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진의 사진공감

인도의 아이들

- 임종진


머뭇거림은 잠시일 뿐이다.

주고받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도,

피부색의 진하고 덜함의 구분도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는다.

서로가 가진 호기심은 교감의 신호음이고 평행으로 이뤄지는 눈빛의 맞닿음은

소리 없이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리고 이내 웃음이다.

맑음.

모든 경계와 구분이 사라진 뒤 남는 것은 맑은 웃음.

낯선 하늘빛 아래 몸을 맡길 때면 어김없이 밀려드는 것은 묘한 떨림이다.

처음 발을 딛는다는 괜한 긴장감도 있지만

낯선 공간 아래 놓인 이방인의 설렘을 들키고 싶지 않다는 은근한 치기가 스멀거린다.

이 부질없는 ‘설렘’을 낯 뜨겁게 만드는 건 그렇게 아이들이다.

먼저 다가와 주는 고마운 ‘녀석’들도 아이들이고

어색한 몸짓으로 우두커니 망설이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것도 아이들이다.

얼굴에 땟국물이 줄줄 흐른다한 들 더럽다 말할 수는 없다.

낡고 닳아빠진 옷을 입은 채 콧물을 훔친다한 들 또한 비웃을 수는 없다.

벌린 손바닥을 거듭 들어 올리며 보챈다한 들 역시 그렇게,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다.

거친 외양에 가려진,

그러나 그 눈빛 안에 머금어 내주는 웃음을 막을 재간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맑음이다.

가물거리던 잃어버린 유년의 기억은 아이들로 인해 뚜렷해지고

잠시나마 작은 행복이 스친다.

전혀 낯선 어느 하늘 아래에서 한순간에 빠져드는 평화를 경험하는 것은 그래서 기쁨이다.

삶의 고단함을 씻으려 떠나는 낯선 길 위에서,

두려움은 먼저 다가서지 않으려는 어른스러움에 길들여진 제 탓 일뿐이다.

그렇게,

아이들에게서 들려오는 눈빛에서 평온을 얻고 쉼을 찾는다.

결국 아이들이다.

강요되는 ‘어른스러워야함’에 잃어버린 것은 ‘나’이고

그것을 깨닫게 해주는 것은 아이들이다.

너도 나도 찾아드는 인도.

명상과 철학이 숨을 쉬고 남다른 정신세계가 통용된다는 그곳에서,

아이들을 통해 쉼을 내려 받는다.

2006. 5. 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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