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우울증은 정신병만이 아니다.

- 담담

“아~우울해. 살기 싫어” 주변에 이런 말을 입에 달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게다. 이제 우울증은 과도하게 감상적인 사람만이 걸리는 병이 아니다. 영화 속이나 책 속의 멜랑꼴리한 등장인물이 약봉지를 한 움큼 입 속에 털어넣으며 “요즘 우울증이 있어서요”라며 날리는 멘트는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게 되었다. 비단 이렇게 바깥으로 표출되는 우울증 말고도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약간의 우울증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에휴, 우울하다. 하지만 명심할 바는 우울증은 정신의 문제만이 아니라 몸의 문제라는 점!!

그러나 이를 의지박약이나 정신상태가 나약한 이들이라고 탓할 수는 없다. 이는 단지 정신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몸의 이상으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일전에도 강조했듯이 정신의 문제는 단순히 두뇌의 어떤 호르몬이나 뇌신경세포의 문제만이 아니다. 이는 근본적으로 오장육부, 몸의 문제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이런 증세를 치료하는 것 역시 자신의 몸을 바꾸는 것, 그리고 습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우울증 약을 먹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우울증이란 그 글자에서 보듯이 근심(憂)이 울(鬱)한 것이다. 여기서 울(鬱)이란 글자 그대로 기운이 한 곳에 맺혀 머물러 있으며 흩어지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칠정이라 부르는 기쁨(喜)ㆍ노여움(怒)ㆍ근심(憂)ㆍ생각(思)ㆍ슬픔(悲)ㆍ놀람(驚)ㆍ두려움(恐) 역시 제대로 순환하지 못하고 한 곳에 울체되면 병이 된다. 모든 것이 막히면 병이 된다는 것은 동양사상에서 기본중의 기본 이치이다. 통즉불통, 불통즉통(通卽不痛, 不通卽痛)!

특히 우울증은 간의 기가 울결되어 생긴다. 이는 한의학에서 신경을 관장하는 것이 목의 기운, 즉 간(肝)인 것과 관련된다. 간이 기본적으로 목기임은 지난 번에 설명한 적이 있다(피로야 물러가라 편 참조). 간은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나무처럼 사지로 뻗어가는 근육을 주관하며, 마찬가지로 신경, 피부, 손발톱, 눈이 이 간의 기능과 연결되어 있다. 그렇기에 신경계나 내분비계에 이상이 있는 경우 간에 문제가 있는 경우가 많다.

우울증은 간기가 울결하여 감정이 제대로 흘러다니지 못하고 막혀 엉뚱한 곳에서 터진다.

이는 한의학적으로 보자면 간에 열이 심해 간이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항진(亢進)하기 때문이다. 초조함, 불안, 성냄은 간이 항진하여 나타나는 결과이다. 간의 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경우, 정상 범위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간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능력 이상으로 항진하게 되는데, 이 때문에 불안해지고 초조해지게 된다. 이것이 심해지면, 간기가 울결되고, 간기울결이 지속되면 억압된 기운이 불과 열의 상태가 되어 위로 뜨게 되는 간화상염이 된다. 소위 울화병이란 이런 증세를 말한다. 간기울결의 증상은 불안감과 초조감을 잘 느끼고, 사소한 것에 화를 잘 내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거나, 옆구리가 자주 당기거나 가슴이 답답하고 복부의 팽만감을 느낀다. 이것이 오래되어 간화상염이 되면, 눈이 충혈이 되고, 뒷골이 아프다거나 머리가 띵하고 무겁고, 잠이 깊게 들지 않고 자주 깬다.

또한 간은 나무의 기운처럼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소설(疏泄)하는 역할을 한다. 소설이란 순조롭게 널리 퍼지게 한다는 뜻으로 쉬운 말로 하자면 펴주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 기지개를 켜는 것도 손이나 다리를 크게 뻗어 체내의 기운을 사지에 퍼뜨리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간에 이상이 있으면 감정 역시 펴지지 못하기에 한 곳에 울체되거나 혹은 터질b때 갑자기 펑 터져버린다. 우울증 역시 마찬가지로, 감정이 제대로 흘러다니지 못하고 막혀 엉뚱한 곳에서 터지는 현상을 말한다. 짜증이 나며, 화가 잘 제어되지 못하거나 무언가 억눌린 듯한 우울함이 찾아오게 되는 것이다.

