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공방 통신

우리동네 슈퍼마켓를 소개합니다_ 사러가마트

- 오랑캐꽃달팽이

지난 1년 여 의 북아현동 생활을 정리하고 수유너머N과 달팽이 공방이 자리 잡은 곳은 부자동네 연희동입니다.(부자동네라고 해서 다 부자들만 사는 건 아니지요^^) 이 동네로 이사 와서 좋은 점은 참 여러 가지입니다. 연구실 바닥이 대리석이라는 것, 중국분들이 하는 싸고 맛있는 청요리집들이 즐비하다는 것, 걸어서 15분이면 홍대로 고고씽 할 수 있다는 것 등. 하지만 가장 좋은 것은 바로 ‘사러가 마트’가 가까이 있다는 것입니다. 부모님께 용돈 타 쓰는 백수에다 아픈 데 없는 건강한 23세 처자임에도 불구하고, 생협ㆍ유기농ㆍ국내산ㆍ웰빙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제게 사러가마트는 먹을 것 천지인 파라다이스입니다.

이사 오고 얼마 되지 않아 밥을 먹는 도중 근처에 장볼 데가 어디냐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습니다. 몇몇 사람이 ‘사러가 몰라? 사러가에 사러 가면 돼’ 라는 이상한 말을 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었습니다. ‘사러가’라는 이름에서 느껴지는 촌스러움에 ‘파앗’하고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서울이 집인 사람들한테 들으니 <사러가마트>는 유명한 곳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저 자리에서 장사를 했고, 택시 기사님께도 신촌으로 갈 때면 ‘사러가로 가주세요~’ 했다더군요. 그러면서 덧붙는 말들은 ‘값이 좀 비싸다, 별의 별 게 다 판다, 1층인데 창문도 없는 흰 벽 건물이다, 안에 들어가면 한쪽은 시장이고 한쪽은 유기농 슈퍼마켓이다’ 등 흔히 ‘마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것들이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마트의 종류라고는 (요새 한창 피자 때문에 말이 많은)이마트ㆍ홈플러스 같은 멀티플렉스 마트나 동네 슈퍼를 겸하면서 청과나 정육 등을 파는 작은 동네마트뿐이었기 때문이지요. 어쨌든 ‘사러가’에 대한 온갖 소문을 들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평소 착한 소비를 지향하는…이라고 하면 뻥이지만, 몸에 좋은 음식과 재래시장에 관심이 많았던 저는 사루비아 달팽이와 함께 ‘사러가 마트’로 구경 갔습니다.


사러가마트의 외관입니다. 벽만 봐서는 마트라고 짐작하기 힘듭니다.

사러가마트는 그 외양부터가 위에서 말한 두 종류의 마트와는 달랐습니다. 고층건물들이 난무하는 시대에 사러가마트는 1층짜리 건물이었습니다. 중간 중간 물이 새고 때가 탔기도 했지만 견고해 보이는 하얀 건물벽은 <얄개시대>같은 70년대 한국영화에 나올 법 하기도, <바그다드까페>에 나오는 미국 사막에 있는 모텔건물 같기도 했습니다. 여튼 중요한 건 2010년, 서울, 그것도 신촌에 그렇게 생긴 마트가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마트로 들어갔는데 그 속에 펼쳐진 모습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슈퍼마켓의 이데아를 본 느낌이랄까요. 정말로 한쪽엔 없는 게 없는 재래시장이, 다른 한쪽엔 국내산과 유기농으로 마크를 붙인 웰빙 식품들의 향연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마트 쪽에는 국내산과 유기농산물들 뿐만 아니라 대형마트를 가야 살 수 있는 수입식품들(발사믹식초, 디종머스터드, 각종 향신료와 소스들)이 잔뜩 자리하고 있었고, 바로 옆 재래시장에는 떡집, 옷집, 빵집, 약국, 식료품점 등 재래시장에 가면 볼 수 있는 소상점들을 비롯한 특이한 물건들이 가득 있었습니다. 함께 구경 간 사루비아 달팽이와 저는 시장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굵은 보석 팔찌를 팔에 끼워보기도, 연세 지긋한 할머니가 주인이신 빵집의 빵을 구경하기도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마트 정문입구로 들어가면 왼편이 마트, 오른편이 재래시장입니다.

구경을 끝내고 돌아오니 사러가마트의 정체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멀티플렉스 마트들의 등살에 못 이겨 하나 둘 문을 닫고 있는 동네 슈퍼들과 재래시장이 살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65년에 생긴 ‘사러가마트’는 형식이나 외형에 대한 중시보다는 고객, 생산자, 거래처, 직원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기업의 모토로 삼고 2010년인 현재까지 경영을 해왔다고 합니다. 그 결과 전통시장과 쇼핑센터가 결합되어 있고,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바탕으로 지역밀착형 쇼핑센터(Neighborhood Shopping Center)로 자리 잡은 것이지요. 사러가마트는 무조건 적으로 개수를 늘리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기업형 마트와는 달랐습니다. 신길동과 연희동 두 군데만 위치하고 있는 사러가마트는 무조건적 확장 대신 유기농과 국내산 등 믿을 수 있는 물건과 식품을 구비ㆍ판매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지역주민들과의 지속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눈여겨 볼 점은 사러가마트가 바른 생산자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전국 산지 조사 및 개발에 투자하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이는 주로 생활협동조합들에서 하는 방법으로 무농약이나 유기농으로 농사짓는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거래를 함으로써 유기농업과 무농약농업을 지지하는 것이지요.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27일 ‘사러가마트’에서의 첫 구매! 그것은 바로 뒷풀이용 맥주(;)입니다.

사실 연구실 주방에서 사러가마트를 얼마나 이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주변에 청과를 살 만한 마트라고는 사러가마트뿐이긴 하지만, 연구실이 워낙에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친 곳이기 때문이지요. 후훗. 하지만 달팽이공방에서는 적극적으로 ‘사러가’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좋든 싫든 ‘소비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대 도시인의 현실을 생각하면 귀찮고 돈 조금 더 들더라도 ‘착한소비’를 하는 것이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다른 삶을 지지하는 길이 되겠지요.

응답 4개

  1. old timer말하길

    50대 전문직 사람입니다. 초등학교때부너 (70년대) 연희동에서 살았습니다 (유학시절만 빼고). 어머니 손잡고 사러가 다녔습니다. 그때부터 아주 재미있는곳이었습니다. 미재집도 있고. 지금도 매주 다닙니다. 이론곳이 없어 앞으로도 다닐계획입니다.

    • 국어선생말하길

      여보세요 유학하신 전문직 분,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맞춤법 공부좀 더 하셔서 바른 말 쓰도록 하세요.

  2. 사러가말하길

    사러가 마케팅 팀장입니다. 사러가에 대해 좋은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스크랩해 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리고 변하지 않고 더 열심히 하는 사러가가 되겠습니다.

  3. resident말하길

    사러가가 집근처라 자주 이용하는데 경영학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이런글 보니까 반갑고 좋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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