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졸음

- 임종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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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뉘라도 와서 깨우겠거니 했을 겝니다.
눈뜨고 기다리나
눈감고 기다리나
없을 손님이면 아예 기척도 없을 것이고
찾아올 누구라도 그나마 있다면 멈춘 발걸음에 깨어나면 그만일 것이니 말입니다.

에라! 그래도 그렇지.
이리 내달라는 반가운 목소리는 꿈길에서나 들려올 뿐,
졸음 흔들어 줄 손님나리는 언감생심 기척 하나 없는데 따사로운 햇살만이 자꾸 눈덩이를 내려 누릅니다.
꿈은 반대라니 이왕 조는 김에 좌판도 확 걷어치우는 것은 어떠시려나요.
오늘은 장사 끝이라고 호기 한번 부려 보는 것이지요.
실컷 뱃노래 산타령에 젖어도 보다가
내친 김에 어화둥둥 어깨춤이라도 내어 보다가
색색으로 아롱진 단풍숲길 사이로 손주 녀석들이랑 꽃놀이도 해보고 말입니다.
그래도 한쪽 귀는 은근하게 열어놓고 있어야겠지요.
터벅터벅. 툭!
이렇게 발소리 멈추는 소리가 들리면 퍼뜩 꿈길에서 빠져나와야 하니 말입니다.
이왕지사 그럴 땐 대수롭지 않은 척 하는 것도 나쁠 게 없을 것 같아요.
듣고싶은 말 한마디 들려오기 전까지는 아직 그 꿈길에 머무는게 낫잖아요.

“이거 얼마유우?”
기다리던 말 한마디.
감긴 실눈 동그랗게 커지는 이 말 한마디 들려오면 퍼뜩 일어나야겠지요.
배시시 함박웃음 지으며 말입니다.

2004. 4. 울산 호계시장

응답 1개

  1. 유라말하길

    슬며시 웃음이 이는 사진. 재밌고 뭉클해요~ 선캡 안의 할머니 표정도 궁금하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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