어~ 그러는거 아냐~ 우울하다고 술 마시고 그러는거 아냐~ 이는 간에 더 무리를 주어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따라서 우울증에 걸렸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은 좋지 않다. 물론, 술을 마시는 것이 항상 안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간의 상태가 안 좋아졌을 때 술을 마시는 것은 불난 집에 기름 붇는 꼴이다. 술은 식사와는 달리 먹을 수 있는 양이 정해진 바가 없다. 이른바 밥 배 따로 있고, 술 배가 따로 있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과음하기 쉽고, 습관이 되기 쉽다. 이렇게 마신 술은 간을 무리하게 하기 때문에, 우울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라면 우울하다고 혼자 술 마시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이러한 것은 시간대나 절기와도 연결된다. 금극목(金克木)의 이치상 금의 기운이 왕성할 때 목기인 간에 이상이 있는 우울증 같은 병은 더욱 악화되기 쉽다. 그래서 하루의 시간상으로는 저녁때, 일 년의 절기상으로는 가을에, 인생으로 보자면 갱년기 즉, 금기가 왕성한 때, 우울증은 더욱 심각해 질 위험이 큰 것이다.

최근 연예인들이 우울증등으로 자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이러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화려한 세계 속에서 예술적 기질을 발산하고 사는 만큼 그들은 불의 기운을 자연스레 많이 쓰게 된다. 그리고, 이를 잘 다스리지 못하면 위로만 열이 뜬 상태가 되기 쉽다. 따라서, 간이 항진한 때, 즉 간에 열이 있는 경우, 이렇게 수승화강하지 못하고 위로만 열이 뜬 상태라면 우울증에 걸리기 쉽다. 특히나 그동안 받아왔던 기, 인기(人氣)가 사라지게 되면 그들에게 해결 불가능한 우울감이 찾아온다.

수승화강의 원리. 물은 올라가고 불은 내려가야 한다는 것. 이것이 인체의 가장 기본 중 기본이다

따라서 우울증이 현대적 질병이자, 이 시대의 문명병인 것은 그저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현대인들에게 우울증이 많다는 뜻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현대 문명은 간(肝)과 신(腎)은 갈수록 약해진 채, 몸의 열은 갈수록 상초 부위에 떠있는 경우가 많다. 옛날에는 사지를 부지런히 움직여 간과 신을 몸의 기본으로 한 삶을 살았다면, 요즘에는 몸은 움직이지 않은 채 머리만을 쓴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열은 머리 위로 뜨게 된다. 신이 충실해야 화기가 망동하는 것을 잡아줄 수 있는데, 신정이 부족하기에 수렴되지 못한다. 즉, 현대인들은 현실에 ‘담담’하게 있기보다 망상과 사념에 붕붕 떠다니는 꼴이다. 그러니, 감정 역시 제멋대로 날뛰기 쉽다.

또한 이는 비쥬얼한 세대, 자극적인 시각적 정보가 넘쳐나는 요즘 특히 더하다. 눈으로 들어오는 화려한 시각적 정보들은 눈을 더 피로하게 하고, 간을 더 피로하게 만든다. 그리고 현대는 흰 쌀, 흰 빵, 인스턴트 음식, 단 과자, 제철이 아닌 과일 등에 의해 신과 간은 계속 약해진다. 당질과잉에 의한 신의 기능저하, 농약, 방부제 등에 의한 간의 기능저하, 이로 인해 신경계에 이상이 생기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그렇기 때문에 간과 신을 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에도 말했듯이 수승화강의 원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몸 안의 불의 기운이 위로만 뜨지 않고, 몸 안의 순환이 잘 이뤄질 수 있다. 우울증으로 무기력하고, 초조하고, 불안함에 고생하고 있다면, 몸 안의 오장육부 역시 이미 망가져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습을 고치고, 나의 몸에 이상을 고칠 때 정신의 병 역시 고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특히 양기를 담뿍 담은 햇볕을 충분히 쬐며 운동을 해주는 것이 좋고, 먹는 것으로는 뭉쳐져 있는 기운을 순환시킬 수 있는 것들이 좋다. 너무 뻔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몸의 건강을 되찾아야 정신의 건강을 되찾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마시길!

젠장, 당했다. 뻔한 이야기야. 하지만 몸이 건강해야 정신이 건강하다는 상식 잊지마시라~

-이 글은 <동의보감>과 고바야시 산고의 <동양의학강좌2: 간장,심장편>을 바탕으로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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