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지나쳐 버리기 아까운 짧은 곡

- 발빠른 달팽이

음악을 작정하고 감상하지 않고서는 음악은 삶의 짧은 순간의 배경음악이 되어 잠깐 반짝이다가 금세 사라져 버린다. 공부 할 때 같이 특정한 일에 몰두할 때 주변의 소음을 잠시 물리치고 일정한 진동으로 집중을 하거나, 멍하니 지하철이나 버스를 탈 때 습관적으로 귀에 이어폰을 꼽거나, 아니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음식점이나 커피가게에서 들려오는 음악이 대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사실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며 돈을 버는 사람이나 음악에 아주 전문적인 취미가 있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음악을 진득하니 듣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음악을 많이 듣는 사람들도 사람마다 차이는 조금씩 있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앨범이나 아티스트 혹은 몇 곡 위주로 계속 듣는 사람도 많다. 전주 몇 초만 듣고 내 취향인지 판단하여 재생 목록에 넣기도 빼기도 한다. 이렇게 우리는 귓속의 작은 고막을 울리는 미세한 진동을 무신경하게 방치한다. 이번엔 그냥 흘려들었었던 노래를 다시 되새겨 보려한다. 이 곡들은 악보로는 1쪽 밖에 안 되는 짧은 곡이지만 여운이 길게 남는 곡들이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악보가 많다. 어렵지 않으니 한 번 연주해 보는 것도 좋을 것!

1997 Spring – 요시마타 료 [2003, 냉정과 열정사이 OST]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나오는 많은 곡들 중에 남자 주인공이 여자 주인공을 잊을 수 없다는 독백과 함께 나오는 이 곡은 8마디의 짧은 선율이 두 번 반복되는 곡이다. 피아노가 한 번 연주하고 현악기가 받아서 한 번 더 연주한다.

눈을 감고 노을을 보다 – 노을 [2006, 전부 너였다]

지금은 최고의 프로듀서의 자리에 있는 박진영이 2002년에 제작한 남성 4인조 그룹인 노을의 3집 앨범 수록곡이다. 첫 번째 트랙 노래로 앨범 인트로적인 성향이 강하긴 하지만 짧은 곡에 섬세하게 쓰인 화성이 돋보인다.

Glasgow Love Theme – Craig Armstrong [2003, Love Actually OST]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많은 이벤트 장면이 두고두고 패러디 되는데 그 중 하나인 스케치북 프로포즈를 만들어낸 커플의 이야기 속에 나왔던 노래. 처음엔 피아노가 두 번째엔 관악기가 받아서 연주하는 짧은 선율이 관현악과 함께 잘 편곡된 곡이다.

처음에 그냥 흘려들어서 곡을 먼저 들었던 것인지 영화를 먼저 보았던 것인지 헷갈린다. 영상에 취해 아니면 짧은 재생 시간으로 귀에 명확히 남지 않아서 아니면 그저 내가 많이 무던해서 일지도… 영화 속 삽입곡은 영상이 없는 곡을 링크 걸어 논다. 보면서 듣지 말고, 귀로만 듣자.

오늘도 어떤 음악을 그냥 흘려보냈었는지도 모르겠다. 음식점에서 들었으면 점원에게 물어 볼 용기를, 습관적으로 듣는 음악에는 음악에 온전한 집중을 하면 보물 같은 곡이 툭하고 튀어나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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