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 건강법

가을이 오면

- 담담

“가을이 오면 눈부신 아침 햇살에 비친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워요.” 누가 불렀는지 모르겠지만 가을이라고 했을 때 처음 생각나는 노래 구절이었다. 왜일까? 가을에 유달리 그대의 미소가 아름다운 이유가. 가을이 오면 누구나 약간은 감상적 기운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가을이 오행상으로는 금(金)의 기운과 연계되고, 그 기운은 슬픔을 주관한다고 보는 것은 오바일까? 잡소리 그만하고. 쩝

가을은 어원이 ‘끊다’라는 뜻인 ‘갓다’에서 나온 말이다. 즉 열매를 끊는다는, 열매를 추수한다는 의미의 ‘갓을’이 가을이 되었다고 한다. 금의 기운처럼 열매를 끊는 시기, 거두는 시기가 가을인 것이다. 인생도 마찬가지인데, 봄에 화창하게 피어오르고, 여름의 뜨거운 한 때를 보내고 나서, 그 열매 열음을 수확하는 것이 필요하듯이, 인체내에서도 수렴의 기운으로 거둠의 계절이다. 그래서, 동양의 고전인 <황제내경>에서도 가을을 모든 것이 꽉 차고, 평정해지는 계절이라는 뜻으로 용평(容平)이라고 불렀다.

사람의 피부도 가을이 되면 낙엽처럼 푸석거려지는 것. 계절의 변화에 따라 몸이 먼저 반응한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몸이 가장 먼저 안다. 아침에 일어나 씻고 나서 거울을 보면 우선 피부가 허옇게 일어난 것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을이 되면 피부에 각질이 일어나고, 탄력이 없어진다. 가을의 건조한 기운이 피부의 습기를 앗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피부를 주관하는 폐(肺主皮毛)의 기운이 갑자기 변하는 가을의 기운에 적응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또한 요즘들어 머리를 감다보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지는 것들도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이 역시 가을에 몸이 계절에 적응하는 자연적 반응이다.

가을은 한껏 뜨거운 양기(陽氣)로 가득찬 여름의 기운이 이제 음기(陰氣)로 기운으로 꺾이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그래서 가을을 숙강(肅降, 엄숙하게 하강한다)하는 기운이 왕성한 시기라고 한다. 이는 천지자연을 보면 더 잘 알 수 있다. 가을이 오면 나무는 잎으로 가는 양분을 중단한다. 가을에 단풍이 들어 낙엽이 떨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치다. 나무들은 겨울을 위해 영양분을 비축하면서 열매를 거두고, 그 나머지 힘들을 줄기와 뿌리로 모은다. 잎사귀에 양분을 주기를 중단하면서, 잎은 단풍이 들다가 끝내는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 나무 역시 겨울나기를 위해 영양분을 비축하면서 줄기, 뿌리로 기운을 모으는 것이다. 이는 봄, 여름의 퍼져나가는 기운들을 이제 갈무리 하는 시기가 가을이기 때문이다.

말도 살찌는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만물이 살찌듯 사람 역시 가을이면 식욕이 동하고, 몸 안에 저장하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사람의 몸도 이에 맞춰 내부를 튼튼히 하면서 이에 따라 외부는 건조해지기 쉽다. 사람의 피부가 낙엽과 같이 바스락 건조해 지는 이치랄까. 가을을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다. 가을이 되면 식욕이 동하는 것들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몸이 겨울을 대비해 내부의 에너지를 저장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여름과 달리 식욕이 돋고 소화도 잘 되 살이 찌기 시작한다. 하늘이 높아지고 말만 살찌는 계절이 아니라, 사람 역시 살집을 키워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때이다. 온 곡식이 살쪄 무르익는 계절이 가을임에야 사람 역시도 그렇지 않겠는가!

이렇게 계절이 변하는 시기, 특히 가을은 감기에 걸리기 쉽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콧물을 훌쩍대거나 목감기에 걸려 쇳소리를 내는 이들이 많아졌다. 동의보감에는 감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목 앞쪽을 경(頸)이라 하고, 뒷쪽을 항(項)이라 하는데, 목 뒤쪽에는 목 뒤편에 모든 태양경에 속하는 풍부혈이 있다. 이 혈자리는 모든 양경맥의 기를 주관한다. 상한병(감기)은 목으로부터 들어가므로 목뒤의 풍부혈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쪽에 사는 사람이 털로 목을 싸고 남쪽에 사는 사람도 허약할 때는 비단천으로 목을 두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동의보감

감기란 기(氣)를 느낀다(感)는 것이다. 환절기에 몸을 보호하는 위기가 약해져 차가운 기운이 몸에 들어와 생긴다.

