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밥통을 아껴주세요

- 담담

“도를 알기는 쉬우나 도를 믿기가 어렵다. 도를 믿기는 쉬우나 행하기가 어렵다. 도를 행하기는 쉬우나 도를 지키기가 어렵다. 지켜서 잃지 않으면 오래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내관경』

무언가를 아는 것은 쉽다. 누구나 이렇게 하면 몸에 안 좋다는 것 쯤은 안다. 하지만, 무언가를 안다는 것과 무언가를 믿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그것이 단지 정보 차원이 아니라 삶의 문제로, 자기 구원의 문제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그 앎은 진정한 앎이 아니다. 머리 속으로만 아는 것, 그것이 자신의 삶의 문제로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것은 믿음이라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을 믿는다고 해서 끝은 아니다. 믿음이 행동으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앎이 삶이 되는 것은 믿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일이다. 믿기는 하지만 그것을 실천하는 일이 쉽지는 않다는 것은 다들 경험들 해보셨으리라. 그러나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행하기는 쉬우나 그것을 계속해서 지켜내는 것을 더 어렵기 때문이다.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도를 지키며 오랜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이건 단지 도의 문제만은 아니리라. 많이 먹는게 안 좋다는 것은 다들 안다. 그러나 어느새 주체 못하고 입에 잔뜩 집어 넣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흠칫흠칫 놀랄 때가 많다. 위가 터질 때까지 먹어 이제 더 이상 음식이 안 들어갈 정도가 되야 그제서야 ‘아, 잘 먹었다’는 생각이 들며 배를 퉁퉁 두드리며 만족해한다. 먹을 것만 보면 자기 배가 부르건 안 부르건 상관없이 입으로 무조건 가져간다. 그리고, 끝을 보기 전까지는 멈출 줄 모른다. 식탐이라는 브레이크 없는 기관차!!

맨날 시장만 가면 뭘 쳐묵쳐묵 하시는. 그것이 식탐이 되었건 권력탐이 되었건 탐욕은 죄다.

우리가 음식을 먹을 때 이를 일차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위(胃)다. 흔히 위를 밥통에 비유하는데, 이는 위가 음식물이 들어가는 창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의보감에서도 “위를 큰 창고(太倉)라고도 하는데 민간에서는 밥집(肚)이라고 한다. 음식물은 3말 5되를 받아들인다. 보통 사람은 하루 두 번씩 대변을 보는데 한번에 2되 5홉씩 하루 5되를 내보낸다. 그러므로 7일 동안에는 먹는 음식물에서 3말 5되는 내보낸다. 때문에 보통 사람이 음식물을 7일 동안 먹지 않으면 죽는데 그것은 위 속에 있던 음식물의 진액이 다 없어지기 때문이다”라고 적고있다.

이 밥통에서 음식물을 받아들이면 하초(下焦)에서 불을 떼어 밥을 짓고, 비(肥)는 이것을 각 장기로, 사지로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음식물은 위에 들어가면 각각의 5가지 맛은 각기 자기 맛을 좋아하는 장기로 간다. 신맛은 먼저 간(肝)으로 가고, 쓴 맛은 심(心)으로 가며, 단맛은 먼저 비(肥)로 가고, 매운 맛은 먼저 폐(肺)로 가며, 짠 맛은 먼저 신(腎)으로 간다. 그래서 위를 오장육부의 바다, 영양의 바다(水穀之海)라고 불렀다.

그래서 만물에게 토가 기본이듯이, 오장육부에서 토에 해당하는 비위가 우리 몸의 기운을 배양하는 근원이 된다. 그래서 비위에 문제가 있으면 온 몸이 나른하고 움직이길 싫어한다. 게으른 것이 단지 천성상 게으른 것을 타고 태어난 것이 아니라 비위에 습이 지나치게 많이 껴서 몸을 가누는게 힘든 것이다. 따라서 물기를 제거하려면 부지런히 움직여줘서 습기를 날려줘야 하는 것처럼 비위의 습을 제거해주려면 사지를 부지런히 움직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몸은 한여름 장마철처럼 계속 축축 쳐지려 하고 비위는 더 힘을 못쓰게 된다.

위는 습한 것과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마른 음식과 찬 음식은 싫어욧!!

토의 성질이 습한 것과 따뜻한 것을 좋아하듯이 밥통인 위 역시 습한 것과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 따라서 마른 음식과 차가운 음식은 위에 부담을 준다. 우리 몸은 모든 음식을 넣기만 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소화시켜주는 기계가 아니다. 그것이 즉각적으로 외부적으로 표출되건 아니건 그만큼 몸에 부담을 주게 되고 이는 병의 시작이 된다. 옛말에도 만병의 원인은 위장에 있고, 만병치료의 기본도 위장을 조절하는 것에 있다고 했다. 밥통의 문제가 있으면 온 집안이 굶듯이 비위는 우리 몸의 밥통과 같이 만병의 시작점이 된다.

