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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에서 인간으로

- 소모뚜


요즘 이주노동자의 방송 사무실이 9월 4일 이주노동자 영화제를 앞두고 아주 정신없이 준비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5번째로 하게 된 이번 영화제의 슬로건은 “그림자에서 인간으로”입니다.

그림자 란?

그림자는 밝을 때 안 보입니다.
그림자는 어두울 때만 보입니다.
어두움 속에 두려워할 때 그림자는 옆에서 함께 있어주면서 위로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주민들은 한국 사회 구성원으로 20년 동안 함께 살아 왔지만 아직도 그들의 자리가 다양한 시각 속에 다양한 존재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주민들이
필요하다. 필요 없다.
위험하다. 친구들이다.
범죄자다. 일 열심히 하는 착한사람들이다.
말 잘 듣고 도망가지 않은 여자다. 한국국적 취득하려고 위조 결혼한다.
불법체류범죄자다.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등 한국 사회의 다양한 시각 속에서 살고 있다는 겁니다.

심각한 것은 어떤 한 이주민의 행동을 전체 이주민의 행동, 모습이라고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는 겁니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에 학생 32명을 살해한 총기 난사 사건의 범인이 한국인이라고 밝혀졌을 때 미국 사회가 미국거주 한국인들에게 화풀이를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한 사람의 행동이 모두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인가 아닌가를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런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된 생각들을 먼저 벌려야 합니다.

“정치, 경제, 사회 발전을 위해 한때 젊고 싱싱한 아주 멋진 아이디어들도 흘려간 시간 속에 늙어간다”라는 정치학 박사-프란시스 푸꾸야마(Francis Fukuyama)의 말을 전달하고 싶습니다. 그의 말은Trend을 밀착 붙어 볼 수 있는 시각이 현재 사회를 발전 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바쁜 생활 속에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올바른 시각을 가지고 올바른 생각을 하게하며 올바른 말과 행동을 만들 수 있는 것이 역시 미디어입니다. 미디어에서 보여 주는 대로 보이고 말하는 대로 들리고 편견을 가지게 되는 것이 대부분이라서 미디어를 사회의 눈, 귀, 입이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이를 보면 제대로 된 미디어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주의 할 것은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보여주는 대로 말해주는 대로 다 믿지 않다는 겁니다. 그래서 사실을 감추는 미디어의 행동은 오래 안 갑니다. 믿을 수 없는 미디어가 지배한 사회는 위험한 사회가 됩니다. 군사독재 정권이 지배한 버마에는 정부가 운영하는 미디어밖에 없어서 국민들은 해외 버마정치 활동가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언론 사이트에 들어가서 진실을 찾으러 목숨을 겁니다. 미얀마정부는 정치사이트에 방문하는 버마인들에게 중형을 내립니다.

요즘 G20정상회의 안전을 위해 이주민들을 강제 단속 강화하는 정부의 정책을 반대하며 이주민들의 권리 쟁취를 위해 20일 넘게 단식 투쟁 농성을 하고 있는 이주노조 위원장의 강한 의지를 한국 사회가 알아줄 수 있게 해주는 미디어의 행동이 아주 약합니다. 토혈을 하면서 평등을 요구하는 그의 목소리를 한국사회가 아직도 들리지 않고 외면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이주노동자의 방송으로 견학 하러 오신 교사님들에게 강연을 하게 됐습니다. 강연 중 한 교사님이 “한국 사회가 이런 이주민 미디어 활동이 필요하다 중요하다고 하나요?”라고 물어 보셨습니다.

제 대답은 사람과 원숭이 에게 보석과 바나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사람은 보석을 선택하고 원숭이는 바나나를 선택 하겠죠?

사람에게는 돈을 많이 받을 수 있는 보석이 중요하지만 원숭이 에게는 보석이 돌멩이뿐입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소수자들, 약자들의 삶과 꿈을 알리는 활동은 자유와 평등이 고픈 이주민들 또는 이를 동의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아주 필요하고 중요 합니다만 소수자들, 약자들의 목소리가 필요 없다고 여기는 사람들에게는 필요 없게 됩니다.

값진 것이라고 해도 필요에 따라서 가치가 달라집니다. 다문화 사회로 향하는 현재 한국 사회에는 구성원인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이주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고 있는 이주민들이 직접 운영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방송이 정말 필요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다문화 사회 또는 약자들의 평등한 권리 쟁취를 원하는 한국인들에게도 우리의 활동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이번 이주노동자 영화제가 보여 줄 수 있는 것은 한국사회에 늘 곁에 있어주면서도 그동안 모양으로만 보였던 이주민들의 그림자 모습을 더 이상 그림자가 아닌 사람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입니다.

부족한 재정, 부족한 인원으로 밤새 준비 작업을 코피 흘리면서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 영화제 집행위원장 아웅틴툰씨가 하고 싶은 말은 “이제는 우리를 사람으로 봐야 해요”라는 것이 아닌가싶습니다.

사람을 사람으로 보이는 사람이 사는 세상을 꿈꾸고 있는 이주노동자 영화제에 소중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제5회 이주노동자 영화제
일시: 2010년 9월 4일(개막실),5일
장소: 혜화동 CGV5관
입장료: 무료

응답 1개

  1. 비포선셋말하길

    그림자에서 인간으로! 멋지고도 슬픈 슬로건이군요.. 영화제 잘 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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