감기란 기(氣)를 느낀다(感)는 것이다. 특히 이렇게 기의 변화가 심한 환절기에 감기가 잘 걸리는 이유이지요. 감기는 밖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위기(衛氣)가 약해진 상황에서 차가운 기운이 몸으로 들어와 생긴다. 여기서 위기란 바깥의 삿된 기운으로부터 몸을 보호하는 것으로 면역력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위기는 오행상 금(金)과 관련된다. 금(金)의 수렴(收斂)하는 성질과 함께 무언가를 쳐내는 살기(殺氣)를 지닌다. 우리가 금을 날카로운 칼날에 비유하듯, 바깥의 나쁜 기운을 살기를 통해 쳐내는 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 때 목 뒤편에 있는 풍부혈을 따뜻하게 보호해 주는게 필요하다. 머플러나 목도리 같은 것으로 목부위를 싸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감기 증세가 올랑말랑 코가 간지럽고, 목이 칼칼하다면 응급처방으로 바람이 드나드는 문인 풍문혈(風門穴)을 손바닥을 비벼 열을 내어 데어주거나 따뜻한 물수건으로 찜찔해주면 감기 기운이 달아난다. 그것도 귀찮다 싶으면 머리 말릴 때 헤어드라이기로 뜨거운 바람을 이 풍문혈 부위에 4-5분 쐬어 주면 아직 몸의 안에까지 들어가지 못한 한기를 밖으로 빼내는 방법이다. 따뜻한 음식을 먹고 땀을 빼고나면 감기가 어느 정도 낫는 것도 같은 이치인 것이다.

목덜미 뒷부분에서 반 뼘 정도 내려온 부분이 바람이 들어온다는 풍문혈. 감기 초기라면 이 부위를 헤어드라이기로 쐬어주시라

감기에 걸렸다고 무조건 감기약부터 찾다보면 몸의 면역기능을 저하시킨다. 감기에 걸려 몸에 열이 나는 것은 몸의 면역반응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이럴 때 감기약을 복용한다고 해서 감기약의 주성분인 진해제, 거담제, 항생제등이 실제로 감기를 낫게 해주는 것은 아니다. 이럴 때 다시 몸의 기운을 다시 회복시키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금기운은 몸에서 오장에서는 폐를, 육부에서는 대장을 주관한다. 폐와 대장은 금기운의 음양 형제관계인 셈이다. 그래서 폐기능저하의 원인은 단지 폐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폐와 대장에 있고, 대장기능저하의 원인도 폐와 대장에 동시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폐와 대장은 서로 횡경막을 경계로 위아래에 위치하며 외표의 외기외압을 조절하거나 내기내압을 조절하면서 형제처럼 길항협력한다. 폐는 저녁 시간에, 대장은 아침 시간에 각각 활동하며 폐의 기운을 대행하고 있다. 즉, 폐가 위로 기의 대사를 비롯해 배설작용을 한다면, 대장은 아래로 기의 대사를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앞에서 감기에 걸리는 것이 위기, 즉 금기의 부족이라고 할 때 이것이 대장과도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즉, 잘못된 식습관과 항생제나 방부제들이 많이 들어간 먹거리들로 인해 대장의 금기능을 망가뜨린 결과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경우들이 많은 것이다.

잘못된 식습관으로 대장에 이상이 있어 몸에 면역력이 약화된 탓이기도 하다.

그럼, 마지막으로 가을에 좋은 음식들. 일단 도라지! 한의학에서는 길경이라고도 하는 도라지는 입맛을 돋구어 주는 반찬으로 좋고 환절기에 감기나 천식, 목에 좋다. 기관지에 특히 좋아 가래를 삭이고, 목 아픈 것을 가라앉히니 목이 좀 칼칼하다 싶으신 분들은 도라지 무침을 해서 드심이 어떨지. 고기에 배추를 싸먹어야할 정도로 배추가격이 비싸니 도라지 무침으로 밑반찬을 해드시는 것도 좋을 듯.^^ 도라지를 말려 길경차로 드시거나 모과차를 드시는 것도 좋다. 금의 기운처럼 잘 갈무리하고 수렴해야 몸의 면역력도 키울 수 있다는 사실 잊지 마시라!!

-이 글은 <동의보감>과 손영기의 <먹지마 건강법>을 참조해 썼습니다.

응답 3개

  1. l말하길

    사진이 너무 좋네요. 담아갑니다.

  2. 담담말하길

    한의학에서는 알러지성 비염은 단순히 코의 문제가 아니라, 폐가 차가워져서 생긴다고 봅니다. 풍문혈은 폐에 바람이 들어가는 출입문과도 같은 곳이니, 뜸을 떠주거나 따뜻한 바람을 쐬어주면 상태가 좀 나아지기도 하지요. 근본적으로는 폐를 강화하는 음식들을 먹으면 좋겠지요..도라지, 무, 생강 많이 드세요..차로 끓여드셔도 좋구요^^

  3. 매이엄마말하길

    알러지성 비염의 경우에도 풍문혈에 뜨거운 김을 쏘이는 것이 도움이 되나요? 막 코가 막히고 콧물이 나려고 할때 몸을 따뜻하게 하면 증상이 완화되기는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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