육식이 좋지 않다는 것은 그것이 환경에도 안 좋기도 하지만 위에도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너무 찬 음식은 위에 무리를 준다. 만약 우리가 식후에 찬 음식을 잔뜩 먹는다면, 밥통 안의 온도는 정상보다 10도나 낮아진다. 밥솥이 온도가 낮아지면 제 기능을 못하듯이, 우리 몸의 밥통은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올 때까지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기다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너무 마른 음식을 많이 먹는 것 역시 밥통에 무리를 준다. 육식 역시 위에 부담이 가는 것 역시 마찬가지의 이치이다. 고기류에 있는 지방은 사람의 체온보다 더 높은 온도에서 녹기 때문에 위로 들어간 육류안의 기름은 잘 녹지 않고, 위에 부담을 준다. 채식이 좋다는 것이 단지 동물을 잡아먹는 것에 대한 반대뿐만이 아니라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식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밥통에 밥을 할 때 너무 많이 쌀을 집어넣으면 밥통이 고장 나듯이 우리 몸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걸 고려하지 않고 그냥 무작정 들이붓다 보면 밥통이 고장나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래서 옛말에도 ‘복팔분무의(腹八分無醫)’라는 말이 있다. 즉, 배의 80%정도만 채울 정도로 식사하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이다. 이는 동물의 실험에서도 입증되는 바이다. 하지만 현대인들에게 폭식과 폭음은 일상이 되어버렸다. 바쁘다는 핑계로 제 때 식사는 거르고, 끼니 때가 훨씬 지나서 자신의 양을 과도하게 넘게 집어넣는다.

밥통에 무리하게 집어넣다 보면 언젠가는 터질 수 있다. 밥통을 소중하게 아끼자.

이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이들에게 특히 더하다. 전에 다섯 가지 감정에서 토의 기운에 해당하는 것이 생각(思)임은 지난번에 말한 적이 있다. 생각이 많아지면 소화가 안되는 경험들은 다들 있을 것이다. 이는 밥을 먹으면서 머리를 많이 쓰면 피가 머리 위로 몰려 위는 피가 부족한 상태가 되고, 소화의 기능은 자연히 약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니 머리는 스트레스로 가득찬 상황에서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답시고 무조건 집어넣기만 하니 그 결과야 뻔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폭식과 폭음을 일삼으면서 위궤양, 위산과다를 호소하고, 매일 속쓰리고, 소화가 안되고 더부룩하다고 난리다. 밥통은 소화시켜 아래로 기운을 내려보내야 하는데, 밥통에 이상이 있으니 그 기운이 위로 역류한다. 그래서 신물이 나고, 트림이 나온다. 그러니 트림이 잦은 이라면 위가 약해졌다는 신호이니 이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딸꾹질 역시 마찬가지이다. 우리 몸에서 보내는 신호는 그냥 무의미한 신호체계가 아니다. 딸꾹질은 무언가를 급히 먹었을 때 갑자기 확장된 위가 근처에 있는 횡경막을 건드려 일어난다. 급한 식사 때문에 식도가 막힐 것을 방지하기 위해 우리 몸이 반사적으로 일으키는 신호이다. 어른들이 딸꾹질을 하는 사람 보고 뭐 몰래 훔쳐먹었냐고 말하는 것은 딸꾹질이 급하게 무언가를 먹어서 위가 놀래서 일어나는 반응이기 때문이다. 입냄새가 심하고 혀에 백태가 끼는 것 역시 비위의 기능이 안 좋아서 그런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신호들 하나하나에 민감해질 필요가 있다.

트림이 잦거나 입냄새가 심한 것은 위가 안 좋다는 신호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에 이상이 있을 때는 위장약이나 소화제만을 찾을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위를 보할 수 있는 것들을 먹어줘야 한다. 늘상 마실 수 있는 것으로는 생강차나 대추차가 위기를 보하여 주고, 곶감, 부추가 좋으며 토의 색깔인 황색 음식이 위에 좋다.

음식은 단지 영양 보충이나 식욕을 채우는 쾌락의 대상만은 아니다. 음식을 통해 땅의 기운을, 호흡을 통해 하늘의 기운을 받아들여, 하늘과 땅과 사람 이 셋이 하나가 되는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음식을 먹는데 있어서도 이것이 단순히 나를 살찌우는 대상이 아니라 땅의 기운을 교감해 자연과의 하나-되기를 실현하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적당히 먹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여주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앎의 차원이 아니라 믿음의 차원으로, 행의 차원으로, 삶의 차원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혁명이란 다른 거창한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의 관성에서 이탈하는 것, 지금의 습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야말로 혁명이 아닐까?

응답 3개

  1. 말하길

    항상존말씀감사드립니다 습을바꿔야 진짜 안다고 할수록 있는게지요

  2. 울새이말하길

    궁금한게.. 저는 위궤양이 있는데 자각증상이 아예 없어요. 소화도 잘 되고 속도 안쓰리고 더부룩하지도 않은데.. 그런데도 위궤양에 출혈성 위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답니다. 몸이 지나치게 둔한거죠? 이것도 병인가요?

    • 담담말하길

      자신의 몸의 변화에 대해서 민감하게 볼 수 있는 섬세함이 필요할 듯 해요..사소한 변화에 대해 대개 다들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것들이 많죠..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그렇지만 그런 사소한 변화에 대해서 눈치 못채면 결국 더 큰 화를 불러오게 되는 것 같아요..^^ 저도 둔감한 편이긴 하지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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