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반시대

인종차별적 한국 정부와는 다른 한국인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 이정원(이주노조 교선차장)

이주노조는 7월 13일부터 명동 향린교회에서 G20을 빌미로 한 단속 추방 중단을 요구하는 농성을 벌여왔다.

우리의 주된 슬로건은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이명박 정부 들어 이주노동자들과 이주민들에 대한 이런 그릇된 편견이 한층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특히 경제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이주노동자들을 우리 사회의 부담스러운 짐짝처럼 취급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이 너무 높아 기업에 부담이 된다는 둥, 생산성에 비해 이들의 임금이 너무 높다는 둥 하며 이주노동자들의 그 알량한 임금마저 삭감하게 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의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간다며 신규 인권 쿼터를 대폭 줄이거나 동결했다. 이런 정책들은 많은 사람들이 이주노동자들을 일자리 경쟁자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또 정부는 한국 체류 이주민의 수가 증가하면서 함께 증가해 온 외국인 범죄 문제에 대해서도 마치 이주노동자, 미등록 체류자 등 특정 이주민 집단이 잠재적 범죄자인양 치부하며 통제와 감시, 단속을 강화했다. 그래서 ‘불법 체류’ 자체를 범죄로 규정하며 경찰이 대대저인 단속을 벌였다. 전국의 이주민 밀집 지역에서 이주민들에 대한 검문과 수색이 진행됐다. 그러나 2008년 한국 내 전체 범죄에서 외국인이 저지르는 범죄는 1.65%에 불과했다. <2009년 경찰 백서>에 따르더라도 한국인 1백 명 당 범죄율은 4.1명이고 외국인 거주자 범죄율은 1백 명 당 3.9명으로 외국인 범죄율이 더 낮다. 특별히 외국인 범죄 문제로 호들갑을 떨 상황은 아닌 것이다.

여기에 무슬림 이주자들에게는 테러리스트 딱지까지 붙여졌다. 아무런 구체적 증거나 근거의 제시도 없이 이들이 그저 이슬람 국가 출신이거나 무슬림이라는 이유가 전부다. <경향신문> 8월 24일자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5~7월 중 전국의 50여개 아랍문화권 국가 출신 외국인 1만여 명에 대해 은밀하게 감찰 활동을 벌였다. 경찰청 관계자는 “G20 관련 테러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해당 외국인의 최근 동향과 거주지, 직장 등을 확인한 것”이라며 밝혔다. 우리는 조합원들에게 이와 같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있다. 각 지역의 이슬람 사원과 기도방들에 경찰이 수시로 드나들며 출입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일부 사람들에게는 정보 제공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들이 이명박 정부의 이주민 정책 중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인데 이것은 제도화된 인종차별의 강화라고 볼 수 있다.
바로 이런 상황들이 이주노조가 농성을 시작하게 했다. 비록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이 농성 투쟁에 참여하기는 어렵다 할지라도 이런 문제들을 한국 사회에 알리고 경종을 울려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농성을 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공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농성을 진행한 동안 지지방문이 끊이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의 상황과 문제를 알고자 찾아오는 이들의 발검음도 끊이지 않았다. 이런 연대와 관심은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우리 농성에 참가하고 있는 한 네팔 조합원은 “내가 한국에 와서 공장에서 만난 한국인은 모두 나쁜 사람들이었다. 나는 여기 와서 다른 한국인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농성에 참가해 배운 중요한 것 중 하나다.”하고 그 소감을 말했다. 바로 이것이 연대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농성 투쟁이 비록 정부의 정책을 좌절시키지는 못했을지라도 이런 연대를 건설해 지금 고통받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우리의 편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야말로 참 중요한 성과라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는 농성을 마무리할 시점에 와 있다. 그러나 G20 정상회의가 다가오면서 정부의 이주민 마녀사냥이 기승을 부릴 조짐이 보여 우려스럽다. <민중의 소리>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일 경찰청은 ‘테러범의 일반적 특징’과 ‘장소별 테러범 식별 요령’ 등의 내용을 담은 리플릿 총 50,000부를 제작해 상설부대와 일선경찰관들에게 배포했다. 이 내용에 따르면 중동, 북부 아프리카, 동남아, 서남아 등 국제 테러 조직 활동지역 신분증이나 신용카드 소지자도 의심 대상이다. 이들은 한국 내 거의 모든 이주노동자들의 출신 국가들이다. 이것은 명백히 무슬림 이주자들도 표적이 됨을 보여준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인식은 순전히 인종차별적 인식에 기초한 것이고 이것을 이용해 사회 전반의 통제를 강화할 심산이다.

그 동안 국내에 거주하는 무슬림 이주민들 중에 테러를 일으키거나 테러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 사례는 없었다. 2003년 노무현 정부 때 방글라데시의 순수 종교 단체인 ‘다와툴 이슬람 코리아’가 순식간에 테러 지원 조직으로 몰려 마녀사냥을 당한 적이 있는데 정부가 그 지도자들을 모두 내쫓아 버린 후에 이 사건은 완전히 날조된 것이었음이 드러났다.

그리고 최근 경찰은 외국인 범죄 문제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려 하고 있는데 가장 흔하게 적발할 수 있는 위장 결혼과 유흥업소와 성매매 이주 여성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건들은 갑자기 늘어난 것이 아니라 최근 10년 사이 정부가 이주 규제를 강화해 온 것의 결과다. 정부의 규제 강화는 이주를 택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로 하여금 범죄 조직이나 인신매매성 브로커들에게 더욱 의존하게 만들었다.

경찰은 지난 두 달 간의 집중 단속으로도 부족해 8월 23일부터 10월 22일까지 법무부 등과 함께 공동으로 250명의 공무원·경찰을 투입해 미등록 이주자들에 대한 합동단속을 실시한다고 한다. 지난 6월부터 지금까지 진행된 합동 단속은 애초 예상보다 높은 실적을 거두지는 못했다. 이것은 기업들이 특히 제조업 부문에서 매우 심각한 인력난을 겪은 상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명박은 올 하반기에 신규 인력 1만 명의 추가 도입을 지시했다. 올 하반기의 집중 단속 수준을 지금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분명한 것은 이주자들과 내국인들을 이간질하고 분열시키기 위한 마녀사냥 분위기는 한 층 고조될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이런 분위기를 앞장서 주도해 온 자인 조현오가가 경찰청장 자리를 꿰차려 하고 있어 이런 우려는 더 크다. 우리는 G20 항의 운동 속에서 이주민 방어 운동을 함께 결합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이주자들에 대해 테러리스트, 범죄자라는 낙인찍기에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우리는 농성을 끝낸 후에도 이런 부당한 정부의 정책에 맞서 계속 투쟁해 나가고 연대를 건설해 나갈 것이다. 이 운동에 지속적인 연대와 관심이 계속 이어지길 기대한다.

응답 1개

  1. 말하길

    한국에도 무슬림에 대한 인종차별이 확산되고 있군요. 이거 뭐 꼴뚜기가 뛰니 망둥이도 뛴다고, 미국 따라하기가 도를 넘어섰군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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