미디어입니다. 꼼꼼함은 기본이겠지요. 이 세 가지 조건을 갖춘 분이라면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 주십시오, 그린비의 요모조모가 궁금하시다면 요기를 클릭해 주십시오. 구체적인 응모절차나 방식은 그린비 홈페이지를 방문하셔서 경력편집자 모집 요강을 보시면 됩니다.

응답 1개

  1. 기픈옹달말하길

    하하~!! 멋진 편집자 구인광고네요!

    플렛폼의 변화 속에서 그린비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찾아갈지 기대해보겠습니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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